지난 주 토요일, 우리 프로야구 역사에 새로운 금자탑이 세워졌다. '삼성의' 양준혁이 프로 통산 최초의 2,000 안타 달성에 성공한 것이다.

양준혁, 자기 혈관에는 '푸른 피'가 흐른다고 주장하는 사나이, '삼성의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언론에 공공연하게 인터뷰를 하는 진정한 삼성맨. 하지만 그의 2,000 안타 가운데 61개는 삼성을 상대로 때려낸 것이었다.

잘 알려진 것처럼 양준혁은 해태와 LG에서 3 시즌을 뛰었다. 해태로 트레이드 되던 당시 언론에 실렸던 명목은 투수력 보강. 당시 최강 마무리 투수였던 임창용을 영입함으로써 마운드 불안을 해소한다는 게 삼성측이 내세운 트레이트 이유였다.

하지만 구단 고위층과 불화가 주원인이었다는 건 알만 한 사람들은 다 아는 비밀이다. 사실 당시는 '삼성의 양준혁'이 아닌 '양준혁의 삼성'이던 시절이었다. 그만큼 팬들 원성이 높았고, 구단 프런트에 대한 불만 역시 하늘을 찔렀다.

아이러니하게도 삼성이 다시 양준혁을 찾은 건 김응룡 前감독 때문이었다. 최고의 라이벌팀 해태 수장이던 그 김응룡 감독 말이다. 하지만 김응룡의 기대와 달리 양준혁은 데뷔 이래 처음으로 3할 달성에 실패하고 말았다. 그러나 성적에 상관없이 팬들은 두 손 벌려 양준혁을 환영했다.

그가 돌아왔기 때문이다. 공자의 정명사상(正名思想), 모두가 제자리를 찾기. 삼성 유니폼을 입은 양준혁이야 말로 가장 양준혁 다운 모습이었다. 그렇게 드디어 삼성 라이온즈는 '이상사회'를 마련했다.

정말 그것이면 충분했다. 삼성이 처음으로 한국 시리즈 우승을 차지했기 때문이 아니었다. 그 자리에서 양준혁이 목 놓아 울 수 있었기 때문이다. 아니, 그 자리에 있던 그 누구도 양준혁보다 뜨겁게 울 권리는 없었다. 그는 양준혁이고, 그가 곧 삼성 라이온즈였기 때문이다.

얼마 전 자기 이름이 팀명과 곧 동의어였던 선수가 친정을 떠났다. 맞다. KCC 이상민의 이야기다. 아니 이상민의 KCC 이야기다. 그리고 어쩌면 우리 프로 농구에 대한 이야기다.

떠나는 선수도 그를 지켜보는 팬들도 모두 터지는 울음보를 참지 못했다. 그렇게 팬들의 작은 정성이 1,000만원이라는 거금을 만들었고, 한 언론사에 이상민에게 보내는 감사 광고가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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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 문구엔 이렇게 씌어있다. "그곳이 어디든... 이상민! 당신이 가는 길이 정답입니다." 하지만 아니다. 그곳은 정답이 될 수 없다. 정답이 되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이상민은 KCC여야만 하고, KCC는 이상민이 안 된다. 어쩔 수 없다. 바로 그곳이 제자리이기 때문이다.

프로 스포츠는 비즈니스 세계다. 그리고 이상민의 삼성 행은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하지만 때로 팬은 승리보다 더 값진 그 무엇을 원한다. 그건 바로 자신이 응원하기로 마음먹은 팀에서, 자신보다 더 사랑하는 선수와 함께 울고 웃으며 늙어가는 일이다. 그저 '그 팀'이 이기는 것보다 '함께 질 수 있다'는 사실을 더 기뻐하는 존재가 바로 팬이다.

물론 KCC는 서장훈과 임재현 영입으로 인해 한층 업그레이드 된 전력을 선보일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양준혁의 2,000 안타에 삼성 팬보다 다른 팀 팬이 더 기뻐했다면 어땠을까? 이상민의 팬이 기뻐하지 않는 KCC 우승은 크게 다른 것일까?

함께 질 수 없다는 것, 팬과 선수가 하나가 되어 서로 패배의 눈물을 닦아줄 수 없다는 것. 이제는 그럴 수 없다는 것은 너무나도 서글픈 일이다. 우승의 눈물보다 덜할지 몰라도, 그것이 바로 우리가 스포츠 팬으로 살아가는 가장 소중한 이유일 테니 말이다.

제2의 이상민이 생기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무엇보다 FA 제도는 보완이 시급하다. 스포츠 팬으로서 우리가 누릴 수 있는 최고의 권리를 빼앗아가는 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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