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김동수의 마수걸이 홈런이 경기 흐름을 뒤집었다. 최근에도 물론 기록은 좋았지만 배트 스피드가 빠른 편이라 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노림수는 여전했다. 홈런성은 아니지만 배트 중심에 맞추는 타구는 꾸준히 나왔다. 비록 패전처리 성격이 강한 투수진이었지만, 어제 경기에서도 여러 차례 파울 홈런 타구를 만들어내며 감을 조율했던 게 사실이다.

그 결실이 오늘 맺어졌다. 1:0으로 끌려가던 2회말 2사에서 역전 쓰리런 홈런을 터뜨린 것이다. WP .443으로 끌려가던 경기 흐름을 .704로 뒤집는 기가 막힌 홈런이었다. 현대는 이 점수를 바탕으로 결국 승기를 잡을 수 있었고 경기 내내 유리한 흐름을 유지할 수 있었다. 이숭용의 플라이 때 동점을 노리던 송지만 선수가 홈에서 횡사한 후라서 더더욱 소중한 점수였다. 이 장면에서는 LG 포수 조인성의 블로킹이 좋았다.

오늘 경기까지 김동수 선수는 .309/.397/.382의 타격라인을 기록중이다. 3할이 넘는 타율도 타율이지만 .397에 달하는 출루율이 인상적이다. 주로 8번 타석에서 보여준 이 정도 수준의 출루율은 상대 투수진이 감히 쉬어가는 타순으로 생각지 못하게 만들기에 충분한 기록이다. 김동수가 든든한 모습을 보여주었기에 9번 타자 채종국 역시 최근 매서운 타격감을 선보일 수 있었다고 본다. 투수 리드는 말할 것도 없이, 또 한번의 전성기가 찾아온 기분이다.

또한 최근 현대에서 매서운 선수 하나를 고르라면 지석훈이다. 비록 타석은 적지만 상대 선발이 계속 좌완인 관계로 선발 출장 기회를 잡은 지석훈은 .296/.407/.444를 몰아치고 있다. 오늘도 실책 하나를 기록하면서 수비에서 다시 불안한 감이 있는 게 사실이지만 타석에서만큼은 믿음이 간다. 플래툰으로 출장하고 있는 차화준보다는 확실히 타격에서 우위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현재 팀 내에서 그 누구보다 연습에 열심인 차화준이기에 둘 사이에서 벌어지고 있는 선의의 경쟁이 누구의 승리로 끝날지 정말 기대가 된다.

LG에게도 반격의 기회가 없었던 건 아니다. 1회초에 홈런을 터뜨렸던 박경수가 5회에도 적시타를 터뜨리며 3:2로 추격을 해왔던 것이다. 이 때 현대의 WP는 .581까지 낮아진 상태였다. 하지만 이 상황에서 팀의 간판 이병규가 병살로 물러나며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곧바로 이택근의 홈런이 터졌기에 더더욱 아쉬운 순간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어제도 이병규는 심판 판정에 불만을 품고 태업을 하는 모습을 보였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LG라는 팀의, 아니 리그를 대표하는 스타이니만큼 다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현대는 이후에도 2사에서 송지만 선수의 적시타가 터지며 한 점을 더 올렸다. 그리고 이현승-박준수 필승 계투조를 투입하며 석 점차의 리드를 확실히 지켜냈다. 이로서 현대는 다시 3연승을 달리게 됐다. 2사 후에도 집중력을 잃지 않는 타선, QS 머신들이 즐비한 선발진과 연일 삼진 행진을 벌이는 불펜진까지 현대는 최근 잘 나가는 팀의 전형을 모두 보이고 있다. 과연 내일도 승리를 챙기며 기분 좋게 한 주를 마간할 수 있을지, 송신영의 호투를 기대해 보자.



댓글,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