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연승 후 연패




2연패에 호들갑을 떠는 건 웃긴 모양새지만, 확실히 연승을 거둘 때와는 다른 팀 분위기가 느껴진다. 지난 번에 쓴 것처럼 잘 나갈 때의 현대는 2사후에도 뛰어난 집중력이 느껴졌다. 하지만 일요일과 오늘 경기에서는 뭔가 흐름이 끊기는 것 같은 느낌이 자주 들었다.

두 말할 것도 없이 5회 무사 만루 찬스를 놓치는 과정이 바로 그렇다. 유한준이 안타를 치고 나갔고, 곧바로 작전이 걸렸다. 두산 유격수 손시헌이 2루 커버를 들어가는 바로 그 위를 넘기는 안타가 터졌다. 유한준이 걸음을 재촉해 3루 안착, 무사 1/3루의 좋은 기회였다. 김동수마저 볼넷으로 출루하며 분위기를 이어 나갔다.

이 순간 현대의 WP는 .526이었다. 그러니까 이기고 있는 두산보다도 승리를 거둘 확률이 더 높았다. 다음 타자는 차화준, 끈질긴 승부를 보였으나 결국 랜들의 변화구에 헛스윙하며 삼진으로 물러났다. 채종국의 타구도 다소 밀리긴 했지만 텍사스리거가 될 수도 있는 타구였다. 두산 우익수 강동우의 수비가 좋았다. 하지만 이택근은 너무도 허무하게 1루수 파울 플라이로 물러나고야 말았다.

여기서 아쉬운 건 흔들리고 있는 상대 투수 랜들을 너무 도와줬다는 점이다. 채종국과 이택근 모두 초구에 방망이가 나갔고 돌아오는 건 아웃 카운트뿐이었다. 그것도 오늘 주심 전일수 씨가 잘 잡아 주지 않는 바깥쪽 코스의 볼을 건드렸다. 굳이 다급하지 않아도 될 생각에 쫓기는 듯한 스윙이 나온 것이다. 차화준/채종국에게 갖는 기대치와 이택근에게 갖는 느낌은 다르다는 점에서 더더욱 아쉬운 순간이었다.

사실 최근 이택근은 타격 폼 자체가 많이 무너진 상태다. 한창 물이 올랐을 때는 게스 히팅을 통해 방망이 중심에 정확히 타구를 맞췄다. 어디에 어떤 구질이 들어오는지 완벽히 알고 때리는 듯한 스윙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공을 너무 따라다니는 듯한 스윙을 한다. 그 결과 중심이 무너지고 스윙시 하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다. 오늘에야 연속 안타 기록이 중단됐지만, 사실 최근 안타로 기록된 타구 역시 질 자체는 그리 좋은 편이 되지 못했다.

한편 선발 투수 손승락 역시 오늘 제대로 제구가 되지 않았다. 공을 낚아채는 순간 이미 볼/스트라이크가 구분될 정도로 볼과 스트라이크의 차이가 너무 컸다. 슬라이더 제구는 괜찮은 듯 보였지만 나머지 공이 문제였다. 그 결과 고향에서 올라온 어머니의 열렬한 응원도 소용없이 결국 패전 투수가 되고야 말았다. "7이닝 3실점이면 잘 던진 거네." 하고 어머니가 말씀하셨다. 틀린 말씀은 아니다. 하지만 두산을 상대로 3실점은 그리 칭찬할 만한 기록은 못된다. 게다가 장타로 무너졌다면 더더욱 그렇다.

지난해에도 현대는 두산에게 약했다. 올해 역시 박명환을 무너뜨린 한 경기를 제외하고는 그리 뛰어난 경기를 펼쳤다 말하기 어렵다. 팀 분위기가 하강 국면에 접어든 이 때 두산과 맞딱드리게 됐다는 건 확실히 위기다. 개인적인 바람으로는 타순을 한번 조정해 보면 어떨까 한다. 최근의 송지만 선수에게 3번은 어울리지 않는 자리다. 이숭용-송지만을 정성훈-이숭용으로 한번 바꿔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물론 아직 시즌은 길고, 뜻밖에 선수가 너무 잘해주어서 언젠가는 하강기가 오리라 생각했다. 그러나 우승팀이 되려면 이런 하강기를 보란듯이 극복해주어야 한다. 아직도 3위권과는 좀 게임차가 난다. 분위기를 잘 추스려 강팀다운 면모를 다시 볼 수 있게 되길 바란다.


댓글,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