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뭔가 연료(?)가 떨어진 시점에서도 2패후 1승은 건지며 버티는 모습이었는데, 사직 시리즈에서 결국 스윕 당하며 힘이 부치는 모습을 확실히 드러냈다. 어차피 뛰어난 성적을 기대하기 무리라는 것은 알았지만, 최근 현대가 무너지고 있는 걸 보면 사실 안타까움이 드는 건 별 수 없는 노릇이다. 확실히 기나긴 페넌트레이스는 어줍잖은 팀이 오래 버티는 걸 허락하지 않는 모양이다.



동점 상황에서 맞이한 9회말 수비, 무사에 상대팀에서 가장 발 빠른 주자를 내보냈다. 그리고 클린업 트리오와 상대해야 한다. 우리 팀 마운드 역시 마무리 투수가 올라 있는 상황이다. 정면 승부를 할 수밖에 없는 분위기였다는 얘기다.

이 상황에서 끝내기 2루타를 얻어맞았다. 아쉽기는 하지만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패배다. 그만큼 롯데의 클린업 트리오가 최근 잘 맞고 있기 때문이다. 호세-이대호-마이로우, 세 타자를 연속으로 피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현대는 더 이상 쓸 수 있는 카드도 남아 있지 않았다.

다만 최근 장원삼이 심심찮게 홈런을 허용하는 모습은 아쉽다. 문학 원정 경기와 두산과의 홈경기 모두 상대의 홈런 한방에 무너졌다. 대구에서 좀 나아지는가 싶었지만 다시 이대호에게 홈런을 허용했다. 잦은 슬라이더 구사가 그 원인이 아닌가 싶다. 원래 슬라이더란 그런 구질이 아니던가.

황두성은 모처럼 마운드에서 안정된 모습을 보였다. 전근표, 강귀태는 대타로서의 역할을 잘 수행했다. 이현승이 아웃 카운트를 늘리지 못한 게 아쉽지만, 어차피 박준수가 마운드에 오를 타이밍이었다. 졌지만 감독의 의도를 선수들이 잘 따라줬고, 필요할 때도 점수를 잘 뽑아낸 경기였다. 굳이 구분하자면, 49:51의 차이로 진 게임이었다.




마무리투수는 정말 9회에 쓰는 게 좋은 걸까? 사실 이는 세이버메트릭스 세계에서 곧잘 언급되는 주제이기도 하다. 이 경기 역시 바로 그 점을 보여주는 짚어준다. 먼저 Leverage Index 그래프를 한번 보자.



김승관이 우익수 앞에 안타를 때리며 동점을 허용했다. 그리고 강병식의 실책으로 역전 주자가 3루에 나갔다. 곧이어 이원석의 희생 플라이로 점수가 뒤집혔다. 이원석 타석에서의 LI는 4.6으로 이 경기에서 가장 높았다. 팀에서 가장 뛰어난 구위의 불펜 투수가 마운드에 올랐어야 했다는 상황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7회부터 마무리 투수를 마운드에 올리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박준수라고 볼의 인플레이를 막았으리라는 법도 없고, 8~9회에 위기가 오지 말라는 법도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상황은 어쩔 수가 없었다.

하지만 8회초 공격에서 곧바로 김동수의 선두 타자 안타로 찬스를 잡았다. 수순대로 서한규는 희생번트. 하지만 지석훈과 전근표의 방망이는 끝끝내 터지지 않았다. 9회초에도 1사후 이택근의 안타가 나왔지만 돌아오는 건 병살이었다. 그렇게 경기는 마무리됐다.

이 경기에서도 실책이 문제가 됐다. 지석훈의 실책, 그리고 강병식의 실책. 게다가 실책으로 기록되지는 않았지만 이택근 역시 수비 범위에 문제가 있었다. 두 경기는 투수력으로 침몰, 또 한 경기는 수비였다. 타선이 뽑아 줄 만큼 점수를 뽑았음에도 단 한 경기도 승리를 챙기지 못한 까닭이다.

이번 주엔 SK 그리고 두산과 맞붙는다. 비록 팀 분위기가 좋지 못한 SK지만 현대에게는 강한 면모를 과시하고 있다. 두산 역시 팀의 상승세가 매서운데다 홈 경기 승률이 나쁜 기아와 원정 경기를 펼치기 때문에 좋은 컨디션을 상대해야 할 가능성이 높다. 사실 요즘 팀 분위기에선 그 어느 상대도 쉽지 않은 게 현대다.

몰락은 사실 어느 정도 예견됐던 바다. 하지만 전혀 기대가 되지 않는다고 말하면 그 역시 거짓말일 것이다. 공수 불균형은 확실히 문제다. SK와의 경기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주느냐, 그것이 관건이 될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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