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 강팀은 다양한 방식으로 이기고 약팀은 다양한 방식으로 진다. 마무리 투수가 끝내기 홈런을 맞아서 지기도 하고 이기던 경기에서 선발 투수가 자기 화를 못 이겨 내주기도 한다. 이기는 방식은 오직 타선의 폭발뿐이다. 두산과의 잠실 3연전이 바로 이런 모습이었다.




    금요일 경기에서는 선발 손승락의 구위가 말이 아니었다. 하지만 외야 수비 역시 곱게 넘어갈 만한 수준이 못됐다. 아마도 김재박 감독님이 계속해서 이택근에게 중견수 수비를 맡기는 건 펜스 플레이의 약점 때문인 것 같다. 사실 그는 파울 선상에 떨어진 타구의 '훅(hook)'을 거의 이해하지 못하는 펜스 플레이를 펼친다.

    하지만 솔직히 중견수 감은 아니다. 발만 빠르다고 중견수를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수비 위치 선정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상대는 집요하게 이런 약점을 파고든다. 잠실에서 두산과 경기할 때 이는 확실히 취약점이 될 수밖에 없다. 유한준과 이택근 모두 발이 빠른 편이라고 볼 때 차라리 중견수 송지만이 나을 듯 하다.

    물론 가장 확실한 패인은 박준수가 손시헌에게 끝내기 홈런을 허용한 것이다. 그것도 대형 파울 홈런 타구 이후에 곧바로 얻어맞은 홈런이라 충격이 컸다. 하지만 이번 시즌 단 한 개의 홈런도 없는 타자에게, 그것도 잠실에서 그런 타구 하나를 얻어맞았다고 정면 승부를 못 펼치는 마무리가 오히려 더 믿음이 안 간다. 얻어맞을 수
    도 있는 일이다. 결국 누구의 승리를 날린 것도 아니고 자신의 패배라면 말이다.




    한마디로 타선의 대폭발이었다. 젊은 타자들이 모두 장타를 하나씩 기록하며 파워를 자랑한 하루였다. 개인적으로는 유한준의 홈런이 가장 마음에 든다. 힘으로 상대를 제압하는 건 언제 지켜봐도 짜릿한 일이다.

     


    캘러웨이와 이택근 사이의 신경전이 결국 패배로 이어졌다. 6회 들어 계속 타구가 같은 비슷한 코스로 날아갔다. 캘러웨이가 중견수 이택근에게 수비 위치 조정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리고는 몸에 맞는 볼, 곧바로 동점. 확실히 캘러웨이가 흔들리게 만드는 대목이었다.

    잠실 시리즈에서 이택근이 수비에서 기록한 WPA는 -.106이다. 이런 수준이라면, 투수의 말을 들어야 했다. 결국 승패의 책임은 투수에게 돌아간다. 선발 투수가 이렇게 저렇게 움직여 달라고 부탁하는데 굳이 듣지 않을 까닭이 없다. 그것 때문에 코치가 마운드에 올라오고, 포수와 한차례 더 미팅을 벌이게 만들 필요가 있었는지 궁금하다.

    자신의 수비가 뛰어나기 때문이 아니라, 방망이를 쓸 곳이 없어서 중견수로 나오고 있다는 사실은 이택근도 알고 있을 것이다. 게다가 시리즈 내내 수비에서는 결코 좋지 못한 모습이었다. 감독님의 수비 위치 선정은 물론 과학적인 데이터를 토대로 만들어진 것이겠지만, 그래도 확실히 이 실랑이는 아쉬웠다.

    그렇다고 다혈질적인 모습을 드러낸 캘러웨이도 잘했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선발 투수의 기분을 좋게 하지 못하고서는, 그것도 유독 두산에게 약한 캘러웨이가 모처럼 승리를 눈 앞에 두고 있는 상황에서, 왜 쓸데없는 자존심을 내세웠는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사실 내분으로 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경기였다.

  • 이번 시리즈까지 현대는 두산을 상대로 .244/.294/.340밖에 때려내지 못했다. 나머지 6개 팀을 상대로는 .279/.362/.403이다. GPA로 단순 비교할 때 17.4%나 낮은 기록이다. 거꾸로 두산 타자들은 현대를 상대로 .268/.324/.367을 때려냈다. 나머지 6개 팀을 상대로는 .248/.313/.332다. 사실 이 정도는 5.5% 정도 차이밖에 나지 않는 기록이다.

    달리 말해, 기록상 수비보다는 공격이 더 문제였다는 얘기다. 사실 10 경기를 통해 두 팀이 기록한 점수는 각각 42점과 37점으로 5점 차이밖에 나지 않는다. 그러나  상대 전적은 승률 30%밖에 되지 않는다. 결국 꼭 점수가 필요한 시점에서 점수를 뽑아내지 못했다는 얘기다. 제대로 완패한 경기를 서로 1승 1패로 사실상 상쇄된다고 보면 그렇다는 얘기다.

    따라서 두산 투수진을 공략하는 법을 알아내지 못한다면, 정규 시즌 내내 발목을 잡힐 가능성이 높다. 특정 팀에 유독 취약하다면 상위권을 유지하기가 어려운 건 당연한 일이다. 게다가 두 팀이 치열한 순위 경쟁을 벌여야 하는 상황이라면 확실히 그렇다.

    어느 덧 선두 삼성과 5.5 게임차나 벌어졌고, 2위 한화와도 1.5게임차다. 밑으로는 두산이 반 게임차로 좁혀 왔다. 이제 선두 탈환은 쉽지 않은 분위기고, 자칫 4위로 밀려날 가능성마저 높아졌다. 강팀의 면모를 기대하기가 점점 어려워지는 유니콘스다.


  • 댓글,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