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참 말 많고 탈도 많았던 SK와의 모든 경기가 마무리됐다. 많은 우려와 걱정 속에 시작했던 시즌 개막 시리즈부터 2연패, 한창 연승 가도를 달리고 있을 때도 SK에게 패함으로써 분위기가 가라앉았고 시즌 내내 뭔가 좀 살아날 것만 같은 분위기가 되면 늘 발목을 잡던 SK, 하지만 시즌 막판의 3연승은 확실히 현대가 강해졌다는 인상을 품게 만들어준 징표이기도 했다. 결국 8승 10패로 시즌 마무리.

SK에게 가장 강했던 타자는 역시 서튼이었다. 어제 경기에서도 솔로포를 터뜨린 서튼은 SK를 상대로 무려 .346/.514/.615나 때려냈다. 완전히 특급 기록이다. 9 득점에 12 타점은 보너스. 서튼을 상대하기 위해 SK의 조범현 감독은 좌완 정우람을 곧잘 원포인트로 올렸다. 물론 정우람과 상대한 13타석에서 안타를 하나밖에 뽑아내지 못했다면 물론 정우람이 제 몫을 못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그 안타 하나가 홈런이었다면 조금 사정이 다를지도 모를 일이다. 삼진 4 개를 당했지만, 볼넷 역시 4개나 얻어냈다.

물론 정우람이 서튼만 상대했던 건 아니다. 이숭용 역시 정우람의 파트너 가운데 한명. 이숭용의 경우엔 정우람에게 좀더 철저하게 막혔다. 10 타석에서 안타를 하나밖에 때려내지 못한 데다 병살까지 하나 기록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SK를 상대로 .321/.403/.464의 기록이다. GPA .297의 기록으로 서튼(.385)에 이어 팀 내에서 두 번째로 높다. 특히 5시간의 혈전을 매조지은 2루타는 확실히 인상적이었던 장면이었다.

한편 투수 가운데서는 송신영의 활약이 인상적이었다. 28.6이닝을 던져 20개의 탈삼진을 잡아냈고 2.51의 방어율 역시 수준급이었다. 이현승 또한 12.86의 K/9를 기록할 정도로 본인의 역할을 잘 해줬다고 볼 수 있고, 박준수 역시 세이브를 5개나 챙겼다. 하지만 신철인의 기록은 사실 불만스럽다. 본인의 방어율(5.00)도 물론 문제지만 14명의 승계주자 가운데 8명이나 홈으로 불러들인 건 확실히 신철인답지 않은 모습이다. 특히 장원삼의 승리를 몇 차례 날려버려서 더더욱 아쉽다. 박재홍에게 얻어맞은 역전 2루타는 물론 이택근의 수비 때문이기는 하더라도 말이다.

늘 SK에게는 강하다는 생각을 품고 있었는데 올해는 확실히 SK에게 끌려다닌 인상이 짙다. 하지만 작년 7월 30일의 충격을 올해 너무도 멋지게 복수한 건 확실히 통렬한 일이었다. 몇 차례의 빈볼 시비가 말해주듯 이래저래 라이벌 관계일 수밖에 없는 SK, 내년에도 다시 멋진 승부가 벌어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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