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조이뉴스24에 뜻밖의 기사가 실렸다. 뜻밖이라고 말한 이유는, 사실 유니콘스 팬을 제외하자면, 거의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을 만한 소식을 다뤘기 때문이다. 아니, 차화준이나 지석훈이라는 이름을 기억하는 팬들이 도대체 몇 명이나 될까? 좌석버스를 기다리는 같은 줄에 서 있던 차화준을 아무도 알아보지 못했던 풍경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기 때문에 확실히 이 기사는 뜻밖으로 느껴졌고, 그래서 재미있기도 했다.


기본적으로 차화준의 강점은 침착함이다. 지난 해 플레이오프에서 차화준의 어이없는 실책을 지켜본 팬들은 이 말을 언뜻 납득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차화준이 그런 실수를 했기에 더욱 어이가 없었던 것이다. 약한 어깨를 안정적인 풋워크와 침착함으로 커버하는 유격수가 바로 차화준이다. 작년 시즌 초반에 비해 실력이 느는 게 눈으로 보인 선수이기도 하다. 괜히 등번호 7번을 달고 있는 게 아니라는 얘기다.

반면 지석훈은 강하다. 그의 송구는 확실히 차화준의 그것에 비해 확실히 폭발적인 느낌을 준다. 하지만 도대체 왜 저런 볼을 놓치는지 이해할 수 없는 실책을 저지르기도 한다. 비유하자면, 또 한 명의 정성훈이라고나 할까? 게다가 풋워크 역시 어딘가 불안한 구석을 숨기기 어렵다. 물론 아직은 이런 비유조차 지석훈에게는 사치이긴 하지만, '게으른 천재'라는 느낌이 자주 드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타격이라는 측면에 있어서는 둘에 대한 평가를 달리할 수밖에 없다. 지석훈은 좌투수의 공을 때려내는 데 일가견이 있다. 지난 해 수원에서 송진우에게 2안타를 때려니기도 했고, 잠실에서 이승호의 볼을 받아쳐 펜스를 넘기기도 했다. 반면 차화준의 스윙은 여전히 1군 주전의 그것과는 거리가 먼 게 사실이다. 게다가 우투좌타이기 때문에 좌투수에 대한 부담 역시 어쩔 수 없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

어쩌면 이 두 선수는 한 선수의 장점이 곧 다른 선수에게는 단점인 묘한 관계다. 그리고 지난 시즌에는 차화준이 지석훈에 비해 한발 앞선 것도 사실. 그리고 당장 이 두 선수가 주전으로 기용되기엔 서한규라는 벽조차 높아 보인다. 과연 현대가 연속해 1번으로 지명한 이 두 유망주가 언제 포텐셜을 터뜨려 줄 것인가. 이건 기대가 아니라 걱정이다.


댓글,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