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최근 K-리그가 이천수 문제로 말이 많다. 이천수는 지난 22일 인천 유나이티드와의 경기에서 이영철 주심의 퇴장 판정에 불판을 품고 이 주심은 물론, 김대영 선심에게까지 욕설을 퍼부었다. 이런 표현은 지극히 개인적이지만, 정말 이천수다운 행동이었다고 생각한다.

아니, 이천수의 인격을 이야기하려는 게 아니다. 이천수의 승부욕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뿐이다. 이천수의 얼굴에는 더덕더덕 '욕심보'가 붙어 있다. 그리고 플레이스타일 자체에서도 '내가 최고다.'하는 당찬 자신감이 절로 느껴진다. 그래서 그게 문제라고 생각하냐고?

개인적으로는 아니라고 느낀다. 모든 스타플레이어는 대개 이기적이다. NBA에서는 코비 브라이언트가 그렇고, 앨런 아이버슨 역시 이런 비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축구에서는 마라도나가 그랬고, 풋볼 역시 터렐 오웬스라는 이름을 떠올리게 만든다. 종목과 시대를 막론하고 분명 이기적인 욕심꾸러기 선수의 이름은 한 둘씩 등장하게 마련이라는 얘기다. 문제는 이기적인 성격을 어떻게 감추느냐 하는 것이다.

그런데 왜 하필 또 이천수인가?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글 가운데 '이천수와 헤드라인'이라는 제목의 글이 있다. 물론 언론에서 일부러 '입천수'라는 별명을 만들어주기 위해 억지로 노력했다는 점을 모두 신뢰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우리 언론이 이천수에 대해 가지고 있는 태도에 대해서만큼은 확실히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드는 글이라고 생각한다.

확실히 이천수는 언론에게 좋은 먹잇감이다. 이번에도 심판의 인터뷰 내용 가운데 이런 말이 나온다.

"선수 개인의 사람 됨됨이가 그 정도일 것이라는 생각 밖에 들지 않는다. 일상적인 수준의 불만이라면 한 귀로 듣고 흘려버릴 수도 있는데 그 때는 그럴 수가 없었다."
이 경기에서 부심을 맡은 김대영 심판의 말이라는데 이 말이 실제로 김 부심의 입에서 나왔다고 전적으로 믿기는 어렵다. 하지만 언론에서 이천수를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는 확연하게 드러난다.

야구장에서, 농구장에서 또 축구장 등 기타 경기장에서 우리는 선수들이 심판을 향해 불만을 토로하는 광경을 자주 목격한다. 구심의 스트라이크 존에 불만을 갖고 나머지 타석에서 계속 태업으로 일관하는 슈퍼스타 야구선수도 우리는 알고 있다. 하지만 한 팀의 간판 타자인 그 선수에게 이 문제를 지적하는 신문 기사를 단 한번도 본 적이 없다. 그러나 이천수는, 허재는, 서장훈은 언제나 이런 식이다. 거친 항의 한번에 '사람 됨됨이'라는 소리까지 들어야 한다는 얘기다.

그냥 이런 선수들은 누구보다 승부욕이 강하다고 받아들이면 안 되는 걸까? 그래서 더러 심판의 정당한 판정에 대해 과격한 항의를 하기도 한다고 말이다. 현역 감독 시절 김응용 감독은 그 누구보다 심판에 거칠게 항의하기로 유명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김응용의 '사람 됨됨이'를 운운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다. 아주 심한 표현이라고 해봤자 지나친 승부욕 때문에라고 표현할 뿐이다.

그저 지나친 승부욕이었을 뿐이니 용서하고 넘어가자는 얘기를 하고 싶은 게 아니다. 물론 보도 내용이 100% 사실이라면 분명 이천수의 잘못이다. 승부욕은 경기장 내에서 경기에 임하는 자기 자신과 맞서 싸우는 성질의 욕심이지 타인을 향한 감정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믿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식의 마녀 사냥을 통해서 도대체 얻는 것이 무엇인가? 이것을 묻고 싶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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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일방적이고 원색적인 비난보다는 따금한 격려와 충고가 이천수에게는 필요한 게 아닐까? 도대체 언제까지 이천수를 그냥 '입천수'로 만들어 잠깐의 즐거움만을 추구할 것인가? 축구 선수는 그라운드에서 몸으로 말하는 것이다. 이 점을 이천수에게 제대로 잘 가르쳐줄 수는 없을까? 경기장 바깥도 아닌 그라운드 위에서조차 우리는 또 다시 '입천수'를 만들어야 할 것인가?

이천수 본인 역시 잘한 건 없다. 계속해서 언론의 표적이 되는 것을 끊임없이 오해라고만 일축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 말이다. 분명 본인 자신이 이번 일을 계기로 느끼는 바가 있어야 한다. 낙인은 오래 간다. 이번의 위기를 이미지 쇄신의 기회로 바꾸지 못한다면 문제는 더 이상 언론의 책임이라고만 볼 수는 없다. 이천수가 잘했다는 얘기가 아니라 언론의 보도 수위가 과정된 게 더 큰 문제일 뿐이니 말이다.

개인적으로 이천수라는 축구 선수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저 단체 구기 종목에서 볼 소유욕이 강한 선수를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간적인 이천수라면? 글쎄, 적어도 언론 보도 이외에 그를 만나본 일이 없으므로 판단을 유보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그리고 인간적으로 누군가를 좋아하고 싫어하는 것 역시 도덕적 판단의 문제가 아니라 취향의 문제라고 믿는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심판에게 욕을 한 건 분명 잘못된 일이다. 규정에 따라 합당한 처벌을 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것 때문에 그의 인격이나 사람 됨됨이까지 폄하하는 건 옳지 않은 일이라고 믿는다. 인간 이천수를 축구 선수 '입천수'로 키운 8할의 책임은 어쩌면 언론에 '낚인' 우리 팬들에게 있는지도 모를 일이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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