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Denver's the Answer



결국 앨런 아이버슨이 덴버로 갔다. 이미 떠난 필라델피아 얘기를 차치하자면, 이 트레이드는 덴버를 더 강한 팀으로 만들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물론 그렇다고 당장 챔피언을 노릴 만한 팀이 되지는 않겠지만 말이다.


기본적으로 서부 지구는 여전히 철옹성이다. 덴버가 피닉스, 댈러스 혹은 샌안토니오 등을 꺾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좀더 기다려봐야 알겠지만, 유타나 선수들이 건강하게 돌아온 휴스턴 역시 만만찮은 상대다. 리그에서 가장 득점력이 뛰어난 두 선수만 가지고 뛰어 넘기엔 여전히 벽이 너무도 두텁기만 하다는 뜻이다.


물론 카멜로 앤서니(31.6 PPG)와 아이버슨(31.2)은 리그에서 가장 득점력이 높은 선수들이다. 두 선수가 시너지 효과를 내준다면, 이 팀이 더더욱 무서워질 수 있다. 팀에 에이스가 한 명뿐이라면 그 선수만 막으면 되지만, 둘이라면 전혀 다른 수비 전술을 사용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과연 앤서니가 징계에서 복귀한 이후, 이 둘은 시너지를 낼 수 있을까?


슈팅 시도당 득점을 알아보는 PSA(Points per Shoot Attemps)라는 지표가 있다. 아이버슨의 커리어 PSA는 1.02점밖에 되지 않는다. 카멜로 앤서니 역시 그보다 조금 높은 1.07이 전부다. 마이클 조던은 1.14나 된다. 역시나 난사형 슈터인 코비 브라이언트의 기록 역시 1.08로 이 둘 보다 높다. 결국 이 둘이 득점을 많이 하려면 필연적으로 슈팅 시도도 많아야 한다는 뜻이다.


특정 선수가 볼 호거(Ball Hogger)인지 알아보는 USG(Usage)가 이 사실을 방증한다. 득점 1위인 앤서니는 USG 2위(32.7), 득점 2위인 아이버슨은 USG 1위(34.4)다. 결국 두 선수가 현재 같은 기록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서는 최대한 많은 슈팅 찬스를 만들어줘야 한다는 뜻이다. 


이 점에 있어서는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 조지 칼의 덴버는 현재 페이스(Pace) 102.3를 기록 중이다. 골든스테이트(100.9)나 피닉스(99.8)를 제치고 리그에서 가장 빠른 템포로 경기를 치르고 있는 팀이 바로 덴버 너기츠다. 따라서 기본적으로 두 선수 모두 만족할 만한 수준으로 공 소유권을 보장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이 트레이드를 통해 덴버가 안드레 밀러를 잃었다는 점은 반드시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안드레 밀러는 커리어 내내 전체 볼 소유권 31.8%를 어시스트에 할애(AsR)하는 선수였다. 이 기록은 지난 해 33.9%까지 높아지기도 했다. 아이버슨의 이 기록은 16.5%밖에 되지 않는다. 주전 1번으로 경기에 나서던 커리어 초기에도 20%를 겨우 넘는 수준이었다. 다시 포인트 가드로 돌아선 최근에도 이 기록은 슈팅 가드 시절과 크게 달라진 바 없다.


따라서 볼 소유권 공급보다 분배가 더 시급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 두 선수뿐 아니라 J.R. 스미스에게도 충분히 볼을 배급해야 한다. 하지만 ‘현재’ 아이버슨에게 이 역할을 맡기기에는 미심쩍은 부분이 너무도 많다. 때에 따라 아이버슨 2번, 얼 보이킨스 1번 포메이션을 쓸 수도 있겠지만, 얼 보이킨스 역시 기본적으로 2번에 더 가까운 선수다. 결국 덴버가 현재 이상의 성적을 기대한다면 2월 트레이드 마감시한 전까지 반드시 포인트 가드를 영입할 필요가 있을 걸로 보인다.


그게 아니라면, 아이버슨이 좀더 '퓨어한' 포인트 가드로 돌아설 필요가 있다. J.R. 스미스가 2번 자리를 꿰차고 있는 시점에서 아이버슨은 1번으로 기용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스테판 매버리나 스티브 프랜시스 역시 포인트 가드다. 만약 아이버슨이 계속 이런 스타일을 고집한다면, 분배 문제에 관해서는 계속 미궁 속을 해맬 수밖에 없다. 팀 성적 역시 기대 이하에 머물 가능성이 높은 것은 당연한 일이고 말이다.


이 과정에서 기대되는 건 단연 조지 칼의 역할이다. 아이버슨에게 조지 칼은 다섯 시즌만에 맞이하는 다섯 번째 감독이다. 그리고 조지 칼에게 아이버슨은 게리 페이튼에 이은 또 다른 '빅 에고(Big Ego)'의 등장이 아닐 수 없다. 조지 칼이 앞장서 아이버슨의 롤을 규정해 주고, 그게 아이버슨과 앤서니 모두에게 상생의 길이라는 사실을 분명히 밝혀둘 필요가 있다.


제리 스택하우스, 래리 휴즈, 글렌 "빅독" 로빈슨, 키스 밴 혼, 크리스 웨버. 지금껏 앨런 아이버슨과 함께 뛴 슈퍼스타급 선수들 명단이다. 이 중 누구도 챔피언 반지를 향한 앨런 아이버슨의 욕망을 충족시켜 주지 못했다. 혹은 챔피언을 향한 이들의 열망을 앨런 아이버슨이 충족시켜주지 못했다. 과연 카멜로 앤서니와는 어떤 결과가 벌어질까? 소유권 다툼이 아닌 소유권 분배 문제를 누가, 어떻게 해결해 줄 것인가, 에 그 해답이 걸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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