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우리는 찰스 바클리를 기억한다.


자기 말(言)에 책임을 지려고 당나귀 엉덩이에 키스하고, 올스타전에서 만 67세 심판과 친선 달리기 시합을 벌이는 찰스 바클리를 말이다. 우리는 그렇게 유쾌한 찰스 바클리를 기억한다. 독설 속에 오히려 따뜻함이 숨어 있는 찰스 바클리.



아니, 우리는 찰스 바클리를 기억한다.


193cm밖에 안 되는 신장으로 NBA 무대에서 리바운드 타이틀을 거머쥔 투혼의 사나이를 말이다. 아니, 리바운드뿐만이 아니다. 찰스 바클리는 훌륭한 수비수였으며, 3점슛과 드리블에 능한 플레이메이커이기도 했다. 우리는 그렇게 농구에 대한 열정으로 똘똘 뭉친 승부사, 찰스 바클리를 기억한다.



그래서, 우리는 찰스 바클리를 기억한다.


동료에게 끊임없이 동기를 부여하는 정신적 지주 찰스 바클리를 말이다. '93, '96년 두 번에 걸쳐 MVP를 수상한 그의 닉네임은 찰스 경(Sir Charles). NBA 드림팀이 최초로 올림픽에 출전한 '92 바르셀로나 대회에서, 그리고 미국에서 열린 '96 애틀란타 올림픽에서도 찰스 바클리의 목에는 자랑스런 금메달이 걸렸다.



하지만, 우리는 찰스 바클리를 기억한다.


무관의 제왕으로. 끝내 우승을 차지하지 못한 슈퍼스타로. 마이클 조던에게 밀린 영원한 2인자로. Period.



그리고, 우리는 찰스 바클리를 기억한다.


홀로 고군분투하는 케빈 가넷(KG)의 모습에서. 거의 매년 플레이오프에 진출했지만 역시나 거의 1 라운드가 한계인 미네소타의 불안정한 전력을 지켜보며, 그리고 올해 역시 별반 다르지 않은 팀 성적(25승 28패, 서부 8위)과 KG의 뛰어난 개인 기록(PER 25.34, 전체 4위) 앞에서, 너무도 자연스레 찰스 바클리가 오버랩 된다.



그래서, 찰스 바클리는 말한다. 


"KG, 팀에 트레이드를 요구하라!"

하지만 KG도 미네소타도 모두 불만어린 눈길로 바클리를 바라볼 뿐이었다. 그러는 사이 루머는 쌓이고 쌓여, 올해도 트레이드 마감일을 앞두고 가넷은 이적 시장 최고 화두가 됐다. 가장 그럴 듯한 루머는 역시 시카고 불스행.


어쩔 수 없이 찰스 바클리가 떠오르는 바로 그 팀 시카고. 과연 시카고는 KG에게 우승 반지를 선물할 수 있는 팀이 될 수 있을 것인가?



사실 미네소타의 플레이오프 진출 확률은 그리 낮은 편은 아니다. 하지만 이 팀이 1라운드 이상 올라갈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을까? 차라리 스카티 피펜이 다시 챔피언 반지 6개를 획득하리라 믿는 편이 나을 것이다. 드디어 KG 역시 불만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물론 비즈니스는 비즈니스. 올해도 KG의 연봉은 2100만 달러나 되고, 계약도 3년이 남아 있는 상태다. KG가 팀을 옮기고 싶어도, 샐러리캡 여유가 없는 구단이라면 KG를 받아들이기가 쉬운 일이 아니라는 얘기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시카고는 가넷을 받아들일 수 있는 사실상 거의 유일한 팀이다.



게다가 시카고는 그 어느 팀보다도 KG를 필요로 한다. 시카고의 수비 효율(Defensive Efficiency)은 97.6이다. 불스보다 수비가 좋은 팀은 NBA 전체에 오직 휴스턴(DefEff 96.0)밖에 없다.


하지만 시카고의 공격 효율(Offensive Efficiency)은 102.3으로 전체 30개 팀 가운데 20위밖에 되지 않는다. 특히 '수비수' 벤 월라스가 자리잡고 있는 골밑에는 제대로 된 공격 옵션이 존재하지 않는 실정이다. 현재 시카고는 죽으나 사나 퍼리미터 게임뿐이다.



물론 KG를 데려오려면 시카고는 루올 뎅을 내놓아야 한다. 그렇다고 해서 이 팀의 백코트진이 무너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KG가 합류한다면, 시카고는 내외곽 모두 공격력에 있어 한층 업그레이드 된 전력을 보유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리고 월라스와 KG의 리바운드 점유율을 감안하면 보드 장악력 역시 한층 업그레이드 될 확률이 높다. 동부에서 KG를 데려온 시카고보다 강한 팀은 언뜻 떠오르지 않을 정도다.



케빈 가넷이 올스타로 선정된 건 올해로 10번째다. 물론 미네소타가 서부 컨퍼런스 타이틀을 차지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지기는 한다. 하지만 99.99%의 확률로 이야기하자면, 이는 챔피언 결정전에서 단 한 게임도 뛰어보지 못한 선수가 올스타에 선정된 최다 기록이다. 그리고 미네소타보다 시카고 쪽이 이 최다 기록 달성을 저지할 확률이 더 높은 팀이다.


KG는 지난 12월, 앨런 아이버슨이라는 선물을 학수고대했다. 그러나 그 선물은 카멜로 앤서니에게 돌아갔다. 그리고 요즘 코비 브라이언트는 제이슨 키드라는 선물이 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가슴 벅차 있을 것이다.


그러나 KG는 이제 스스로 선물이 되어야 할 것처럼 보인다. '외로운 늑대'가 아닌 '거친 황소'가 되어서 말이다. 그래서 궁금하다. 앞으로 10년 후, 과연 우리는 KG를 어떻게 기억할 것인가?


※2019년 12월 4일 블로그에서 '샐러리캡'을 찾아 보다가 이 글을 발견해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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