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Keep the faith?



아무리 '믿음을 잃지 말자!(Keep the faith!)'가 모토인 팀이라도, 이 정도면 확실히 이번 시즌은 물 건너갔다고 보는 편이 옳을 것 같다. 굳이 오랜 앙숙 관계이기 때문이 아니라, 이번 시즌 맞이한 가장 중요한 시리즈에서 이렇게 맥없이 무너지는 것은 확실히 좋지 못한 징후다. 트레이드 마감일에 움직임을 겪은 팀과 그렇지 않은 팀의 차이가 확연이 느껴지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불펜이 가장 큰 문제다. 그렇다고 선발진이 안정돼 있는 것도 아니다. 물론 테오 단장이 움직이기 싫어서 안 움직인 것이야 아니겠지만, 도대체 지금의 전력으로는 상대를 당해 낼 재간이 없다. 타선은 여전히 지난 20 경기에서 5.7점을 뽑아냈다. 하지만 수비에서는 경기당 평균 7.0 실점이다. 이런대도 버텨냈다면 그게 더 신기한 일일 것이다. 정말 그렇게도 물어올 만한 불펜 자원이 없었는가? 지금 이 시점에 유망주들을 지켜내는 게 그렇게 의미있는 일이었는가? 물론 미래에 지금의 선택을 칭찬하게 될지도 모르겠지만, 확실히 당장은 너무도 아쉽기만 하다.

레드삭스의 DER은 .688로 ML 전체 23위의 초라한 기록이다. 물론 펜웨이파크가 리그 전체에서 가장 수비하기 까다로운 구장이라는 사실을 감안해야겠지만, 기본적으로 수비력이 그리 뛰어난 팀이 못 된다는 건 달라지지 않는다. 따라서 이 팀에 필요한 건 볼의 인플레이를 최대한 억제할 수 있는, 즉 삼진을 많이 잡아낼 수 있는 유형의 투수다. 하지만 이 팀 릴리버들의 K/9는 7.18로 리그 평균 수준밖에 되지 못한다. 그나마 파펠본의 기록을 제외하면, 이 기록은 6.65로 더 나빠진다.

그렇다고 타자들이 잘하고 있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물론 오티스 & 라미레즈 콤비는 여전한 괴력을 보여주고 있다. 최근 20 경기에서 이 둘은 도합 .331/.471/.698, GPA .386을 때려냈다. 하지만 이 둘을 제외하자면 상대 투수들에게 공포감을 안길 수 있는 타자가 눈에 띄지 않는다는 게 문제다. 기껏해야 마크 로레타 정도다. 그 역시 최근 20경기에서 .329/.404/.456을 때려줬다. GPA로 환산했을 때 .296에 달하는 좋은 모습이다. 결론적으로 말해서 2, 3, 4번만 타석에서 제 몫을 해주고 있다는 이야기다.

이런 문제를 타개하기 위해 선택한 카드가 바로 에릭 힌스키다. 보스턴 이적 이후 너무 적은 타석에 들어서 비율로 이야기 하긴 어렵지만 .333/.400/.667을 때려준 건 인상적인 모습이다. 특히 펜웨이의 특성을 잘 살린 2루타를 때려냈다는 점에서 확실히 그렇다. 하지만 전체적인 득점으로 이어지는 짜임새를 이야기하자면 역시나 부족한 느낌이다. 힌스키의 잘못이 아니라는 점에서 더더욱 아쉬울 수밖에 없다. 굳이 말하자면, 좀 때 늦은 선택이었다는 느낌이라고 할까? 지금은 당장 한 게임, 한 게임이 급하고 당장 한 점이 아쉬운 타이밍이기 때문이다.

이제 레드삭스의 '06 시즌은 49 게임이 남았다. AL 동부지구 선두인 양키스와는 벌써 5.5 게임 차이로 벌어졌다. 미친 듯한 폭주가 이어지지 않는다면, 따라잡기 버거운 모양새다. 와일드카드 레이스에 있어서도 선두 샤이삭스와는 4 게임, 트윈스와는 3게임 차이다. 이쪽 역시 그리 만만해 보이지는 않는다. 하지만 글의 서두에서 시즌 포기를 운운한 것과는 달리 어쩔 수 없이 Keep the faith!를 외쳐 본다. 레드삭스 네이션의 국민으로 산다는 건 결국 이런 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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