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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 파펠본이 선발로 돈다. 커트 실링, 조쉬 베켓 이외에 마땅한 선발감이 없는 상황에서 올바른 접근이다. 200이닝 정도만 확실히 소화해줄 수 있다면 확실히 마무리보다는 선발이 낫다. 이미 여러 세이버메트릭스에서 증명한 바 있다. 게다가 부상 문제도 피할 수 없는 만큼, 안정된 간격의 선발이 파펠본에게 더 잘 맞을 것이다.

    하지만 내년 시즌 선발진을 꾸려나가는 데 있어 좀더 중요한 문제는 조쉬 베켓의 성장여부다. 현재의 계약은 확실히 오버페이돼 있는 게 사실이다. 이번 시즌 베켓은 규정 이닝을 채운 83명 가운데 75위의 방어율을 기록했다. 제 아무리 펜웨이파크를 홈구장으로 쓴다고 해도 용서가 되지 않는 기록이다.

    또한 한 명 정도 FA 투수를 물어올 필요가 있다. 배리 지토나 제이슨 슈미트 등의 이름이 언급되지만 이 팀에 가장 필요한 투수는 어쩌면 데릭 로우일지도 모른다. 그는 확실히 위의 두 투수보다 싸다. 그러면서도 효율이라는 측면에서는 크게 뒤지지 않는 기록을 올려줄 것이다. 물론 꿈 같은 이야기다.

  • 파펠본의 선발 전환은 다시 마무리를 구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키스 포크는 한계를 드러낸 지 오래다. 사실 '04 시즌이 포크의 유일한 전성기였고 양키스의 MO에 뒤지지 않는 마무리를 레드삭스가 보유할 수 있었던 유일한 기회였다. 크렉 한센은 아직 준비가 덜 됐다. 물론 파펠본의 경우에도 아무도 예상 못했던 것이긴 하지만 아직은 불안 요소가 더 많다.

    만약 팀 내에서 누군가를 마무리로 기용해야 한다면 매트 클레멘트 역시 후보에 오를 수 있다. 농담이 아니라 실제로 그런 상황이다. 만약 '07 시즌 출전이 가능하다면, 이 재앙에 가까운 계약을 어떤 식으로든 활용해야 한다. 하지만 결국 외부로 눈길을 돌리는 수밖에 없는 것 같다. 꼭 가니에가 아니더라도 분명 확실한 마무리 없이 불펜을 운영한다는 건 망상이다.

    팀린과의 재계약에 앞서 그의 노쇠화는 한번쯤 걱정해봐야 할 수준이다. 매니 델카맨과 훌리안 타바레스는 쏠쏠한 불펜 자원이기는 하지만 특급 셋업맨의 자질을 갖추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그리고 좌완 스페셜리스트도 필요하다. 확실히 불펜은 많은 손질을 필요로 한다. 문제는 오프시즌 동안 불펜 투수들의 몸값은 천정부지로 치솟는다는 것.

  • 매니 라미레즈의 트레이드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다. 라미레즈를 트레이드하면서 공격력에서 전혀 손실을 거두지 않을 것이라고 보는 건 바보나 할 짓이다. 2000년대 들어 라미레즈와 견줄 수 있는 공격력을 보여준 타자는 앨버트 푸홀스 뿐이다. 이번 시즌에도 후반기 들어 타격이 침체를 벗어나지 못한 것 역시 매니 라미레즈의 이름을 빼놓고는 이야기하기가 어렵다.

    하지만 전혀 옵션이 없는 건 아니다. A-Rod의 트레이드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는 시점이라면 딜에 끼어도 나쁠 건 없다. 어차피 FA로 풀리는 알렉스 곤잘레스와의 계약 문제도 풀어야 할 숙제다. 만약 A-Rod를 얻어올 수 있다면 이 두 가지 문제를 한꺼번에 풀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상황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그렇다면 현실적으로 시장에 풀릴 선수들을 찾아봐야 한다. 올해 FA 가운데 가장 끌리는 대상은 단연 카를로스 리와 알폰소 소리아노다. 물론 이들이 라미레즈의 빈자리를 100% 매우지는 못하겠지만 그래도 현재 가능한 대안 가운데서는 최고다. 정말 매니 딜이 이뤄진다면 이 둘 가운데 한 명은 반드시 잡아야 한다.

  • 그리고 테이블 세터진도 어떤 식으로든 움직임을 줄 필요가 있다. 부상 때문이었다고는 하지만 코코 크리스프의 출루율은 .298밖에 안 됐다. (타율이 아니라 출루율이다!) 마크 로레타는 2번 타자로서 딱히 흠 잡을 만한 성적은 아니었지만 페드로이아가 준비를 마쳤다는 사실 역시 간과할 수 없다. 코코에게는 기회를 한 번 더 준다해도 로레타와는 분명 작별을 고해야 한다는 얘기다.

    알렉스 곤잘레스와는 별 다른 대안이 없다면 재계약을 하는 편이 낫다고 믿는다. 확실히 그만한 수비를 보여주는 유격수를 구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게다가 올해 FA 시장에는 주목할 만한 유격수도 없는 형편이다. 따라서 올랜도 카브레라를 다시 데려올 계획이 없다면, 그러니까 매니의 트레이드에 그가 연관되는 일이 없다면 내년에도 곤잘레스에게 유격수 자리를 맡겨야 할 것이다.

  • 뿐만 아니라 트롯 닉슨 역시 팀을 떠날 확률이 90%가 넘는다. 물론 이 자리는 지금껏 많은 대비가 이뤄진 상태다. 하지만 실력을 떠나서 닉슨과의 결별 자체가 보스턴 팬들에게 주는 충격은 상당할 것이다. 예정된 결별이라고는 해도 확실히 팀에서 가장 오래 뛴 프랜차이즈 선수니까 말이다.


  • 타격 코치 "파파" 잭슨을 경질하면서 레드삭스의 오프시즌은 시작됐다. 테오 단장이 인터뷰에서 밝힌 대로 시장에서 전략적으로 유리한 포지션을 선점하기 위해 발빠르게 움직인다고 했으니 믿어 볼 일이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매니의 빈자리는 그 누구로도 매우기가 힘들어 보인다. 만약 이 트레이드가 딜의 시발탄이 된다면 내년에도 레드삭스는 좋은 모습을 보이기가 어려울 것 같다.

    사실 이번 시즌은 전반기에도 문제가 전혀 없었던 게 아니었다. 다만 내재된 문제점들이 겉으로 드러나지 않았기에 실제 전력 이상의 성적을 낼 수가 있었던 것이다. 이렇게 잠재돼 있던 문제점들이 한꺼번에 폭발한 것이 바로 '06 레드삭스의 후반기 모습이었다. 그리고 이 문제들은 여전히 거의 해결된 게 없다.

    물론 아무리 지갑을 열고 또 열어도 양키스를 따라가기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하지만 이런 일을 해내지 못하는 단장에게 "천재" 칭호를 붙여줄 팬은 없다. 테오가 자신이 천재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증명해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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