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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거의 시즌 내내 이어져 왔던 기적 같던 미네소타의 상승세도 결국 오클랜드를 넘지는 못했다. ALDS 3차전에서 오클랜드에 3대 8로 패하며 3전 전패. 치열한 접전이 예상되던 시리즈도 그렇게 싱겁게 끝나버리고 말았다. 역시 리리아노의 빈자리가 너무 컸던 걸까?

1차전 얘기부터 해보자. 요한 산타나는 '05년 8월 이후 메트로돔 연승 행진을 기록하고 있던 중이었다. 물론 프랭크 토마스에게 얻어맞은 홈런은 어쩔 수 없다. 하지만 마코 스쿠타로에게 허용한 2루타는 론델 화이트의 수비를 탓하지 않을 수가 없다. 만약 2회초 수비를 1실점으로 막았다면 경기 양상은 달라졌을 공산이 크다. 게다가 에이스가 1차전을 내준 시리즈를 뒤집기란 쉬운 일이 아니라는 점에서 더더욱 아쉽다.

닉 푼토는 물론 수비에서 좋은 모습을 보였다. 그 파울볼을 잡아낸 선수가 푼토가 아니라 데릭 지터였다면 앞으로도 10년간 포스트 시즌마다 그 장면이 계속해서 리플레이 됐을 것이다. 하지만 공격에서는 결코 칭찬해주기 힘든 모습이었다. 자신이 역할이 무엇인지를 제대로 모르는 듯한 인상이 자주 들었다. 그건 루이스 카스티요에게도 마찬가지다. 리드오프 히터가 굳이 서둘러 도루자를 당할 이유 따위는 아무 데에도 없다. 아니 미네소타 타자들 전체가 그랬다.

사실 배리 지토는 컨트롤이 잡히지 않아서 애를 먹었다. 하지만 타자들은 서둘렀고 1~2구만에 쉽게 죽었다. 그러는 사이 지토는 컨트를을 찾아가기 시작했고 타자들은 더더욱 성급한 승부를 펼칠 수밖에 없었다. 덕분에 득점권에 주자를 두고도 8타수 무안타. 그나마 론델 화이트의 솔로 홈런으로 겨우 체면치레를 했을 뿐이다. 이래서는 이길 수가 없는 경기였다. 한마디로 에이스를 야수들이 공수 양면에서 너무 도와주지 못했다.

물론 3차전에서 패함으로써 승부가 결정 난 건 맞지만, 사실상 승부가 결정 난 지점은 2차전 7회였다. 토리 헌터의 판단 미스로 단타를 홈런으로 만들어줬던 그 장면에서 사실 미네소타의 '06 시즌은 끝이 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맞다, 포스트시즌에서는 정말 사소한 플레이 하나가 승부를 가른다. 하필 그게 믿었던 토리 헌터로부터 비롯됐다는 점이 아마 미네소타 팬들에게는 꽤나 충격일 것이다.


결국 이 후유증을 극복하지 못하고 미네소타는 3차전마저 내줬다. 만약 리리아노가 2, 3 차전 가운데 한번이라도 선발로 나설 수 있었다면 분명 이렇게 스윕으로 시리즈는 끝나지 않았을 확률이 높다. 그리고 4차전까지 시리즈를 끌고 갔다면 다시 한번 요한 산타나를 마운드에 올릴 기회를 갖게 됐을 것이다. 그랬다면 결과는 아무도 모를 방향으로 흘러갔을지도 모른다.

시리즈를 전망할 때 1) 선발 투수의 탈삼진, 2) 마무리 투수의 위기 관리 능력, 3) 수비력 등 이 세 가지가 단기전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임을 밝힌 바 있다. 8이닝 동안 8개의 탈삼진을 솎아낸 산타나를 제외하자면 두 팀 모두 선발 투수의 탈삼진이라는 측면에서는 좋은 점수를 받기 어려웠다. 하지만 미네소타의 네이선은 의미 없는 2/3 이닝을 던졌을 뿐이고 휴스턴 스트릿은 3이닝 동안 1실점을 내주기는 했지만 세이브 두 개를 챙겼다. 수비는 볼 것도 없이 오클랜드의 승리였다.

결국 미네소타는 자신들의 장점을 살리지 못한 채 약점을 노출시키며 패하고 말았다. 더욱이 견실한 플레이가 장점이라는 명성에 걸맞지 않게 너무도 허술한 플레이가 자주 연출됐다. 공격에서는 어울리지 않는 '작은 야구'를 시도하느라 재미를 보지 못했고, 수비 집중력 역시 자주 흐트러졌다. 특히 토리 헌터는 확실히 그랬다. 그래서 마침내 빌리 빈의 마법이 플레이오프에서 통하는 첫 순간을 만들어주고야 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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