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한번 대답이 너무 뻔히 보이는 질문을 던져 보자. 삼성 라이온즈는 누구의 소유일까? 누구나 삼성 라이온즈가 삼성 그룹의 소유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정말 그럴까.

'삼성 라이온즈' 구단 역시 엄연한 주식회사. 이 회사 소유 구조 역시 지분 구조로 파악할 수 있다. 막연히 삼성 그룹의 소유일 것이라는 '상식'만 가지고는 이 회사 주인이 누구인지 분명히 밝혀낼 수 없다는 점이다.

주식회사 지분 구조를 밝혀내는 건 그리 어려운 작업이 아니다. 금융감독위원회 전자공시시스템(http://dart.fss.or.kr)에 가면 누구든 열람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도대체, 삼성 라이온즈의 주인은 누구누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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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삼성 라이온즈 소유 지분 현황(2005)


(주)삼성라이온즈 지분을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기업은 삼성전자다. 그 다음으로 제일모직, CJ, 신세계 등 범(凡)삼성계 회사들이 많은 지분을 보유한 상태.

어떤 의미에서는 우리의 '상식'이 틀렸다는 것. 삼성 라이온즈는 삼성 그룹 소유가 아니다. 신생팀 창단 때마다 후보군으로 언급하는 CJ는 이미 프로야구에 참여 기업이나. 물론 전면적 참여는 아니지만 말이다.

금감위 사이트에서는 소유 구조만 열람 가능한 것이 아니다. 기왕 여기까지 온 김에 프로야구 팀 1년 적자는 얼마인지도 알아보자. 정말 구단 주장 대로, 1년에 수백 억 씩 적자를 보고 있을까.

회계연도 2005도 삼성 라이온즈 당기 순이익은 얼마였을까. 이해 (주)삼성라이온즈 총수익은 423억, 총지출은 417억이다. 당기 순이익은 6억이다. -6억이 아니라 +6억이다. 그러니까 (주)삼성라이온즈는 장부상 6억의 흑자를 기록한 기업이라는 얘기다. 도대체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진 걸까.

한번 수익 내역을 좀 더 세분해서 살펴보자. 이 팀 매출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건 광고 수익(291.6억)과 사업 수익(108.4억)이다. 이 둘이 전체 수익의 94.6%다.

사업 수익 내역은 사실 야구단 운영 결과가 아니다.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삼성 스포츠센터'가 라이온즈의 자산으로 돼 있어 발생한 수익인 것. 스포츠센터는 사업 자체를 좌지우지할 영향력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게다가 수입이나 비용의 변동성(volatility)이 크지 않기 때문에 충분히 예측 가능하다.

따라서 결국 광고 수익을 어떻게 보느냐가 관건이다. 광고 수입 원천은 삼성전자를 포함한 주주회사 및 관계 회사들. 말 그대로 삼성 계열사 전체를 망라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를 그룹 차원의 지원이라고 받아들인다면 우리가 알고 있는 것처럼 야구단은 매년 수백억을 퍼부어야 하는 밑 빠진 독인 게 맞다.

하지만 아주 단순하게 생각해 보자. 한국방송광고공사(KOBACO) 자료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2005년 한 해 동안 지상파 광고에만 1,131억을 썼다. (주)삼성라이온즈 지분 27.5%를 가지고 있는 기업의 국내 지상파 광고비용이 이 정도다. 그런데 계열사 전체에서 292억을 지불하는 게 과연 부담이 될 정도 금액일까?

또한 1996년부터 (주)삼성라이온즈의 당기 순이익(손실) 추이를 알아보면 흥미로운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적어도 재무제표에 기록한 바로는 이 회사 손익은 언제나 -20억에서 +20억 사이를 일정하게 유지한다. 이 회사 경영 상태는 비교적 일관적이라고 볼 수 있다는 얘기. 만약 정말로 해마다 수백억의 적자를 감수한다면 이것이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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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10년간 (주) 삼성라이온즈 당기 순이익(손실) 추이 (단위 100만원)


여전히 프로야구 팀을 흑자 기업이라고 부르기는 망설여지는 게 사실이다. 과연 프로야구 팀이 그룹 전체 계열사에 기여하는 홍보 효과가 어느 정도나 되는지 명시적으로 밝혀진 자료가 없기 때문이다. 적어도 외부에 공개하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회적으로 생각해보자. '삼성PAVV'는 KBO와 타이틀 스폰서십을 50억여 원에 체결했다. KBO에서 조사한 프로야구 2006 시즌 미디어 노출 효과는 약 452억 원. 여기에 포브스 코리아는 삼성 라이온즈 구단의 가치를 약 914억으로 판단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정확한 산출 근거가 없다며 적자 타령만 해야 할 것인가.

100번 양보해 여전히 프로야구팀 운영은 여전히 적자 사업이 맞다고 치자. 그래도 확실히 대기업에서 주장하는 대로 수백억 단위는 아닐 것이다.

(주)삼성라이온즈만을 다룬 것은 금감위 사이트에 감사 결과를 올린 팀이 삼성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삼성이 다른 구단보다 돈을 적게 쓰는 팀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만약 삼성만 이런 결과가 가능하다면 도대체 30년이 다 되는 세월 동안 다른 팀은 무얼 했다고 봐야 할까. 금액 차이는 있겠지만 결과는 8개 구단 모두 대동소이하다고 봐도 틀린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아직까지 우리나라에 프로야구 팀이 존재하는 유일한 이유는 모기업 홍보라는 주장은 참값에 가깝다. 또 앞으로 프로야구 팀 조직 자체가 스스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구조로 변화를 모색해야 하는 것 역시 분명한 사실.

하지만 프로야구가 자선 사업이라거나, 밑 빠진 독이라는 표현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것인가. 물론 새빨간 거짓말은 아닐지 모른다. 그래도 우리가 '분명하다'고 믿어온 상식에 오류가 있었던 것만큼 틀림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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