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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플로리다 말린스가 뜨겁다. 9월 1일 벌어진 경기에서 밀워키에 3대 2로 승리를 거두며, NL 와일드카드 선두 샌디에고에 2.5 게임차로 바짝 다가선 것이다. 올 시즌 개막전 소위 '파워세일'을 통해 팀의 주축 선수들을 모두 내보낸 것을 감안하자면 정말 굉장한 성공이다. 몇 년의 리빌딩이 필요하다는 당초 예상이 보기 좋게 빗나가고 있는 것이다.

사실 시즌 초반만 해도 플로리다의 이번 시즌은 가망이 없어 보였다. 4월 한 달 동안 이 팀은 6승(17패)밖에 거두지 못했고, 선두 메츠에 10 게임이나 뒤져 있었다. 5월에는 11승으로 다소 상황이 나아졌지만 여전히 17패를 더 당하며 승률 .333에 만족해야 했다. 하지만 이후 경기에서 34패를 더 당하는 동안 이 팀은 49승이나 거뒀다. 다음 그래프가 바로 이 사실을 보여준다.


그래프 아래 면적으로 표시된 부분은 10경기 평균 승수를 보여준다. 비록 기복이 전혀 없는 건 아니지만 최근에는 꾸준히 5승 이상의 승수를 차근차근 쌓아가고 있다. 이 분위기대로라면 플레이오프 진출도 헛된 꿈만은 아니다. 그래프를 통해 또 한가지 알 수 있는 건 이 팀의 수비력, 즉 실점은 시즌을 치르는 동안 몇 차례 기복을 거듭한 데 반해 공격력은 상대적으로 꾸준함을 유지해 왔다는 점이다. 안정된 공격력이 이 팀 성공의 핵심이었다는 뜻이다.

사실 지난해까지 팀 전력의 핵심을 차지하던 가운데, 이번 시즌에도 플로리다 로스터에 계속 남은 선수는 미겔 카브레라가 유일했다. 게다가 그 역시 이번 시즌에는 외야가 아닌 3루수로 경기에 나서는 수비 부담까지 안아야만 했다. 이 와중에도 카브레라는 .338/.427/.583을 때려내며 팀 타선을 이끌고 있다. 구장 효과까지 감안해 이 성적을 GPA로 환산해 보면, 무려 .360이나 된다. 이는 푸홀스(.359)를 아주 근소한 차이로 제친 NL에서 가장 높은 기록이다. RC에 있어서도 118점으로 NL 1위다. 벨트란과 하워드 등에 가려 있긴 하지만, 카브레라 역시 이번 시즌 MVP로 언급될 만한 타격감을 자랑하고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크레이지 모드'의 타자 하나만으로도 팀이 이만한 성공을 거둘 수는 없다. 댄 어글라, 헨리 라미레즈의 미들 인필더들을 필두로 조쉬 윌리엄, 마이크 제이콥스 등 신인급 선수들이 원활히 자기 몫을 다해줬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특히 어글라는 이번 시즌 신인 타자 가운데 가장 강력한 신인왕 후보로 거론될 정도로 공수 모두에서 뛰어난 모습을 보이고 있는 중이다. 라미레즈 또한 결코 이에 뒤지지 않는다. 그는 왜 자신이 레드삭스 최고의 유망주 소리를 들었는지 플로리다에서 확실하게 증명해 주고 있다. '파워세일'이 오히려 이들 유망주 개개인에게는 자신의 포텐셜을 터뜨릴 수 있는 기회가 된 셈이다.

이는 비단 야수들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이번 시즌 말린스 최고의 투수는 조쉬 존슨이다. 12승 6패, 방어율 2.87로 팀의 에이스 노릇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타자 부분에서 어글라가 가장 강력한 신인왕 후보라면 투수 쪽에서는 단연 존슨이다. 그리고 투타를 통틀었을 때에도 가장 수상 가능성이 높은 후보가 바로 존슨이라 할 수 있다. 그 뒤를 역시 신인인 스캇 올슨이 받친다. 4.24의 방어율이 조금 불만족스럽기는 하지만 역시나 11승(7패)을 거뒀다. 이 두 선수가 기존의 에이스 돈트레 윌리스(9승 11패)보다도 많은 승수를 쌓아주고 있는 셈이다. 덕분에 A.J. 버넷과 조쉬 베켓이 모두 팀을 떠났음에도 이 팀의 로테이션은 여전히 건재한 느낌이 든다.  

사실 플로리다 말린스의 총연봉은 1,500만 달러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이는 어지간한 특급 선수 한 명의 연봉만도 못한 금액이다. 이런 여건에서도 거의 모든 선수들이 신인왕 후보라 불려도 손색없을 정도의 멋진 활약을 펼쳐주고 있다. 이 어린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고, 자신감을 불어 넣어 스타급 선수로 키워낸 건 모두가 조 지라디 감독의 공이라 봐야 할 것이다. 이런 상황인데도 제프리 로리아 구단주는 감독에 대한 불만을 늘어놓으며 감독 해고를 운운하고 있는 실정이다. 프런트가 앞장서 오히려 팀 분위기를 망치고 있는 셈이다.

과연 플로리다가 올해 앞선 팀들을 꺾고 플레이오프에 진출할 수 있을까? 물론 이것이 현재 시점에서는 가장 궁금한 질문이다. 하지만 만약 플레이오프 진출에 성공한다면, 그 이후 과연 또다른 '파이어세일'이 찾아오지는 않을까? 이 역시 많은 메이저리그 팬들이 가슴에 담고 있는 궁금증 가운데 하나일 것이다. 군대에서 하는 시쳇말 가운데 '무식한 상사는 적보다 무섭다.'는 말이 있다. 어쩌면 말린스 팬들도 마찬가지 생각을 하고 있을지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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