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이순철 감독님께

레너드 코페트는 그의 저서 「야구란 무엇인가」에서 야구 경기의 가장 중요한 속성 가운데 하나로 '공포'를 꼽았습니다. 타석에 들어선 타자나 마운드에 서 있는 투수나 모두 다양한 공포와 마주한 채 경기에 임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 중에는 야구공에 대한 공포도 포함돼 있습니다.

투수가 라인드라이브성으로 날아오는 타구에 머리를 맞았습니다. 다른 곳도 아닌 머리입니다. 그 공은 오른쪽으로 굴절돼 우익수 앞까지 날아갔습니다. 화면만으로도 아찔한 순간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때 당신은 어디에 있었습니까? 그리고 끝끝내 어디에 있었습니까?

머리에 큰 충격을 받으면 차라리 피가 나는 게 낫다. 이 문장의 의학적 진위를 저는 알지 못합니다. 하지만 100km가 훌쩍 넘은 돌맹이가 누군가의 머리를 때렸다면 주저할 것 없이 그 사람을 즉각 병원으로 옮겨야 한다. 이것은 의학적 진위를 떠나 상식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른 곳도 아니고 머리입니다. 그리고 그 속에는 당신께는 없는 두뇌라는 기관이 담겨 있습니다.

어린 선수가 그 정도 '깡다구'도 없이 무슨 야구를 하냐구요? 정신력도 깡다구도 건강할 때 발휘되는 겁니다. 몸이 아닌 정신이 건강해야 그런 힘도 솟아나는 겁니다. 아니, 정말 아파서 병원에 누워있게 되면 그런 것들 필요도 없게 돼 버리고 맙니다. 그런데 두 타자를 꼭 더 상대시켜야 했나요? 당신이 '선수도 아니라'고 평했는데 그럼 내려가야겠습니다, 하고 말하길 기대했습니까? 한 경기 패하는 게, 한 사람의 목숨보다 더 중요했나요? 당신의 자제분이셨대도 그렇게 하셨을지, 유치하게도 꼭 여쭙고 싶습니다.

며칠 뒤면 스승의 날입니다. 당신을 과연 그 누가 스승이라 부를 수 있을까요? 진정 스승이라면 자기 제자가 그런 사고를 당했을 때 제일 먼저 뛰쳐 나올 것입니다. 아니, 적어도 그렇게 마지막 순간까지 덕아웃에서 팔짱끼우고 방관만 하고 있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정말 부끄러운 줄 아셔야 합니다. 왜 당신인 그토록 많은 원색적인 비난에 시달리는지 진지하게 생각해 보셔야 합니다. 아니, 이젠 정말 책임지셔야 합니다. 당신이 프로야구 팀의 감독이라는 이유만으로도 대한민국 프로야구는 퇴보하고 있는 것만 같은 기분입니다. 남자라면, 남자답게 당당하게 사과하고, 책임지시길 바랍니다.

현재 프로야구 최고의 공포는 바로 당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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