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온 국민들의 관심이 월드컵에 집중돼 있다. 게다가 비로 4개 구장 경기가 모두 순연됐다. 따라서 모두가 야구에 잠시 시들할 시기, 한번 기록을 통해 현재 KBO는 어떤 모습으로 진행되고 있는지 살짝 짚어보고 넘어가도록 하자.

  • 선동열 감독이 한 인터뷰에서 수치상 삼성은 5위권이라는 얘기를 꺼냈던 적이 있다. 틀린 얘기는 아니다. 삼성의 득/실점 데이터를 토대로 피타고라스 승률을 알아보면 .532로 4위권이다. 하지만 이기는 경기와 지는 경기를 철저하게 구분하는 투수 운영으로 현재 승률 .600으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실제 승률과 피타고라스 승률간의 이런 격차는 단연 KO 펀치의 힘이다. 한화 경기에서 쓰리런을 얻어맞으며 다소 지친 기색을 보이기도 했지만 권오준은 39이닝 동안 1.38의 뛰어난 방어율을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승계주자 19명 가운데 6명을 홈으로 불러들인 점은 명성답지 않은 모습이다. 혹사라 부르긴 힘들지만, 적절한 체력 안배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본다.

    오승환의 활약은 두 말할 필요가 없을 정도다. 하지만 역시나 이닝(33.6)이 다소 많다. 물론 최단 경기 20 세이브는 경축할 만한 일이 아니다. 하지만 거꾸로 팀 전력이 오승환을 그만큼 자주 필요한 수준밖에 못 된다는 이야기도 된다. 이런 사정에서도 꿈쩍 않는 '철가면' 오승환은 K/9 12.3의 압도적인 구위를 선보이고 있다. 볼넷은 달랑 하나. 아직 오승환은 괜찮아 보인다.

  • 여전히 현대는 .348의 뛰어난 팀 출루율을 기록하고 있다. 파워가 떨어져 찬스를 살리지 못하는 안타까운 모습이 연출되고 있기는 하지만 말이다. 이 중심에 서 있는 선수라면 단연 이숭용이다. 그가 기록중인 .443의 출루율은 양준혁(.477)에 이은 리그 2위 기록이다.

    장타율은 .455로 이택근(.517)에 이어 팀내 2위, 전체 12위 수준이다. 게다가 주자가 1루에 나가 있을 때의 뛰어난 활약은 높은 장타율의 효과를 극대화 시켜준다. 주자가 1루에 나가 있을 때 이숭용은 .484/.556/.613, GPA .403을 기록했다. 장타도 장타지만 좌타자 이숭용의 안타는 1루 주자를 3루까지 보내는 데 있어 효율적이다.

    또한 마땅한 2번 타자감이 없어 다소 낯선 2번 타순으로 출장하는 경우도 곧잘 있었다. 이 때도 .379/.455/.483, GPA .326을 날리며 김재박 감독의 기대에 부응했다. 이뿐이 아니다. 서튼이 라인업에 빠진 경우 유니콘스 라인업에는 상대를 주눅들게 할 만한 좌타자가 없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숭용은 좌타자를 상대로도 .375/.500/.400, GPA .325의 타격 솜씨를 선보였다. 파워가 다소 아쉽긴 하지만 출루율에 있어서는 완전 합격점이다.

    이숭용이 이번 시즌 현대 팬들에게 큰 사랑을 받는 가장 큰 이유는 꾸준함 때문이다. 팀이 잘 나갈 때나 못 나갈 때에 관계없이 항상 묵묵히 자기 몫을 해주고 있다. 어떤 타순에 놓든 누구와 상대하든 늘 자기 플레이를 해준다는 점은 확실히 매력적이다. 다시 주장을 맡은 한 해, 꾸준함과 성실함으로 팬들의 많은 사랑을 받길 바란다.

  • 수비에 있어서는 최근 연승 행진을 질주하고 있는 두산이 단연 돋보인다. 3.03의 FIP와 .729의 DER 모두 리그 1위 기록이다. 물론 잠실을 홈구장으로 쓴다는 점 역시 감안해야겠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홈구장의 특성을 최대한도로 극대화시킨 야구를 한다는 점에서 칭찬받을 만하다.

    선발진에서는 리오스(방어율 2.54)-랜들(3.20)-박명환(2.33)으로 이뤄진 트로이카 체제가 무척이나 견고해 보인다. 중간으로 넘어가면 전천후 김명제(4.05)가 선발과 정재훈 사이의 징검다리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그리고 나서 상대 타자들은 정재훈을 상대해야 한다. 하지만 그 역시 쉬운 일이 결코 아니다.

    수비진의 활약 역시 마찬가지다. 이종욱, 고영민 등 기대하지 않았던 선수들이 한 자리씩 꿰찬 라인업은 일부 팬들에게 낯설 수도 있다. 하지만 공격은 물론 수비에서도 이들은 최선을 다하는 플레이로 팬들의 기대에 부응하고 있다. 손시헌은 말할 것도 없을 정도다. 나주환 역시 작년에 비해 집중력이 향상된 모습이다. 1루수 안경현에 포수 홍성흔까지 내/외야가 골고루 든든한 선수들의 포진이다.

    그 결과 나머지 7개 팀 타자들은 두산을 상대로 .223/.293/.314밖에 때려내지 못하고 있다. 장타력 부족에 시달리는 두산의 팀 장타율이 .331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 상대 타자들이 두산 타자들보다 더 초라한 성적밖에 거두고 있지 못한 것이다. 두산이 4강 턱밑까지 쫓아온 건 확실히 우연이 아니다.
야구엔 유독 6월에 안 좋은 추억을 가진 팀들이 많다. 롯데가 가장 유명하고, 한화 역시 월드컵 기간에 팀 성적이 곤두박질친 경험을 가지고 있다. 그 6월도 벌써 절반이 지났다. 앞으로는 또 어떤 변화가 찾아들지, 월드컵 기간 중에도 이따금씩 챙겨보는 여유를 가져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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