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엽이 형이 없을 때 이 상을 받게 되어서 아쉽습니다."
지난 해 골든 글러브 수상식에서 한화의 김태균이 밝힌 내용이다. 개인적으로 김태균에게는 늘 근성이 부족하다는 인상이었는데 저 소감을 듣고는 생각이 조금 달라졌다. 이승엽을 넘어 최고의 홈런 타자가 되겠다는 야심이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홈런이란 야심만으로 정복되는 영역이 아니다.

물론 김태균은 지난 해 리그에서 두 번째로 많은 홈런을 때려냈다. 하지만 김태균의 기본적인 타격 매커니즘은 홈런 타자보다는 교타자라고 보는 편이 옳을 것 같다. 물론 김태균은 흔히 이야기하는 헤드업이 거의 없다. 왼쪽 어깨로 탄탄하게 벽을 만들면서 공을 기다리고 뒷다리에 쏠려 있던 무게 중심을 앞다리로 옮기는 과정 역시 얼핏 큰 문제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문제는 여기서부터 생긴다. 김태균은 이 지점에서 강한 스윙으로 타구를 받아놓고 치기보다는 결대로 밀어치는 방식을 선택한다. 달리 말해, 앞쪽의 다리와 어깨로 견고한 벽을 만들어 놓고도 그 효과를 제대로 이용하지 못한다는 말이다. 물론 공을 결대로 때리라는 것은 타자라면 누구나 어릴 적부터 들어온 이야기다. 하지만 김태균은 이 격언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것처럼 보인다.

사실 타격에서 앞다리는 회전의 축이 되는 동시에 회전을 막는 벽이 되는 모순적인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말하자면 타격 과정 전체에 있어 만들어진 에너지를 오직 한 곳에 집중해 강한 힘을 만들어내는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김태균의 앞 다리는 벽이 되어주기는 하지만 축으로서 기능하지는 못하는 것이다. 어쩌면 이것이 이번 시즌 김태균의 성장을 가로막은 한 원인일지도 모르겠다.

성장세의 둔화는 통계적으로도 발견된다. 김태균의 성장에 있어 가장 자주 비교되는 두 인물은 양준혁과 장성호다. 둘 모두 준수한 파워를 갖추고 있기는 하지만 홈런 타자라기보다는 교타자라는 칭호가 더 어울리는 타자들이다. 한번 데뷔 이후 5년차까지 이 두 선수의 평균과 김태균의 기록을 비교해 보도록 하자.


김태균의 데뷔 이후 5년차, 그러니까 작년까지의 기록을 놓고 보면 이 두 선수의 평균에 비해 김태균은 파워에서 우위를 보이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김태균은 앞의 두 선수, 특히 양준혁보다 훨씬 파워 위주의 야구가 주류인 시대에서 뛰었다. 따라서 이를 한번 리그의 평균과 비교해 보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 ERA+를 계산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세 선수의 각 기록을 리그 평균치와 비교했다. 예를 들어 한 선수의 타율을 보정해 127의 값이 나왔다면, 이 기록은 리그 평균보다 27% 더 뛰어나다는 의미다. 물론 구장값 역시 고려해야겠지만, 대구, 광주, 대전은 사실상 그리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 구장이다. 따라서 시대에 관해서만 보정을 해보면 다음과 같은 표를 구할 수 있다.


여기서 우리가 알 수 있는 확실한 사실 하나는 김태균의 파워가 위의 두 선수 평균에 비해 그리 확실히 뛰어난 편이 아니라는 것이다. 아니 좀더 정확히 말해 김태균은 양준혁에 비해서는 선구안과 파워 모두 부족한 모양새였다. 하지만 장성호가 데뷔 이후 5년간 보여준 것보다는 확실히 김태균이 더 많은 것을 보여줬다. 시대 차이를 고려해도 그렇다는 뜻이다.

그럼 그 이후 6년차에 이 선수들은 과연 어떤 타자로 성장을 하게 됐을까? 마찬가지로 리그 평균을 감안한 두 선수와 그들의 평균, 그리고 김태균의 자료다.


확실히 이번 시즌 김태균의 파워는 두 선수의 6년차만 못하다. 그렇다고 정교한 면에 있어 위의 두 선수에 비해 압도적인 우위를 보였다고 하기도 어렵다. 장성호에 근소한 차이로 앞서 있을 따름이다. 그나마 참을성에 있어 양준혁과 비교될 만하다는 것이 유일한 위안처럼 보인다. 그럼 김태균은 이대로 성장을 멈춰버리고 말 것인가?

김태균은 이번 시즌 전반기를 .258/.347/.355로 마쳤다. GPA .245의 기록은 확실히 김태균이라는 이름에 어울리지 않는 성적이었다. 하지만 후반기에는 조금 상황이 호전됐다. 올스타전이 끝난 후부터 오늘  현재까지 김태균은 .290/.405/.447을 때려냈다. GPA로 환산했을 때 .295의 준수한 성적이다. 확실히 다시금 감을 찾아가고 있다는 얘기다.

이런 상승세의 원동력은 다름 아닌 방망이 교체다. 김태균은 좀더 가벼운 무게의 방망이(880g)를 들기 시작하면서부터 타격감이 돌아오고 있다. 사실 김태균은 무거운 방망이(950g)를 들고 무턱대고 휘두른다고 해서 파워가 생길 유형의 타자가 아니다. 파워를 늘이기 위해서는 하체의 운동을 통해 얻어진 에너지를 좀더 상체로 손실 없이 옮기는 일이 김태균에게는 필요해 보인다. 이를 위해서라면 아무래도 가벼운 방망이가 유리하다.

선배 타자 가운데 김태균의 비교대상은 위에서 계속 이야기했던 양준혁과 장성호였다. 그리고 또래 가운데서는 롯데의 이대호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이번 시즌 이대호는 타격 트리플 크라운을 향해 진격하는 매서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대호 역시 지난 시즌까지 바깥쪽 코스의 공을 지나치게 밀어치려 노력하는 모습이 곧잘 보였다. 하지만 이번 시즌에는 떨어지는 변화구마저 퍼올려 홈런으로 만드는 장면도 자주 관찰된다. 하체와 상체간의 에너지 전달이 무리없이 이뤄지고 있다는 얘기다.


김태균 역시 마찬가지 학습을 겪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밀어치는 타격은 물론 좋은 접근이다. 하지만 당겨친다고 해서 나쁜 건 아니다. 문제는 모든 로케이션의 투구를 당겨치려 덤비는 것이지 당겨치는 것 그 자체는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현재보다 히팅 포인트를 좀더 앞에 둘 필요가 있어 보인다. 공을 보고 덤비라는 것이 아니라 공을 기다리는 동안 마중 나가듯이 하체의 회전이 상체로 연결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이런 기술을 연마하지 못한다면, 아마 김태균은 꽤 오래 수상식에서 이대호에게 박수치는 역할에 만족해야 할지도 모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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