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2018 평창 겨울올림픽 개회식에 참석한 대만 대표단. 평창=로이터 뉴스1 


결국 대만은 2020년 도쿄(東京) 올림픽 때도 자기 이름을 찾지 못하게 됐습니다. 대만은 1984년 로스앤젤레스(LA) 여름 대회 이후 올림픽에 중화 타이베이(中華臺北·Chinese Taipei)라는 이름으로 출전하고 있으며 국기와 국가 모두 쓸 수 없습니다. 그 대신 사진처럼 중화타이베이올림픽위원회(CTOC) 깃발과 회가(會歌)을 씁니다.


23일 올림픽 소식을 전문으로 다루는 '어라운드 더 링즈' 등 해외 언론 보도에 따르면 첸이팅(沈依婷) CTOC 사무총장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서 중화 타이베이 이외에 어떤 이름으로 바꾸는 것도 승낙하지 않겠다'는 뜻을 알려왔다고 밝혔습니다.


CTOC에서 먼저 IOC에 '대만(臺灣)으로 이름을 바꿀 수 있냐'고 물어본 건 아닙니다. 중화 타이베이는 대만이 IOC뿐 아니라 각종 (스포츠) 국제 기구에 가입할 때 쓰는 이름입니다. 중국(중화인민공화국)에서 '중화민국'이라는 정식 명칭을 쓰지 못하도록 압력을 가하고 있다는 게 이런 이름을 쓰고 있는 제일 큰 이유입니다. 그 중에서도 IOC가 중요한 건 이 이름을 처음 쓴 곳이 IOC이기 때문입니다.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대만 대표팀 선수촌 입촌식. 리우데자네이루=신화 뉴시스


1932년부터 1948년까지 IOC에서 중국을 대표하는 이름은 (당연히) 중국이었습니다. 이때 중국은 중화민국(中華民國·IOC 국가코드 ROC)이었습니다. 그러다 1949년 국공내전에서 패한 국민당 정부가 대만 섬으로 옮긴 국부천대(國府遷臺) 이후에 올림픽 출전명이 바뀌었습니다. 대만 대표팀은 1956년 멜버른 대회 때는 '포모사(福爾摩沙)', 1960년 로마 대회 때는 '포모사-중국(福爾摩沙 - 中國)'이라는 이름을 썼습니다. ('포모사'는 '예쁘다'는 뜻인 포루투갈어 Formasa에서 유래한 말로 대만을 가리키는 다른 이름입니다.) 1964년 도쿄, 1968년 멕시코시티 대회 때는 그냥 대만이었습니다.


중화민국 정부는 1972년 뮌헨 대회 때 재미있는 선택을 합니다. '중화민국(China)'이라는 이름으로 출전을 감행한 것. 1971년 유엔 상임이사국 자리를 차지하는 데 성공한 중화인민공화국에서 반발한 게 당연한 일. 1976년 몬트리올 대회 전 IOC는 '대만(Taiwan)'을 쓸 것을 제안했지만 중화민국 정부에서 거절습니다. 대만은 (우리가 흔히 대만 전체 영토라고 생각하는) 대만 섬만을 가리키는 표현이기 때문에 대표성이 떨어진다는 게 이유였습니다.



결국 대만은 1976년 몬트리올 대회를 보이콧했습니다. 중국 역시 '베이징(北京)에 있는 올림픽 위원회를 중국을 대표하는 조직으로 인정해 달라'며 올림픽을 보이콧하고 있던 상태였습니다. 이에 IOC는 1979년 10월 일본 나고야(名古屋)에서 집행위원회를 개최하고 베이징에 있는 올림픽 위원회는 중국올림픽위원회(COC), 타이베이에 있는 올림픽 위원회는 중화타이베이올림픽위원회(CTOC)로 부르기로 결정했습니다(나고야 결의안). 


이에 따라 (정치적인 이유로 1980년 모스크바 대회를 건너 뛴) 대만은 1984년 LA 올림픽 때부터 중화 타이베이라는 이름을 쓰게 됐습니다. 중국 역시 1952년 이후 처음으로 이 대회 때 올림픽 무대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그 뒤로 양안(兩岸)을 구분할 수 있는 이 표현을 널리 쓰고 있었지만…



대만에서 '독립운동'을 활발하게 벌이게 되면서 분위기가 다시 바뀌었습니다. 대만 독립운동은 한 마디로 '중국과 대만에 서로 다른 나라가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자는 운동입니다. 리덩후이(李登輝) 전 대만 총통(95)은 "중화민국이라는 허구에서 벗어나 중국과 헷갈릴 수 있는 국명, 국장 등 모든 요소를 완전히 삭제한 새 헌법을 쓰자"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국민투표를 통해 중화 타이베이를 대만으로 바꾸자'는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했고 IOC에서 앞장 서 반대 의사를 밝힌 겁니다.


이에 대해 국제복싱협회(AIBA) 회장이기도 한 우칭쿠오(吳經國) IOC 위원(대만)은 "나고야 결의안을 존중해야 한다. 국가대표 선수단이 올림픽에 나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어떤 이름으로 나가느냐 하는 것보다 훨씬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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