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2018년 5월 14일(현지 시간)은 미국 스포츠 역사에 길이 남는 날이 될 겁니다. 스포츠 도박을 합법화한 날이거든요. 아, 물론 아직까지는 '사실상' 그렇습니다. 각 주에서 합법화에 필요한 절차를 모두 마쳐야 진짜 합법이 됩니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이날 스포츠 도박을 불법으로 규정한 '프로·아마추어 스포츠 보호법'(1992년 제정)에 대해 6-3으로 위헌 결정을 내렸습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는 재판관 다수가 이 법이 수정 헌법 10조와 어긋난다고 판정한 겁니다.


헌법에 의하여 미합중국 연방에 위임되지 아니하였거나, 각 주에 금지되지 않은 권력은 각 주나 국민이 보유한다.

The powers not delegated to the United States by the Constitution, nor prohibited by it to the States, are reserved to the States respectively, or to the people.


쉽게 말해 저 조문은 연방이 어떤 권한을 보유할 수 있고 없는지를 다룬다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재판진은 연방법으로 스포츠 도박을 규제하면 저 조항과 어긋난다고 판단한 셈입니다.  


재판진은 판결문에 "스포츠 도박 합법화는 중요한 정책적 선택이지만 그 선택은 우리(대법원)가 할 수 있는 게 아니다"면서 "우리 일은 의회가 제정한 법률이 헌법에 맞는지 판정을 내리는 것이다. 스포츠 보호법은 그렇지 않았다"고 썼습니다. 그러면서 "(각 주) 의회는 스포츠 도박을 직접 규제할 권한이 있다. 하지만 규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면 각 주가 자유롭게 (세부 정책을) 결정할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지금까지 미국에서는 (제가 첫 사진을 찍은 라스베이거스가 있는) 네바다, 댈라웨어, 몬태나, 오리건 등 4개 주에서만 스포츠 도박이 합법이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네바다에서만 '한 경기' 승부에 대해 돈을 걸 수 있었습니다. 이제는 이런 제한도 모두 사라지게 됐습니다. (라스베이거스에서도 딱 한 대회 승부에는 돈을 걸 수 없습니다. 어떤 대회일까요? 정답은 이 포스트에.)


이번 판결에 따라 뉴저지가 스포츠 도박을 합법화하는 첫 번째 주가 될 확률이 99.9%입니다. 이 재판 피고가 바로 뉴저지주였기 때문입니다. 뉴저지주는 △메이저리그 △미국대학체육협회(NCAA) △미국프로농구(MLB) △미국프로미식축구리그(NFL)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를 상대로 거의 6년에 걸친 법정 싸움을 벌인 끝에 이번 판결을 얻어냈습니다.


뉴저지주가 피고가 된 건 2011년 스포츠 도박을 합법화하는 법률을 주민 투표에 부쳐 통과시켰기 때문. 이 주에는 라스베이거스와 함께 미국을 대표하는 카지노 도시 애틀랜틱 시티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문제는 카지노 산업이 예전만 못하는 것. 그래서 스포츠 도박 합법화를 통해 활로를 모색하려 했지만 반대에 부딪혔습니다. 이번 대법원 판결로 뉴저지인들은 소망을 이루게 됐습니다. 


재판 결과가 나온 뒤 스티븐 M 스위니 뉴저지주 상원의장(59·민주당)이 환영 이유로 든 것 역시 일자리와 경제 성장이었습니다. 



지난해 라스베이거스가 스포츠 도박으로 올린 매출은 대략 48억 달러(약 5조2000억 원). 일단 뉴저지(약 900만 명)는 네바다(약 300만 명)보다 인구가 더 많기 때문에 시장 규모가 더 클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습니다. 뉴저지 입법부는 6월 30일까지 스포츠 도박 합법화에 따른 입법 절차를 모두 마무리할 계획입니다. 


현재 뉴저지 이외에도 미시시피(MS) 웨스터버지니아(WV) 코네티컷(CT) 펜실베이니아(PA) 등 3개 주가 대법원에서 위헌 판결이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스포츠 도박 합법화 법안을 가결한 상태입니다.   




이들이 이렇게 서둘러 움직이는 건 역시 '세금' 때문. 미국게임협회를 인용한 뉴욕타임스 기사에 따르면 미국인이 지금까지 해외 온라인 사이트 등 불법 스포츠 도박에 쓴 돈은 약 연 평균 1500억 달러(약 162조 원). 이 돈이 수면 위로 올라오면 당연히 주 정부 수익도 늘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구단에서도 반기는 게 당연한 일. 마크 큐반 NBA 댈러스 구단주는 "이번 대법원 판결로 각 팀 구단주는 '구단 가치가 두 배로 올랐다'고 좋아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각 스포츠 단체는 '겉으로는 반대 속으로는 환영'에 가깝습니다. 메이저리그 노사는 성명을 통해 "다른 종목과 함께 (승부 조작 등에 대해) 적절한 안전 장치를 마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 사이 스포츠 전문 채널 EPSN은 메이저리그가 NBA와 함께 스포츠 도박 합법화를 예상하고 로비를 벌였다고 보도했습니다. NBA는 "스포츠 도박 업체 수익 1%를 배당받아야 한다"고 주장해 온 상태입니다


물론 도박 업체에서는 반대. 네바다 주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스포츠 도박 업체 이익률은 약 5.3%였습니다. 1%를 떼어주면 수익 20%가 줄어드는 셈이 됩니다. 이들은 '우리 이익이 줄면 게임 참가자들에게 돌아갈 몫도 줄어들기 때문에 불법 시장만 활기를 띄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저는 곧잘 '소위 비인기 종목을 살리는 가장 빠른 길은 스포츠 도박 합법화가 아닐까'하고 생각하고는 합니다. 미국 대법원이라고 승부 조작이 생길 위험 등을 몰라서 이런 결정을 내리지는 않았을 터. 체육진흥 투표권 그러니까 토토, 프로토가 엄연히 존재하는 상태에서 굳이 이런 저런 제한을 둘 필요가 있을까요? 이런 제한 때문에 오히려 '불법 토토'가 판 치는 건 아닐까요?




댓글, 0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