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 캐스터 세메냐(27·사진)는 특별한 육상 선수입니다. 툭하면 성별 시비에 휘말리거든요. 네, 남성과 여성을 구분하는 그 성별 맞습니다.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을 앞두고 제가 썼던 기사를 인용하면:


'성 염색체가 XY이면 남자고, XX이면 여자다.' 


중학교 과학 시험이라면 이렇게 쓰지 않으면 오답이 된다. 하지만 현실 세계에는 염색체 검사를 해 보면 XY로 나타내는데 겉보기에는 여성인 사람들도 있다. 의학적으로 ‘안드로젠 불감 증후군’ 환자로 분류되는 사람들이다.


(지금 확인해 보니 데스킹 과정에서 기사에 사실과 다른 부분이 들어갔습니다. 세메냐가 우여곡절 끝에 '여성'으로 리우 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게 됐다고 기사를 보냈는데 안드레젠 불감 증후군 보유자는 모두 나갈 수 없던 것처럼 바뀌었네요. 세메냐는 2012 런던 올림픽 때도 여자 800m에서 두 번째로 결승선을 통과했습니다.)


네, 많은 이들이 세메냐를 '안드로젠 불감 증후군' 환자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세메냐는 2009년 세계육상선수권에서 우승할 때부터 "체형이나 목소리 톤으로 볼 때 여성으로 보기 힘들다"는 의견이 따라 다녔습니다. 겉보기에도 여성이라고 판단하기가 쉽지 않았던 겁니다. 그래도 지금까지 결론은 항상 '여성으로 경기에 나서도 된다'는 쪽이었습니다.



이번에는 분위기가 조금 다릅니다. 세계육상경기연맹(IAAF)에서 올 11월 1일부터 테스토스테론(남성 호르몬) 수치가 높은 여성 선수는 △400m △400m 허들 △800m △1500m △1마일(1.62㎞) 경기에 참가하지 못하도록 제한을 두기로 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되면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정상 범위보다 3배 높은 세매냐는 여성 경기에 출전할 수 없게 됩니다.


IAAF는 26일 "선천적으로 테스토스테론 분비량이 많은 여성 선수는 대회 6개월 전부터 약물 처방을 통해 호르몬 수치를 낮추거나 남성과 경쟁해야 한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러면서 "성차별이 아니다. 경기를 공정하게 치르려면 꼭 필요한 규정이다. 태어날 때부터 테스토스테론 분비량이 많은 여성 선수는 신체적으로 엄청난 이득을 보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IAAF에서 이번에 이 규정을 처음 만든 건 아닙니다. 2015년에도 비슷한 규정을 만들었습니다. 단, 그때는 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서 '근거가 부족하고 (성)차별 논란이 있다'며 규정 발표를 막았습니다. (이게 제가 원래 기사에 썼던 내용입니다.) 당시 트위터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세메냐를 지지하는 전 세계 누리꾼이 '#HandsOffCaster(캐스트 세매냐를 좀 내버려둬!)'라는 해시태그로 응원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이번에 IAAF가 근거로 내세우고 있는 건 (어디겠어요?) IAAF에서 연구를 후원한 이 연구 결과입니다. 이에 따르면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높은 여자 선수는 △400m(2.7% 이득) △400m 허들(2.8%이득) △800m(1.8%) △해머 던지기(4.5% 이득) △장대높이뛰기(2.9% 이득)에 유리합니다. 물론 이 연구 결과에 대한 자세한 반론도 존재하지만 저 연구에서 제일 영향이 크다고 지적한 해머 던지기나 장대높이뛰기가 제한 종목에서 빠졌다는 사실만으로도 IAAF가 의혹을 받기에 충분합니다.


사실 1930년대 국제 대회에 여성이 참가하기 시작한 뒤부터 반복적으로 성별 논란이 일었습니다. 당연히 세매냐가 이런 논란 중심에 선 유일한 선수도 아닙니다. 현역 선수 가운데서는 두티 찬드(22·인도·사진) 역시 심심하면 성별 논란에 휘말리는 인물입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리우 올림픽을 앞두고 "여자 800m 출전 선수 중 3명이 간성(inetersex)라는 건 공공연한 비밀"이라고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2015년에 그랬던 것처럼 이번에도 누군가 CAS 같은 '공식 채널'을 통해 문제를 제기할 게 거의 틀림 없는 사실. 과연 이번에는 어떤 결론이 나올까요? 아니, 앞으로는 이 문제에 어떻게 접근하는 게 평등한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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