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88 서울올림픽이 국내 스포츠에 남긴 최고 레거시(legacy·유산)는 국민체육진흥기금입니다. 국민체육진흥공단에 따르면 1989년 서울올림픽 잉여금 등 3521억 원으로 시작한 이 기금에서 2015년까지 총 7조4493억 원을 가져다 국민 체육 진흥 사업에 썼습니다.


그러면 88 서울올림픽이 세계 스포츠에 남긴 최고 레거시는 뭘까요? 올림픽과 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 동시 개최입니다. 1988년 서울 대회는 역사상 처음으로 △올림픽을 치른 도시에서 △올림픽 시설을 활용해 △올림픽에 연이어 열린 패럴림픽이었습니다. 서울 대회 이후 1992년 바르셀로나, 1996년 애틀랜타도 같은 길을 걸었고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국제장애인올림픽위원회(IPC)는 2001년 올림픽과 나란히 패럴림픽을 열기로 합의했습니다. 이렇게 올림픽과 나란히(para) 열린다고 해서 패럴림픽입니다.


88 서울 패럴림픽이 남긴 레거시는 또 있습니다. 패럴림픽 최우수선수(MVP)가 받는 상 이름은 '황연대 성취상'입니다. 이 상은 한국 장애인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의사가 된 황연대 박사가 1988년 패럴림픽 때 '좋은 곳에 써달라'며 당시 돈 200만 원을 IPC에 기부한 게 시초입니다. 이 상은 성적에 관계없이 도전정신이 가장 뛰어나다고 평가받은 선수에게 돌아갑니다.


겨울 대회 때도 올림픽과 패럴림픽은 '나란히'입니다. 내년에 평창에서 겨울올림픽이 끝나면 겨울패럴림픽도 열립니다. 그런데 패럴림픽을 대하는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 태도가 '영 아니올시다'입니다. 언론에서는 저 단체 이름을 흔히 저렇게 줄여 쓰지만 공식 명칭은 '2018평창동계올림픽대회 및 패럴림픽대회 조직위원회'입니다. 그런데 스포츠조선 보도에 따르면 다른 날도 아니고 무려 '패럴림픽 데이' 때도 패럴림픽이 아니라 올림픽 로고만 썼다고 합니다. 


2020년 여름 대회를 준비하는 도쿄는 어떨까요? 2020 도쿄 올림픽 및 패럴림픽 조직위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두 대회 로고가 나란히 손님을 맞이합니다(사진 위). 평창은 당연히 그런 거 없습니다. 누군가는 패럴림픽이 하기 싫어 죽을 것 같은 숙제라는 사실을 숨기지 못할 때 다른 누군가는 품격이란 무엇인지 증명해 보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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