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라도 너무 모릅니다. 케빈 듀랜트(29·사진)가 자유계약선수(FA) 선언을 하는 방식으로 골든스테이트에 남기로 했다는 소식을 다룬 한국 언론 이야기입니다. 일단 제대로 읽으신 게 맞습니다. 정말 듀랜트는 FA 선언을 한 다음에 다시 골든스테이트와 계약을 하려 하고 있습니다. 도대체 이게 무슨 소리일까요?


이 소식을 다룬 동아일보 기사를 먼저 보시죠. (네, 저 아직 저 회사에 다닙니다.)


미국프로농구(NBA) 챔피언결정전 최우수선수(MVP)에 오른 듀랜트가 거액의 옵션을 포기하며 생애 첫 우승반지를 낀 골든스테이트에 남을 것으로 보인다. 


20일 미국 스포츠전문매체 ESPN은 "7월 2일부로 조건부 자유계약 신분이 되는 듀랜트가 옵션을 포기하고 2017∼2018시즌도 골든스테이트에 남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듀랜트는 지난해 골든스테이트와 계약하며 첫 시즌을 마친 뒤 옵션 샐러리를 받고 1년 더 팀에 머무르거나 FA 신분을 얻어 팀을 떠날 수 있는 '선수 옵션'을 넣어 계약했다. 하지만 듀랜트는 옵션 사용으로 얻을 수 있는 약 2800만 달러(약 318억 원)를 포기한 것은 물론이고 다음 해 연봉도 10년차 베테랑으로서 기대할 만한 액수보다 400만 달러 정도의 손해를 감수했다. 


어떤 상황인지 그릴 수 있으시겠죠? 자, 그러면 듀랜트는 내년에 얼마를 받게 될까요? 아직 잘 모르시겠으면 조선일보 기사도 보실까요?


ESPN은 "다음 시즌 약 2800만달러(약 320억원)의 연봉을 받을 전망이던 듀랜트가 그중 400만달러를 포기할 것으로 보인다"며 "대신 그 돈을 (앤드리) 이궈달라(33)와의 재계약에 써달라고 요청할 전망"이라고 20일 전했다.


이렇게 보면 듀랜트는 다음 시즌에 2400만 달러(약 274억 800만 원)에 계약할 것 같습니다. 그렇죠? 아닙니다. 듀랜트는 내년에 약 3100만 달러(354억 200만 원)를 넘게 받게 될 겁니다. 


네, 이번에도 제대로 읽으신 게 맞습니다. 듀랜트가 골든스테이트에서 연봉을 올려 받을 확률은 99.9%가 넘습니다. 그렇다면 도대체 두 기사에 계속해서 '400만 달러(약 45억 6800만 원)'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는 뭘까요? 그건 듀랜트가 3500만 달러(약 399억 7000만 원) 이상을 받을 수도 있는데 3100만 달러 정도만 받을 거라는 뜻입니다.


한번 이 두 기사에서 인용한 ESPN 기사 원문을 보시죠. 


The 2017 NBA Finals MVP will turn down a player-option salary of approximately $28 million to momentarily hit free agency with the intentions of taking less than the max he's eligible for as a 10-year veteran. 


(사실 후배 기자한테 그냥 물어보기만 하면 되지만) 동아일보에서는 아마 "the max he's eligible for as a 10-year veteran"을 "10년차 베테랑으로서 기대할 만한 액수"라고 번역했을 겁니다. 아닙니다. 놀랍게도(?) NBA는 10년차 선수가 연봉을 얼마까지 받을 수 있는지 정해두고 있습니다.


(사실 그 의미를 떠나 '조건부 자유계약 신분'이라는 말도 번역을 잘못한 겁니다. 원문 자체가 'unrestricted free agent'라고 돼 있거든요. 게다가 제도적으로 듀랜트는 조건부 FA가 될 수도 없습니다.)


NBA 사무국과 선수 노조가 맺은 노사협약(CBA)에 따르면 NBA에서 뛴 지 10년이 넘은 선수는 3570만 달러(407억 6940만 원)나 구단 샐러리캡(연봉 상한선)의 35% 중 더 큰 쪽까지 연봉을 받을 수 있습니다. 다음 시즌 샐러리캡은 약 1억200만 달러(약 1164억 8400만 원)로 오를 예정. 따라서 35%도 3570만 달러입니다. 위에서 듀랜트가 3500만 달러 이상을 받을 수 있다고 쓴 이유입니다.


하나 더 예언하자면 듀랜트는 지난 시즌처럼 골든스테이트하고 2018~2019 시즌에 선수 옵션을 넣어 '1+1 계약'을 맺을 겁니다. 그래야 내년 시즌이 끝나고 다시 FA 선언을 한 다음에 골든스테이트하고 제대로 된 계약을 맺을 수 있거든요.


NBA 노사는 샐러리캡에 몇 가지 예외 조항을 두고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얼리 버드(early bird) 예외 조항'입니다. '일찍 일어나는 새'라고 할 때 그 얼리 버드라는 뜻도 있고, NBA에서 제일 유명한 샐러리캡 예외가 '래리 버드 조항'이라 여기서 따오기도 했습니다.


래리 버드 예외 조항은 샐러리캡에 여유가 없던 보스턴이 래리 버드(61)와 재계약하려고 1983년 CBA에 이런 내용을 포함시켜 이름이 이렇습니다. 이 조항에 따라 3년간 한 팀에서 뛴 것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FA는 원 소속팀과 재계약할 때는 연차별 상한선(ex. 10년차일 때 3570만 달러)만 지키면 그해 연봉 총액이 샐러리캡을 넘어가더라도 예외로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얼리 버드는? 한 팀에서 2년 동안 뛴 게 기준입니다. 내년까지 뛰면 듀랜트는 골든스테이트에서 얼리 버드 기준을 충족할 수 있습니다. '래리 버드 FA'는 5년 계약이 되지만 얼리 버드 FA는 2~4년만 가능합니다. 얼리 버드 FA 자격을 갖추면 전년도에 자기가 받던 연봉 175% 또는 NBA 평균 연봉 중에서 더 큰 금액으로 계약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골든스테이트는 샐러리캡에 구애받지 않고 듀랜트에게 4년간 1억6000만 달러(1827억 2000만 원) 정도 되는 계약을 안길 수 있습니다. 


어쩌면 듀랜트가 이번에 옵트아웃(opt our·기존 계약을 깨고 나옴)을 선언한 건 그가 골든스테이트에 처음 합류할 때부터 예상할 수 있던 시나리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스테픈 커리(29·사진)가 이번 시즌이 끝나고 FA가 되기 때문입니다. 


커리는 올 시즌 연봉 1211만 달러(약 138억 2962만 원)으로 NBA 전체 92위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당연히 이번에는 올려 받으려고 할 겁니다. 커리는 골든스테이트에서만 8시즌을 뛰었기 때문에 래리 버드 FA입니다. 이에 따라 골든스테이트는 샐러리캡에 상관없이 커리와 최대 5년간 약 2억500만 달러(2341억 1000만 원)에 계약을 할 수 있습니다.


골든스테이트로서는 올해 커리와 계약하고 나서 내년에 듀랜트와 계약하면 두 선수 모두 샐러리캡 한도 이상으로 연봉을 줄 수 있습니다. '왕조'를 구축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할 수 있는 셈이죠. 커리와 듀랜트 모두 이런 상황을 바라고 있을 겁니다.
 

그래서 동아일보 기사에 나오는 "듀랜트에게서 아낀 돈으로 샐러리 캡에 전체적으로 여유가 생긴 구단은 (중략) 커리 등 우승 주역들에게도 섭섭지 않은 연봉을 챙겨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는 표현은 반은 맞고 반은 틀렸습니다. '실탄' 확보라는 차원에서는 듀랜트가 양보한 게 도움이 되는 건 맞지만 처음부터 샐러리캡하고는 무관하니까요.


이궈달라도 같은 상황. 그 역시 래리 버드 FA입니다. 구단에서 연차별 상한선까지 맞춰줘도 샐러리캡에는 영향이 없지만 당장 줄 돈은 필요합니다. 그러니 "듀랜트가 연봉을 낮추면 워리어스 구단은 사치세를 물지 않고 이궈달라가 요청하는 연봉을 맞춰줄 수 있다"는 조선일보 기사는 틀린 겁니다. 총알이 필요한 거지 사치세 때문에 연봉을 많이 줄 수 없는 건 아닙니다.


종합하자면 듀랜드가 구단에서 이궈달라하고 계약하기 쉽게 400만 달러를 양보한 건 맞습니다. 단, 그게 꼭 팀에 대한 애정 때문만은 아니었던 겁니다. 야구 격언에 빗대 표현하자면 농구는 비즈니스라기에는 너무 스포츠적이고, 스포츠라고 하기에는 너무 비즈니스적이었던 거죠.


NBA는 샐러리캡에 여러 예외를 인정하는 '소프트 캡' 시스템이라 제도가 아주 복잡합니다. 그 때문에 미국 현지 NBA 전문기자가 실수하는 일도 많습니다. 그래도 저 두 기사는 '양보'에만 너무 초점을 맞추다 보니 아예 잘못된 내용을 전달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원래 기자 끼리는 기사 비판을 삼가는 게 예의고, 심지어 기사를 쓴 게 회사 후배 기자인데도 굳이 주저리 글을 쓴 이유입니다. 


(혹시 보게 된다면, 미안하다, 보미야. 휴가 중이라 기사가 나오기 전에 알려줄 방법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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