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여자 축구 대표팀과 미국축구협회는 올 4월 단체협약(CBA)을 갱신했습니다. 이에 따라 알렉스 모건(28·사진)을 비롯한 미국 여자 대표 선수들은 남자 대표 선수들하고 똑같은 처우를 받게 됐습니다. 여자 대표팀에서 지난해 "남자 선수하고 돈을 똑같이 받아야겠다"고 주장했고 협회에서 결국 이를 받아들인 겁니다. 그래도 축구는 여전히 갈 길이 멀기만 합니다. 남녀 대회 상금 격차는 여전하거든요. 


영국 BBC 방송은 19일(이하 현지시간) 68개 종목 협회(연맹)에 의뢰해 받은 남녀 대회 상금 차이를 공개했습니다. 68개 협회 중에서 55곳이 설문에 응했는데 이 중 44개 종목이 상금 제도를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노르딕 (스키) 복합에는 여자 경기가 없고, 싱크로나이즈드 스위밍에는 남자 경기가 없으니 이러면 42개 종목이 남습니다. 이 가운데 35개(83.3%) 종목이 남녀 상금이 똑같았습니다. BBC에서 2014년 같은 조사 때 남녀 상금이 똑같은 종목 비율은 75.8%였습니다.


축구는 상금 차이가 나는 16.7%에 속합니다.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을 보면 남자 대회 상금은 3500만 파운드(약 505억 1165만 원)이지만 여자는 200만 파운드(약 28억 8638만 원) 5.7% 수준밖에 되지 않습니다. 적어도 미국에서는 남자 월드컵 결승전보다 여자 월드컵 결승전을 지켜본 시청자가 더 많았습니다. 미국 여자 축구 대표팀이 임금 인상을 요구한 근거 중 하나였습니다.



프로 리그는 남녀 차이가 더 큽니다.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 리그에서 우승하면 남자 팀은 1350만 파운드(약 194억 8536만 원)를 받지만 여자 팀은 1.6% 수준인 21만9920 파운드(약 3억 1742만)가 전부입니다. 잉글랜드 여자 프로축구(슈퍼 리그)는 아예 우승 상금이 없습니다. 지난 시즌 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우승 팀 첼시는 우승 상금으로 3800만 파운드(약 548억 4768만 원)를 받아갔습니다.


골프도 남녀 차별이 심합니다. BBC는 이번 조사에서 남녀 경기를 모두 치르는 브리티시오픈, US오픈, 미국(여자)프로골프투어(PGA·LPGA) 챔피언십, 유럽(여자)프로골프투어 랄라메리옘컵 우승 상금을 비교했습니다. 남자 대회 총 상금은 408만4130 파운드(약 58억 9097만 원)로 여자부 상금 197만1500 파운드(약 28억 4558만 원)로 두 배 이상 많았습니다.


미국과 유럽 여자 골프 선수들이 맞대결을 벌이는 솔하임컵 유럽 팀 주장을 맡은 안니카 소렌스탐(47·스웨덴)은 "스포츠는 비즈니스 세계를 비추는 거울과 같다. 불행하게도 많은 여성이 남성하고 똑같은 일을 하고도 돈을 더 적게 받는다. 남녀 선수가 성별이 아니라 실력에 따라 똑같은 대우를 받을 수 있도록  싸워나가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크리켓도 남녀 차이가 큰 종목으로 손꼽혔습니다. 24일부터 잉글랜드와 웨일스에서 국제크리켓평의회(ICC) 여자 월드컵이 열리는데요, 이번 대회 우승 팀은 47만 파운드(약 6억 7838만 원)를 받게 됩니다. 2019년 열리는 남자 월드컵 우승 상금은 이보다 6배 많은 310만 파운드(약 44억 7442만 원)입니다. ICC는 2032년까지 남녀 우승 상금을 똑같이 조정한다는 계획입니다.


거꾸로 테니스는 남녀 선수가 똑같은 상금을 받아가는 대표 종목으로 손꼽힙니다. US 오픈은 1973년 이미 남녀 상금을 맞췄고, 2007년 윔블던을 마지막으로 4대 메이저 대회 상금이 모두 똑같아진 상태입니다. 이에 대해 남자 선수 일부가 불만을 드러내기도 하지만 이미 대세는 대세입니다.


▌4대 메이저 테니스 대회 남자부 대 여자부 상금 비율

그래픽: 영국 일간 가디언


세계스쿼시협회(WSA)도 올해부터 성별 구분 없이 성적에 따라 똑같은 상금을 주기로 했습니다. 전 WSA 여자 세계랭킹 1위 로라 마사로(34·잉글랜드)는 "남자 선수하고 똑같이 연습하고 똑같이 경기를 치르는데도 더 낮은 레벨에서 뛰는 것처럼 대우 받아 좌절할 때가 많았다"며 "세계 최고 레벨에 있는 여자 선수라면 모든 여자 선수를 대표해 '남자하고 똑같이 받아야겠다'고 말할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런 주제가 나올 때마다 블로그에 글을 쓰고 있는 저 역시 이 주장에 동의합니다. '당위'라는 측면에서는 확실히 그렇습니다. 적어도 같은 대회 상금까지 달리할 필요야 있나요? 어차피 광고 모델 수입 등은 시장에서 알아서 결정할 테니 말입니다.


그런데 과연 FIFA에서 월드컵 남녀 대회를 함께 개최할 수 있을까요? 냉정하게 말해 축구에서 여자 경기가 더 인기 있는 건 어디까지나 '미국적인'일일 뿐이죠. 골프도 디오픈(The Open·브리티시오픈)을 같이 여는 게 가능할까요? 분명 어떤 스폰서(기업)는 남자 대회만 원할 텐데 말입니다. 과연 세계 스포츠가 어떤 해법을 찾아낼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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