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배가 가라 앉고 있다고 알려주는 가장 확실한 증거는 내분. 그렇다면 '평창호(號)'는 확실히 가라 앉는 배가 맞습니다. 집안 싸움을 시작했거든요. 이번에는 강원도개발공사와 2018 평창 동계올림픽대회 및 동계패럴림픽대회 조직위원회가 맞붙었습니다. 전장은 알펜시아리조트(사진).


강원도 산하 공기업인 강원도개발공사는 "평창 겨울올림픽 기간 동안 알펜시아가 영업을 중단하면 손실이 130억 원을 넘을 것"이라며 "이는 알펜시아 지난해 매출 472억 원의 27.5%에 해당한다. 조직위에서 이를 보전해야 한다"고 12일 밝혔습니다


이 공사는 한국생산성본부에 의뢰해 나온 '2018평창겨울올림픽 개최 관련 시설 이용료 및 영업중단 손실보상 연구'를 진행한 결과 이 같은 결론에 도달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연구 결과에 따르면 평창 올림픽 준비 및 대회 기간 동안 이 리조트에 있는 대중제(퍼블릭) 골프장은 223일(29억 원), 스키장은 273일(27억 원), 스키점프대는 242일(2억 원) 동안 영업을 할 수 없습니다. 이러면 손실액이 총 58억 원이 나옵니다. 여기에 객실(20억 원)과 먹거리(3억 원) 매출도 줄어 들 테니까 총 영업 손실이 80억 원이 넘는다는 게 강원도개발공사 주장입니다.


남은 50억 원은 시설이용료입니다. 조직위는 올림픽 기간 메인프레스센터(MPC)를 비롯해 컨벤션센터, 인터콘티넨탈(IC)호텔, 트룬컨트리클럽(CC) 클럽하우스, 오션 700 등을 이용할 계획입니다. 조직위는 이를 무상으로 쓰겠다는 방침이지만 강원도개발공사는 50억 원을 받겠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겁니다. 왜 이런 일이 생겼을까요? 



빚 내면 빛 나나

사실 알펜시아를 처음 짓게 된 이유부터 겨울올림픽 유치였습니다. 강원도는 2010년 겨울올림픽을 개최하고 싶어 했어했지만 캐나다 밴쿠버에 밀리고 말았습니다. 강원도는 이에 좌절하지 않고 곧바로 2014년 올림픽 유치를 목표로 내걸었습니다. 


당시 강원도는 "겨울 종목 시설이 부족해 떨어졌다"고 생각해 평창군 대관령면(당시 도암면)에 '친환경 리조트'를 짓겠다고 밝혔습니다. 그게 2005년이었습니다. 그 후 5년간 약 1조6836억 원을 들여 완성한 게 바로 알펜시아(알프스+아시아)입니다.


문제는 역시 빚이었습니다. 강원도가 자체 예산만으로 이 리조트를 짓기는 무리였죠. 강원도가 100% 지분을 보유한 강원개발공사는 민간 투자자들로부터 1조1189억 원을 투자 및 융자 받아 건설 비용을 마련했습니다. 


강원도와 강원도개발공사는 리조트 안에 있는 콘도를 분양해 빚을 갚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웠지만 이런 계획이 실패하리라는 건 안 봐도 비디오. 2014년 겨울 올림픽 유치에도 실패하면서 빚은 쌓여만 갔습니다. 


결국 빚이 8961억 원에 달하자 강원도개발공사는 2015년 "태릉과 진천 등에 여름 종목 선수촌은 있지만 겨울 종목 선수촌이 없는 만큼 정부가 알펜시아를 인수해야 한다"는 논리를 폈습니다. 물론 먹힐 리가 없는 주장이었죠. 그 뒤로도 강원도개발공사는 지금까지도 알펜시아를 어디로든 매각하려 하고 있지만 뜻대로 풀리지 않고 있습니다.


사실 강원도개발공사는 2005년만 해도 지역 언론에서 우량 공기업으로 평가하던 기관이었습니다. 알펜시아는 이 모든 명성을 앗아 갔습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이 공사는 부채가 1조2058억 원이 넘습니다. 이 중 약 70% 정도인 8424억 원이 알펜시아 때문에 생겼습니다. 단, 2015년 이후 알펜시아는 독립경영체제로 바뀐 상태입니다. 그래야 내다 팔기 편하니까 미리 손을 써둔 겁니다. 현재 이 리조트 운영 주체는 ㈜알펜시아입니다.



당연함 vs 당연함?

여기서 이번 싸움이 시작합니다. 강원도는 2011년 평창 겨울올림픽 비드(bid) 파일에서 "공공부문(public authorities) 소유의 모든 베뉴(venue·시설)를 무상으로(at no cost) 제공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나중에는 이런 내용을 담아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개최도시계약을 맺기도 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공공부문이 바로 강원도와 강원도개발공사였습니다. 현재 조직위는 이 계약에 따라 (알펜시아 밖에 있는) 조직위 사무실 등을 무상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조직위가 볼 때는 알펜시아도 무상으로 이용하는 게 당연한 겁니다. 알펜시아 자체가 겨울올림픽을 치르려고 만든 리조트인데 조직위더러 돈을 내라고 하는 건 말아 안 된다는 거죠. 


반면 빚에 시달리다 못한 강원도개발공사는 "이제 알펜시아가 별도 법인이라 무상제공할 법적 근거가 없다"는 논리에 매달릴 수밖에 없습니다. 이번에 문제를 꺼낸 노재수 사장은 올해 2월 1일에 부임했습니다. 전임자가 싸질러 놓은 똥에 자기도 파묵혀 죽기는 억울한 법. 그러니 130억 원이라도 어떻게든 받아 내고야 말겠다고 몸부림 치는 것도 당연한 일입니다.


어떻게 보면 이 리조트는 처음부터 태어나지 말았어야 했을 존재인지 모릅니다. 강원도는 처음에는 콘도를 분양해 올림픽을 치르겠다고 하더니, 나중에는 기껏 다 지어 놓았는데 올림픽 못 치르면 망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올림픽 때문에 지은 리조트를 올림픽 유치 명분으로 바꾼 거죠. 유치하려니 지어야 하고, 지었으니 유치해야 하고, 아, 몰랑, 올림픽 꼭 해야 돼.



흰 코끼리 한 마리 몰고 가세요

한국갤럽에서 평창 올림픽 개막 1년을 앞두고 2월 7일 공개한 '평창 겨울올림픽에 대한 관심과 전망' 조사 자료에 따르면 이 올림픽에 '관심  없다'는 응답자가 49%로 그 반대(48%)보다 더 많았습니다. '전혀 관심 없다'는 사람이 전체 응답자 중 5분의 1(19%)에 달할 정도였습니다. 같은 회사에서 평창 올림픽 유치에 성공한 2011년 조사했을 때 '잘된 일'이라고 답한 비율이 92%였던 걸 감안하면 분위기가 변해도 너무 변했습니다. 



뭐, 평창 올림픽이 어디 알펜시아만 문제겠습니까. 한번 잘못 만든 '흰 코끼리'는 커도 너무 크고, 무거워도 너무 무겁습니다. 과연 이 난리를 헤쳐 나갈 수나 있기는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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