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린 필립스(32·사진)가 29일 호주식축구리그(AFL) 여자부 초대 '최고선수상(best and fairest)' 수상자로 뽑혔습니다. 1897년 첫 시즌을 치른 AFL은 그동안 남자 선수들만 뛸 수 있는 리그였습니다. 그러다 올해부터 8개 팀으로 여자부 경기도 치르기 시작했습니다. 초대 챔피언은 필립스가 속한 애들레이드.


미식축구가 축구보다 럭비에 더 가까운 것처럼 호주식 축구는 모르는 사람이 보면 그냥 럭비라고 생각할 정도로 럭비하고 아주 가까운 종목입니다. 아래 동영상처럼 말입니다. (아, 내가 호주 워홀러 출신이다!)



필립스가 호주식 축구에 뛰어든 건 아버지 덕분. 아버지 그레그 씨(58)는 AFL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린 호주식 축구 선수 출신입니다. 그레그 씨는 AFL에서 17년을 뛰었는데 그 중 13년을 (포트) 애들레이드에서 보냈습니다. 필립스가 8주 동안 열린 이번 시즌을 괜히 애들레이드에서 보낸 게 아닙니다. 


필립스는 수상 소감을 밝히면서 "나는 태어나면서부터 푸티(footy·호주식 축구 애칭)가 하고 싶었다"면서 "그런데 13살이 되니까 더 이상 또래 소년들하고 더 이상 푸티를 하면 안 된다고 하더라. 17년이 지나고 나서야 다시 이 자리로 돌아올 수 있었다"며 감격스러워했습니다.


농구 팬 중에서는 필립스가 누군지 알고 있는 분도 계실지 모르겠습니다. 필립스는 원래 미국여자프로농구(WNBA) 댈러스에서 뛰는 가드입니다. 2012년에는 인디애나, 2014년에는 피닉스에서 WNBA 정상을 차지하기도 했습니다. 호주 농구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는 2006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고, 2008년 베이징(北京) 올림픽 은메달을 목에 걸기도 했습니다.



필립스를 유명하게 만든 또 한 가지 사건은 결혼이었습니다. 그는 호주여자프로농구리그(WNBL) 애들레이드 뛰던 7년 전 팀 동료로 만난 트레이시 게이헌(37)과 미국에서 결혼했습니다. 필립스는 이날 수상자로 이름이 불리자 제일 먼저 게이헌과 입맞춤을 나눴고, 수상 소감 발표 과정에서도 "이 모든 건 당신 덕(Every bit of this is owed to you)"이라며 애정을 과시했습니다. 둘은 지난해 11월 브루클린과 블레이크라는 쌍둥이를 얻기도 했습니다.


만화 영화 '심슨 가족'에서 마지는 "단지 레즈비언이라고 부족한 존재가 되는 건 아니다(Just because you're lesbian, it doesn't make you less of a being)"고 말했습니다. 굳이 따져야 한다면 투잡에 쌍둥이까지 키우는 필립스는 오히려 반대일 겁니다. (요즘 제가 페이스북에서 자주 쓰는 표현처럼) 필립스 앞길에 영광 있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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