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프로야구 넥센이 '예고된 파격'을 선택했습니다. 넥센은 27일 장정석 운영팀장(43·사진)에게 내년 시즌부터 지휘봉을 맡기기로 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장 신임 감독은 27일 구단과 계약기간 3년에 계약금 2억 원, 연봉 2억 원 등 총액 8억 원에 계약을 맺었습니다. 많은 넥센 팬들께 뜻밖으로 보일지 모르겠지만 제가 염경엽 전 감독(48) 사퇴 후 이모저모를 소개하면서 유일하게 실명을 거론한 감독 후보군이 바로 장 감독이었습니다.


우투좌타였던 장 감독은 덕수상고(현 덕수고)와 중앙대를 졸업하고 1996년 옛 현대에서 프로 무대에 데뷔했습니다. 그후 2002년 최익성(44)과 트레이드로 KIA로 팀을 옮겼다가 2004년 선수 생활을 마감했습니다. 커리어 말년에는 너클볼 투수로 변신을 시도하기도 했지만 1군 무대에서 공을 던지지는 못했습니다. 장 감독이 타자로 남긴 통산 성적은 타율 .215, 7홈런, 75타점입니다. 


그 시절 현대를 기억하는 팬들에 장 감독은 언더핸드 전문 대타 요원 이미지가 남아 있을 겁니다. 선수 시절 하이라이트 장면을 꼽으라면 역시 1996년 6월 2일 인천 경기였을 겁니다. 장 감독은 이날 1-1로 맞선 6회말 1사 만루에서 대타로 나와 박충식(46)을 상대로 오른쪽 담장을 넘어가는 홈런을 쳐냈습니다. 이날은 현대 마무리 정명원(50·현 kt 코치)이 이승엽(40)에게 몸에 맞는 공을 던지면서 벤치 클리어링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장 감독은 은퇴 후 다시 현대로 돌아와 기록원으로 프런트 생활을 시작했으며 2008년 팀이 '히어로즈'로 바뀐 뒤에도 계속 매니저와 운영팀장 등으로 팀과 함께 했습니다. 넥센은 "(장 감독이) 지난 9시즌 동안 거의 모든 경기을 현장에서 (함께 하면서)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 선수단과 교감하며 팀의 성장에 힘을 보태왔다"고 평가하면서 "이미 보스턴을 비롯한 메이저리그 시스템을 여러 차례 경험하는 등 견문이 넓고 학습 경험도 풍부하기 때문에 새로운 도전에 주저하지 않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습니다. 


장 감독은 "'구단은 선수를 위하고, 선수는 그 안에서 최선을 다하자'라는 구단 철학을 구현하고 싶다. 코칭스태프, 선수단 모두가 새로운 시도 앞에서 실패를 두려워 하지 않는, 선수가 중심인 야구를 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현대 야구에서는 현장 야구와 프런트 야구의 개념적 구분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특히 감독 1인 중심의 야구가 아니라 팀 내 각 파트가 역량을 갖추고 여기에서 나온 힘들이 하나로 결집될 때 최고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장석 넥센 대표이사는 "(감독 선임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이 선입견과 편견이 없는 그래서 오픈된 마인드와 자세로 귀를 열고 코칭스태프와 함께 선수단을 이끌 수 있는 인물을 뽑는 것이었다"며 "(현장 경험이 없어서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이 있는데) 누구에게나 처음은 있게 마련이다. 오히려 현장에서 보여준 게 없기 때문에 코칭스태프와 각 파트의 조언을 거부감 없이 귀담아 들을 수 있는 인물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습니다.


메이저리그에서는 현재 휴스턴을 이끌고 있는 A J 힌치 감독(42·사진)이 프런트 직원에서 곧바로 감독에 오른 인물입니다. 포수로 7년 동안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한 뒤 은퇴한 힌치 감독은 2005년 애리조나 구단 마이너리그 운영팀에서 일자리를 얻게 됩니다. 그로부터 4년 후 2009년 5월 8일(이하 현지 시간) 애리조나는 밥 멜빈 감독(55·현 오클랜드 감독)을 대신해 힌치를 감독 자리에 앉혔습니다. 


잘리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습니다. 애리조나 구단은 이듬해 7월 1일 힌치 감독을 경질했습니다. 힌치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있는 동안 애리조나는 89승 123패(승률 .420)밖에 기록하지 못했습니다. 


힌치 감독이 다시 기회를 얻은 건 2014년 9월이었습니다. 그는 2015년 팀을 아메리칸리그 와일드카드 결정전에 진출시켰습니다. 휴스턴으로서는 2005년 이후 10년 만에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것. 휴스턴은 올해 플레이오프에 진출하지 못했지만 시즌 전적은 84승 78패(.519)로 아주 나쁘지는 않았습니다. 현재까지 힌치 감독 통산 성적은 259승 277패(.483)까지 올랐습니다.


물론 힌치 감독은 현역 시절 포수였기 때문에 (나중에 내야수와 투수로 변신을 시도하기도 했지만) 외야수 출신인 장 감독과 사정이 다를지도 모릅니다. 한국 프로야구에서 장 감독은 외야수 출신 여덟 번째 (정식) 감독입니다. 이전에 외야수 출신 감독 중에서 팀을 포스트시즌으로 이끈 건 3명밖에 되지 않습니다. 그나마 한 명은 삼성 조창수 감독대행(67)이었습니다. 또 외야수 출신 감독이 이끄는 팀은 포스트시즌에서도 시리즈 전적 1승 3패를 기록하는 데 그쳤습니다. 장 감독이 이 전례를 깨뜨릴 수 있을까요?   


한편 넥센은 장 감독을 선임하면서 올 시즌 타격을 지도했던 심재학 코치(44)에게 수석코치 자리를 제안했습니다. 올 시즌 수석코치였던 이강철 코치(50)는 팀을 떠날 예정입니다. 광주일고 출신인 이 코치는 KIA에서 투수 코치를 하다가 같은 고교 출신 염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2013년부터 넥센에 합류했었습니다. 이 코치와 함께 박철영 배터리 코치(56), 정수성 주루코치(38)도 팀을 떠나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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