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보다 더 공을 원하는 선수를 본 적이 없다."


스탠 캐스턴 메이저리그 LA 다저스 사장이 클레이턴 커쇼(28·사진)를 평가한 말입니다. 팀이 필요로 하면 언제든 마운드에 올라갈 준비를 하고, 한번 마운드에 올라가면 좀처럼 내려오려 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그러니 마무리를 맡겼다고 사양할 리가 없었을 겁니다.


커쇼는 13일(이하 현지 시간) 워싱턴 방문 경기로 열린 내셔널리그 디비전 시리즈(NLDS) 5차전에서 팀이 4-3으로 앞선 9회말 1사 1, 2루 상황에 마운드에 올랐습니다. 원래 다저스 마무리 투수인 켄리 잰슨(29)이 7회부터 마운드에 오르면서 공을 51개 던졌고, 결국 9회에 지친 기색을 보이자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44)이 커쇼 카드를 꺼내든 겁니다. 


잰슨은 경기 후 뉴욕타임스(NYT) 인터뷰에서 "9회초 공격 때 커쇼가 불펜에서 몸을 풀고 있는 걸 보고 '내가 헛것을 봤나?'하는 생각 뿐이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럴 만도 했습니다. 커쇼가 선발로 나와서 공 100개를 던진 뒤 이틀밖에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으니까요. 로버츠 감독도 이날 경기를 앞두고는 '커쇼가 한 타자 정도는 상대할 수 있지 않냐'는 질문에 "절대 그런 일 없다"고 못 박은 상태였습니다. 물론 당연히 커쇼는 "내가 나가겠다고 했다"고 말했습니다.


커쇼는 첫 상대 타자였던 다니엘 머피(31)를 2루수 뜬공으로 잡아낸 데 이어 대타 윌머 디포(24)를 낫아웃으로 돌려 세우면서 승리를 지켜냈습니다. 그저 평범한 세이브가 아니라 다저스를 내셔널리그 챔피언 결정전(NLCS)으로 이끄는 세이브였습니다. NYT는 "커쇼가 다저스의 올 시즌을 세이브 해냈다"고 보도했습니다. 다저스가 NLCS에 진출한 건 2013년 이후 3년 만입니다.



그러면 커쇼가 세이브를 따낸 건 얼마 만일까요? 일단 포스트시즌에서는 처음입니다. 메이저리그에 올라온 뒤로는 정규리그 때 세이브를 거둔 적 역시 단 한번도 없었습니다. 그렇다고 프로 데뷔 이후 처음은 아닙니다. 마이너리그 시절 세이브가 있었으니까요. 커쇼는 주로 데뷔 첫 해 선수들이 참가하는 걸프 코스트 리그(GCL)에서 뛰던 2006년 8월 19일 경기에서 딱 한번 세이브를 기록했던 적이 있습니다.


GCL은 메이저리그 팀 애칭을 그대로 팀 이름으로 삼는 게 특징입니다. 따라서 커쇼는 GCL 다저스에서 뛰었습니다. 당시 커쇼가 세이브를 기록한 상대팀 이름은 'GCL 내셔널스'였습니다. 네, 그때도 워싱턴이 세이브 상대였던 겁니다. 그러니까 커쇼는 현재까지 커리어에 유이(唯二)한 세이브를 모두 워싱턴을 상대로 기록한 겁니다.


당시 '스페이스 코스트 스타디움'에서 GCL 경기에 참여한 이들 중에서 커쇼만 이날 '내셔널스 파크'에서 NLDS 5차전에 참가한 게 아닙니다. 당시 GCL 다저스는 잰슨도 참가하고 있었습니다. 이때도 잰슨이 지쳐서 커쇼가 마운드에 올랐던 걸까요? 아닙니다. 경기 링크를 클릭해 보신 분은 아시겠지만 잰슨은 당시 포수(사진)였습니다. 커쇼가 세이브를 기록할 때 공을 받은 것 역시 잰슨이었습니다.


한 명 또 있습니다. 당시 GCL 내셔널스 감독은 밥 헨리(43)였습니다. 누군지 잘 모르시겠다고요? 6회말 공격 때 홈에서 제이슨 워스(27)를 횡사하게 만든 바로 그 3루 코치가 헨리입니다. 워스가 아웃 당하면서 다저스는 7회 공격을 시작할 수 있었고 넉 점을 뽑으면서 결국 경기를 뒤집었습니다.



지난해 프로배구 여자부 신인 드래프트 기사를 쓰면서 "마침표를 예쁘게 찍는 자만이 처음을 남긴다"고 썼습니다. 사실 이 모든 게 커쇼가 아니었다면 그날 기록을 찾아볼 필요도 없었을 겁니다. 과연 다저스는 어디에 올 시즌 마침표를 찍게 될까요? 이건 어쩌면 언젠가 커쇼가 은퇴한 자리에 남을 마침표를 많이 닮은 질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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