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규가 결국 일본 프로야구 주니치 드래곤즈의 유니폼을 입게 됐다. 여전히 계약 총액에 대해 의견이 엇갈리는 게 사실이지만, 최소 금액을 잡는다 하더라도 이병규에게 거는 주니치 구단의 기대가 만만치 않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개인적으로도 처음 본 투수의 공을 가장 잘 때릴 수 있는 타자로 이병규를 꼽는다. 하지만 그의 일본 진출이 다소 우려스러워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특정 선수가 리그를 바꾼다면 어떤 성적을 얻게 될 것인가하는 점은 세이버메트리션들이 꽤 오래 연구한 주제 가운데 하나이다. 이 중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은 BP.com의 클레이 데이븐 포트가 고안한 DT(Davenport Translation) 시스템이다. 한번 이 시스템을 활용해 이병규의 성적을 알아보자.

기본적으로 DT는 EqA에 기반하고 있다. EqA는 Equivalent Average의 약자다. Equivalent라는 낱말이 보여주듯, 기본적으로 타율과 유사한 범위를 갖지만 해당 타자의 출루와 장타력 그리고 도루 능력까지 반영한 일종의 보정 지표라고 보면 좋을 것이다. 이번 시즌 이병규가 우리 리그에서 올린 기록을 가지고 DT 시스템을 통해 환산해 보면, EqA .254가 나온다.

일본 리그에서 이와 가장 유사한 범위의 EqA값을 기록하고 있는 선수는 치바 롯데의 후쿠라 카즈야(福浦和也)다. 이승엽의 롯데 주전 1루수 입성을 가로막던 바로 그 선수 말이다. 물론 포지션은 다르지만, 두 선수 모두 좌투좌타에 나이 역시 1살 차이밖에 나지 않는다. 선수의 향후 성적 예측에 주로 이용되는 유사성이라는 측면에서 높은 점수를 받을 만한 대목이다.

후쿠라는 이번 시즌에도 .312의 타율로 퍼시픽리그(PL) 공동 5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출루율(.362)과 장타율(.390) 모두 세이버메트리션의 관점에서 칭찬해줄 만한 수준이 못된다. 이 정도라면 볼넷을 고를 줄 모르는 단타 위주의 똑딱이라고밖에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자랑할 만한 것이라고는 5년 연속 기록 달성에 성공한 3할 타율밖에 없다. 이병규 역시 높은 타율에 의해 과대평가된 성향이 짙다.

그런데 흥미로운 건 후쿠라가 기록한 .362의 출루율이 PL 9위에 해당하는 성적이라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일본 리그는 볼넷이 적은 특징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시즌 NPB 전체 볼넷 기록은 9이닝당 2.7개밖에 되지 않았다. 이 점이 볼넷을 꺼려하는 이병규에게 어떤 방식으로 작용하는가 하는 점이 결국 성공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결국 어떤 공을 때리느냐가 아니라 어떤 공을 참느냐에 따라 성패가 갈릴 것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이병규가 참지 않으리라는 사실은 우리 모두가 잘 알고 있다. 어떤 공이든 때리고, 때린 공을 안타로 만들어내는 능력에 있어선 그 누구보다 뛰어난 타자가 바로 이병규이기 때문이다. 이병규가 다른 구장보다 유독 잠실에서 뛰어난 이유를 선보이는 것 역시 라인드라이브 타구를 생산해 낼 줄 알기에 가능한 일이다. 이런 점에서 나고야 돔의 넓은 외야 역시 타자 이병규에게는 도움이 될 것이다. 따라서 타율이라는 측면에서는 생각보다 그리 큰 하향세를 겪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세이버메트리션의 관점에서 분명 이병규는 그리 좋은 평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외국인 선수에게 거는 기대치라는 측면에서도 그럴지 모른다. 그러나 세이버메트릭스와는 또다른 방식으로 자신만의 야구 세계를 펼친 주인공이 바로 이병규이다. 더 큰 무대를 향해 떠나는 이병규에게 박수를 보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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