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프로야구 역사상 처음으로 나란히 1차 지명을 받은 부자(父子)가 나왔습니다. 넥센은 내년 신인 1차 지명자로 휘문고 내야수 이정후(18·사진 오른쪽)를 선택했습니다. 이정후는 이종범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46) 아들로 유명했습니다. 이 위원은 1993년 해태(현 KIA) 1차 지명자입니다. 이 위원 별명이 '바람의 아들'이라 이정후는 '바람의 손자'라는 별명을 얻고 있기도 합니다. 이정후에 앞서 NC 윤대영(22·현 경찰청)도 이 위원 외조카로 유명세를 떨치기도 했습니다. 


넥센에는 이정후뿐만 아니라 프로야구 선수 2세 출신이 적지 않습니다. 2015년 신인지명회의(드래프트) 때 2차 6번으로 지명 받은 송우현(20)은 송진우 KBSN 해설위원(50) 아들이고, 송우현보다 한 해 앞서 역시 2차 6번으로 입단한 이용하(21)도 야구 해설을 오래한 이병훈 전 KBSN 해설위원(49) 아들입니다. 여기까지는 해설위원 2세 목록.


이용하하고 같은 해 2차 4번으로 입단한 임동휘(21)는 임주택 한화 운영팀 차장(48)이 아버지입니다. 임 차장은 1991~2002년 빙그레와 후신 한화에서 외야수로 뛰었습니다. 지난해 SK에서 방출당한 지 하루 만에 넥센 유니폼을 입게 된 박윤(28)은 박종훈 NC 육성이사(57·전 LG 감독) 아들이고요. 대주자 전문 요원에서 수비와 타격까지 영역을 넓혀가고 있는 유재신(29)의 아버지는 1984년 롯데가 우승할 때 한국시리즈 7차전에서 역전 3점 홈런을 날렸던 유두열(60) 씨입니다.


올해 소속 선수를 기준으로 아버지가 프로야구에서 뛰었던 선수는 모두 16명입니다. 여기에 이정후를 포함하면 17명인데 그 중 6명(35.3%)가 넥센 소속이니 유독 넥센 출신이 많기는 합니다. (제가 미처 확인하지 못한 부자가 있다면 알려주세요. 추가하도록 하겠습니다. 단 △아버지가 1군 출장 기록이 있고 △아들이 현역 선수여야 합니다.)


▌프로야구 주요 부자(父子) 선수

 아버지  아들
 이름  팀  포지션  이름  팀  포지션
 강광회  쌍방울  외야수  강진성  NC  포수
 김인식  MBC  내야수  김준  KIA  투수
 박종훈  OB  외야수  박윤  넥센  내야수
 박철우  해태  내야수  박세혁  두산  포수
 송진우  한화  투수  송우현  넥센  외야수
 유두열  롯데  외야수  유재신  넥센  외야수
 유승안  빙그레  포수  유원상  LG  투수
 유민상  kt  내야수
 이병훈  LG  외야수  이용하  넥센  내야수
 이순철  해태  외야수  이성곤  두산  내야수
 이종범  KIA  외야수  이정후  넥센  내야수
 이종운  롯데  외야수  이정윤  LG  외야수
 임주택  한화  외야수  임동휘  넥센  내야수
 장광호  현대  포수  장승현  두산  포수
 전종화  쌍방울  포수  전호영  LG  내야수
 정인교  롯데  포수  정의윤  SK  외야수
 최해식  해태  포수  최상인  NC  투수

※아버지 팀은 가장 오래 머문 팀, 포지션은 한국야구위원회(KBO) 분류 기준


2013년에 부자 선수에 대해서 '나는 포수였지만… 아들아, 너는 마스크 쓰지 마라'라는 기사를 썼는데 여전히 이 분위기는 그대로입니다. 아버지는 포수가 5명으로 포지션별 2위인데 아들 중 포수는 2명밖에 되지 않습니다. 여전히 내야수가 7명으로 가장 많은 것도 특징입니다. 3년 전 허구연 MBC 해설위원이 "내야수가 희소성이 있다는 걸 프로에서 뛰어 본 아버지들이 알기 때문인 것 같다"고 분석해 주신 게 여전히 유효하기 때문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정후는 "아버지를 뛰어 넘는 선수가 되겠다"고 말했습니다. 현역 선수 중에서 아버지를 뛰어 넘었다고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건 SK 정의윤(30) 한 명 정도가 아닐까 싶습니다. 잠실을 벗어난 정의윤은 확실히 LG 시절하고는 다른 선수가 됐으니 앞으로도 이 분위기가 이어질 확률이 큽니다. 해태에 당할 대로 당한 태평양 팬 출신으로서 너무 무리한 부탁이라는 걸 알지만, 나중에 똑같은 내용으로 글을 쓸 때는 이정후라는 세 글자가 정의윤보다 먼저 나오는 선수가 되기를 바랍니다.


※이틀 연속 발제했는데 지면에 잡히지 않았고 그 사이 여러 매체에서 비슷한 기사를 썼기에 블로그에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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