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하지 못한 일이 생겼습니다. 메이저리그 시카고 화이트삭스 지명타자 애덤 라로쉬(37·사진 오른쪽) 이야기입니다. 라로쉬는 16일(현지 시간) 트위터를 통해 은퇴 소식을 알렸습니다. 그러면서 #FamilyFirst(가족이 먼저)라는 해시태그를 달았습니다.



스프링캠프가 한창인 이 시점에서 크게 다친 것도 아닌데 라로쉬가 갑자기 은퇴를 선언한 이유는 뭘까요? 구단에서 "(아들) 드레이크(14)가 클럽하우스에 너무 자주 출입한다. 출입 빈도를 절반 정도로 줄여달라"고 요청했기 때문입니다. 지난 시즌 연봉 1200만 달러(약 140억4000만 원)를 받고도 타율 0.207, 12홈런, 44타점으로 체면을 구겼던 라로쉬지만 이 지시에 따르고 명예회복 기회를 좇는 대신 올 시즌 연봉 1300만 달러(약 152억1000만 원)를 포기했습니다.


켄 윌리엄스 화이트삭스 사장은 "때로 인기가 없는 결정을 내려야만 할 때도 있다. 아이를 클럽하우스에 아주 데리고 오지 말라는 게 아니었다. 드레이크가 클럽하우스에 항상 있을 필요는 없다는 얘기였다. 세상에 그런 걸 용납하는 직장은 없다"고 말했습니다. 


라로쉬는 거꾸로 생각했습니다. 라로쉬는 워싱턴에서 뛰던 2013년 워싱턴포스트(WP) 인터뷰에서 "아들과 아버지가 하루 종일 함께 할 수 있는 직업은 몇 개 되지 않을 것이다. 야구 선수는 정말 멋진 직업"이라고 말했습니다. 사실 라로쉬부터 클럽하우스에서 자란 아이였습니다. 아버지 데이브(68) 역시 그가 네 살 때까지 메이저리거였고 그 뒤로엔 화이트삭스에서 코치로 활약했습니다. 라로쉬가 역시 메이저리거 출신인 동생 앤디(33)와 어린 시절을 보낸 곳이 바로 지금 클럽하우스였던 겁니다.


교육관도 확실했습니다. 라로쉬는 같은 WP 인터뷰에서 "아내에게도 '드레이크가 학교 교실보다 클럽하우스에서 쓸모 있는 정보를 더 많이 배우게 될 거야. 특히 삶의 교훈이라는 측면에서는 더욱 그럴 거야'하고 이야기했다"고 전했습니다. 대신 야구 경기가 없는 겨울에는 고향 캔자스 주에 있는 공립학교에 보내 공부를 시켰습니다.


드레이크가 말썽꾸러기였던 것도 아닙니다. 오히려 팀원들 지지를 받는 존재였습니다. 팀 동료 애덤 이튼(28)은 ESPN 인터뷰에서 "선수들 모두 드레이크하고 지내는 걸 즐겼을 거다. 드레이크는 자질구레한 심부름까지 도맡아 하는 착한 아이였다"면서 "어떤 관점에서 생각해야 드레이크를 골칫거리라고 볼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습니다. 라로쉬도 지난해 시카고트리뷴 인터뷰에서 "우리 아들은 팀의 26번째 선수"라며 자랑스러워했습니다. 


2008년 이후 가을 야구 무대를 밟지 못한 구단 경영진은 생각이 달랐습니다. 윌리엄스 사장은 "나도 드레이크를 사랑하고 이렇게 하고 싶지 않다"면서 "우리는 성적을 끌어올릴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인지 하나 하나 모두 점검하기로 했고 그래서 라로쉬에게도 협조를 부탁했던 것뿐"이라고 말했습니다.


저는 양쪽 모두 일리 있는 의견이라는 생각입니다. 선수들은 일단 라로쉬 결정에 박수를 보내는 분위기. 워싱턴 시절 팀 동료였던 브라이스 하퍼(24)는 #FamilyFirst 해시태그를 쓰면서 지지를 표명했습니다.



애틀랜타 시절 팀 동료였던 치퍼 존스(44)도 "소신을 지킨 라로쉬에게 엄지 척. 우리는 게임을 하는 것"이라는 말로 라로쉬를 응원했습니다.



미국프로미식축구리그(NFL) 시카고 소속 카일 롱(28)은 "나도 클럽하우스에서 자랐다. 우리 팀 클럽하우스에서 놀고 싶으면 언제든 찾아 오라"고 말했습니다.



메이저리그에서는 야구 선수 아들이 클럽하우스에서 뛰어 노는 게 낯선 일은 아닙니다. 칼 립켄 주니어(56)켄 그리피 주니어(47), 프린스 필더(32) 같은 슈퍼스타도 메이저리거였던 아버지와 함께 클럽하우스에서 지내면서 야구 선수 꿈을 키웠습니다.


메이저리그 홈페이지에 따르면 라로쉬는 이미 은퇴에 필요한 서류를 모두 작성해 구단 사무실에 보냈지만 구단에서는 생각할 시간을 더 주겠다며 아직 결재를 끝내지 않았따고 합니다. 이대로 은퇴하면 라로쉬는 메이저리그에서 12년 동안 통산 타율 0.260, 255홈런, 882타점을 남기게 됩니다. 골든글러브와 실버슬러거를 동시에 수상했던 2012년이 커리어 하이 시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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