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소위 비인기 종목이 존립하려면 정치권 지원 사격이 필요한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후방 지원 사격'에 그쳐야지 앞장 서 도와주겠다고 나서면 결국 사단을 일이키고 맙니다. 2018 평창 겨울올림픽을 앞두고 썰매 종목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운 이유입니다.


대한봅슬레이스켈레톤경기(BS)연맹과 대한루지연맹은 21일 공동 기자 회견을 열었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 16일 두 단체를 통합하겠다고 발표한 데 대해 비판하는 자리였습니다. 이 자리에서는 강신성 BS연맹 회장과 정재호 루지연맹 회장뿐 아니라 원윤종(30·봅슬레이), 윤성빈(21·스켈리턴) 같은 국가대표 선수도 훈련을 중단하고 참석했습니다.


봅슬레이 대표팀 이용 감독(37·사진 오른쪽)은 "같은 썰매 종목이라고 해도 △사용 장비 △경기 방법 △훈련 방법이 전혀 다르다. 세계 어떤 팀도 세 종목이 함께 훈련하는 경우는 없다"며 "경기장을 함께 쓰는 건 맞지만 스타트 위치와 출발 방법이 확연히 다르기 때문에 경기장 정보도 공유할 수 없다"고 항변했습니다. 문체부에서 두 단체 통합을 추진하면서 '같은 경기장을 다른 자가용으로 탄다고 보면 된다'는 논리를 내세운 데 대한 비판입니다.


가장 기본적인 썰매 세 종목 차이: 봅슬레이는 차를 타고, 스켈리턴은 엎드려 타며, 루지는 누워 탑니다. 당연히 스타트 방식도 다르고 또 썰매 종류도 다르기 때문에 훈련 방식도 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한국이 유독 특이해서 두 단체로 나뉘어 있는 것도 아닙니다. 세계 기구 역시 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경기연맹(IBSF)과 국제루지경기연맹(FIL)이 따로 있습니다. 두 단체에 따르면 두 세계 기구 역시 문체부의 통합 방침에 반대한다는 의견을 한국 정부와 평창올림픽조직위원회에 전달할 예정입니다. 평창조직위도 이미 문체부에 우려를 표명한 상태입니다.


두 단체는 "평창 올림픽이 2년 남은 상황에서 통합하는 건 오히려 국가와 국민이 원하는 성공적 올림픽 개최에 문제점을 야기시킬 것"이라며 "당장 내년부터 시작하는 트랙검측 및 테스트 이벤트 등 추진 사업과 예정 사업 수정이 불가피해 적지 않는 재정적, 행정적 낭비가 초래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항변했습니다.


예를 들면 이런 겁니다. 현대기아차는 봅슬레이 독자모델을 만들어 대표팀에 전달했습니다. 좀더 나은 모델도 거의 완성 단계에 있습니다. 그런데 두 단체가 통합하면 당연히 후원계약을 수정해야겠죠. 단체가 바뀌었다고 후원을 끊을 필요는 없겠지만 행정적인 낭비 요소가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또 지금은 단체가 두 개라 각종 지원도 두 종목 몫으로 받을 수 있지만 합치면 당연히 절반으로 줄어들 겁니다.


두 단체 회장은 "두 단체가 하나였던 2008년 이전으로 돌아간다고 생각해 보면 선수와 지도자들의 불안감이 너무도 크다"며 "평창 올림픽이 남의 나라 잔치가 되지 않도록 '고마움의 빚'을 갚기 위해 최선을 다해 기대에 부응하겠다. 통합과 관련된 모든 논란을 중지해 달라"고 호소했습니다.



결국 22일 문체부에서 두 단체 통합을 평창 올림픽 이후로 연기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종목단체 봅슬레이·스켈레톤과 루지의 통합과 관련해 "통합은 하되 그 시기를 2018 평창동계올림픽 이후로 하는 게 좋겠다"는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의 의견을 반영하여 이미 의결된 통합은 그대로 확정하기로 했다. 다만, 그 시기를 평창동계올림픽 직후로 유예하고 관련 규정에 그 내용을 반영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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