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코비 브라이언트(37·사진)가 은퇴를 하고 나면 미국프로농구(NBA) LA 레이커스가 영구 결번으로 예를 표할 게 당연한 일. 현재 레이커스 안방 스테이플센터에 내걸린 영구 결번은 모두 9개(13, 22, 25, 32, 33, 34, 42, 44, 52). 열 번째 숫자는 8일까요? 아니면 24일까요?


1996~1997 시즌 NBA에 데뷔한 브라이언트는 2005~2006 시즌까지는 8번을 달고 뛰었습니다. 그러다 10년이 지난 2006~2007 시즌을 앞두고 24번으로 바꿨습니다. 사실 브라이언트는 데뷔 때부터 24번을 원했습니다. 고등학교 때 처음 달았던 등번호였거든요. 그런데 NBA 데뷔 시즌에는 프레드 로버츠(45)가 이미 이 번호를 달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우여곡절 끝에 선택한 번호가 8번이었죠. 


올 시즌까지 브라이언트가 NBA 보낸 건 20년. 그러니 브라이언트는 첫 10년은 8번, 나머지 10년은 24번을 달고 뛴 겁니다. 그러니 둘 다 영구 결번 처리하지 않는다면 어떤 번호를 영구 결번으로 처리해도 이상하지 않습니다. 마이클 조던(52)하고 비슷하다고 생각하시는 분이 계실지도 모를 일. 그런데 조던이 45번을 달고 뛴 건 통산 1251게임 중 22게임(1.76%)밖에 되지 않습니다. 나머지 98.24%에서 조던은 23번이었습니다.


일단 우승 횟수를 기준으로 하면 8번이 우세합니다. 8번은 세 번(1999~2000, 2000~2001, 2001~2002 시즌), 24번은 두 번(2008~2009, 2009~2010 시즌)이니까요. 브라이언트와 함께 3연패를 달성한 샤킬 오닐(43)은 "당연히 우승을 많이 한 번호가 되어야 한다. 그래서 8번"이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24번을 달고 뛰었을 때는 두 번 모두 챔피언결정전 최우수선수(MVP)로 뽑혔습니다. 브라이언트 본인으로서는 온전히 자기 힘으로 이뤄낸 우승이라고 생각하겠죠. 리그 MVP로 뽑힌 2007~2008 시즌에도 24번이었고요. 그러니 브라이언트 본인은 24번을 선택해도 놀랄 일은 아닙니다.


▌등번호별 코비 브라이언트 성적 비교

 항목  #8  #24
 시즌  10  10
 챔피언 등극  3  2
 챔프전 MVP  0  2
 정규시즌 MVP  0  1
 올 NBA 팀  8  7
 올 디펜시브 팀  6  6
 올스타전 출장  8  9
 평균 득점  26.8  26.8
 필드골 성공률  45.1%  44.8%
 PER 평균  22.2  20.6
 40득점 이상 경기  67  54

※#24는 20일 현재, PER은 이 링크 참조


레이커스 구단에서 저한테 물어볼 리는 없지만 저도 24번을 선호합니다. 뭐랄까요. 8번 시절 브라이언트는 이기적인 선수라는 이미지가 지금보다 더 강했죠. 현재 많은 NBA 선수들을 '워너비'로 만든 건 24번 시절 브라이언트일 겁니다. 또 NBA하고 별 관계가 없다면 없지만 올림픽에서 두 차례(2008 베이징, 2012 런던) 금메달을 목에 걸 때도 24번이었고요. 여러분은 브라이언트가 어떤 번호로 기억될 거라고 보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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