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이영표 KBS 축구 해설위원은 말했습니다. "월드컵은 경험하는 자리가 아니라 증명하는 자리"라고. 여자 배구는 사정이 조금 다릅니다. 한국 여자 배구 대표팀에게 2015 국제배구연맹(FIVB) 월드컵 여자배구대회는 증명하는 자리가 아니라 경험하는 자리였습니다. 


세터 선택만 봐도 그렇습니다. 이정철 감독(IBK기업은행)은 대표팀이던 김사니(34·IBK기업은행), 이효희(35·도로공사) 대신 이다영(19·현대건설·사진 오른쪽), 조송화(22·흥국생명)에게 공격 조율을 맡겼습니다. 한송이(31·GS칼텍스) 대신 팀 후배 이소영(21)을 발탁한 것도 역시 세대 교체를 염두에 둔 포석이었죠.


결과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한국은 대회 마지막 경기서 쿠바에 2-3(22-25, 25-18, 25-16, 28-30, 13-15)으로 재역전패하며 5승 6패(승점 16점)로 대회를 마무리했습니다. 12개 참가국 중 6위에 해당하는 성적입니다. 그래도 이다영에게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공격수 특히 '에이스' 김연경(27·페네르바흐체)과 호흡이 잘 맞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다영은 "대표팀에 소집된 후 손발을 맞춰볼 기회가 적었다. 손발이 너무 맞지 않아 속상했다"며 "(김)연경 언니와 토스 구질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나웠다. 부담을 갖지 말라고 격려도 해주셨다. 큰 힘이 됐지만 아쉬운 건 어쩔 수 없다. 그래도 값진 경험을 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이번 대회에서 몸을 사리지 않았다. 볼만 보고 뛰다보니 몇 번이나 부상 위험이 있었다. 가끔은 이런 모습에 내가 무서울 때도 있다"고 웃으면서 "원래 잠이 많은 편인데 이곳에 와서 제대로 된 잠을 이루지 못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쌍둥이 언니 이재영(19·흥국생명·사진 왼쪽)도 "대회 기간이 길어 힘들다. 대회가 시작되고 단 한 번도 쉬지 못했다. 너무 힘들어 내 몸이 여러 개였으면 좋겠다"면서 "나도 그렇도 언니들도 많이 긴장했다. 경기를 하지 않았는데도 지레 겁부터 먹고 경기장에 들어갔다"고 말했습니다.


이재영은 계속해 "일본을 이기지 못한 게 제일 아쉽다. 그날 몸이 너무 좋아 유난히 욕심이 생겼는데 긴장한 탓인지 실수가 잦았다. 조금 더 뛰고 싶었는데 더 이상 기회가 오지 않았다. 너무 속상해 숙소에 들어와 펑펑 울었다"고 털어놨습니다.


마케팅 측면으로 보나 기량으로 보나 이재영·다영 쌍둥이 자매는 오랜만에 한국 여자 배구에 찾아온 선물 같은 존재. 물론 이번 대회 때는 2% 아쉬운 모습을 선보인 것도 사실입니다. 그래도 정말 이번 대회는 경험하는 시간. 올 시즌 프로배구 V리그에서 그리고 내년 국가대표 무대에서 더 발전한 쌍둥이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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