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저는 한국 남자 배구 대표팀이 지난해 인천 아시아경기 때 금메달을 따지 못한 제일 큰 이유는 에이스가 삼성화재 박철우(30·군 복무 중)였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두 번째 이유를 물으신다면 송희채(23·OK저축은행·사진 왼쪽 두 번째)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답하겠습니다. 이란에서 열리고 있는 제18회 아시아남자배구선수권대회를 보면서 이 생각을 더욱 굳히게 됐습니다.


송희채는 팀 동료이자 한때 '경기대 삼총사' 중에서 제일 늦게 대표팀에 합류했습니다. 송명근(22), 이민규(23)는 프로 데뷔 시즌을 마치고 지난해 국제배구연맹(FIVB) 월드리그 국제남자배구대회 때부터 줄곧 대표팀 명단에 이름을 올렸지만 송희채는 올해 월드리그가 성인 대표팀 데뷔 무대였습니다. 송희채는 2013년에도 세계선수권대회 아시아예선 최종 라운드 때도 합동 훈련 명단에는 이름을 올렸지만 최종 엔트리에는 들지 못했습니다. 송희채는 "당시에는 공부 차원이었기 때문에 실망이 크지는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올해는 직접 뛰면서 성적을 내야 하는 상황. 특히 이번 대회는 내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으로 가는 첫 관문입니다. 송희채는 "월드리그 때 상대한 유럽 선수들은 파워가 달라 내내 헤맸다. 국내로 돌아오고 나서 컵대회(2015 청주·KOVO컵 프로배구대회) 이후 안정을 되찾은 것 같다"며 "(대표팀 동료들과도) 점점 손발이 맞아 가고 있다. 경기를 많이 뛰게 되면서 리시브도 점점 적응이 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송희채는 여전히 대표팀 주전은 아닙니다. 기본적으로는 곽승석(27·대한항공)이 흔들릴 때마다 자리를 채우는 게 그의 임무. 


그래도 송희채는 "대표팀은 보물창고"라고 말합니다. 선배들 장점을 곁에서 보면서 기량 향상에 도움을 받을 수 있기 때문. 그는 "롤모델인 문성민(29·현대캐피탈) 형의 자세와 스텝을 많이 보고 있다. 레프트는 리시브가 전부가 아니기 때문"이라며 "또 최홍석(27·우리카드) 형의 블로킹, 곽승석 형의 움직임을 유심히 보고 배우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보고 있으면 내가 제일 못하는 것 같다. 수준 차이가 나지 않게 적극적으로 노력하고 있다"며 웃었습니다.


이어 "그래도 경기를 뛰면 뛸수록 공격, 블로킹, 서브 등 모든 면에서 자신감이 붙는다. 형들과 같은 코트에서 뛸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너무 기죽지 않으려 한다"며 "이란에 와서 가장 많이 듣는 말이 '대표팀이 흥해야 한국 배구가 더 흥한다'는 것이다. 한 나라를 대표하는 일원으로서 강한 책임감을 가지려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송희채의 자신감과 책임감은 한국 대표팀이 7년 만에 (사실상 2군 전력이기는 했지만) 이란을 꺾는 원동력으로 작용했습니다. 문용관 대표팀 감독은 5일 이란 경기에 송희채와 곽승석을 동시에 투입했습니다. 1세트 때 문성민이 착지 과정에서 허리를 삐끗하자 그를 빼고 송희채를 투입한 것. 둘이 동시에 코트에서 뛰자 리시브 라인이 안정됐고, 세트 플레이도 살아났습니다. 결국 한국은 이란에 3-1(17-25, 28-26, 25-20, 25-23) 역전승을 거뒀습니다. 


송희채 같은 수비형 레프트는 어떻게 보면 눈에 잘 띄지 않는 자리. 하지만 배구 감독들이 틈만 나면 "리시브 불안 때문에 졌다"고 말하는 게 우연만은 아닐 겁니다. 석진욱 현 OK저축은행 코치(39)가 삼성화재 시절 그렇게 은퇴하고 싶다는데 괜히 당시 신치용 감독(60)이 말린 것도 아닐 테고 말입니다. 한국 배구의 '차세대 리시버' 송희채가 더욱 성장하길 기원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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