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합리적 의심' 기법을 앞세워 TV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프로농구 선수 출신 서장훈(41). 그런데 원래 계약대로(?)라면 서장훈은 지금 강단에 서 있어야 합니다. 1992년 4월 28일자 동아일보 기사(사진)에 따르면 서울 휘문고 재학 시절 그가 연세대로 진학을 결정하면서 △현역 은퇴 후 연세대 대학원 입학 및 △외국 유학을 보장하고 △강단에 설 수 있도록 해준다는 조건을 받아냈기 때문입니다. 


당시 아버지 서기춘 씨는 "스카우트 액수에 관해 구체적으로 얘기가 오간 적은 없다"면서 "장훈이의 장래 문제가 보장된 만큼 연세대가 스카우트비로 얼마를 내든 개의치 않을 생각"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럼 연세대는 스카우트비로 얼마를 썼을까요? 이듬해 한겨레는 "서장훈은 적어도 3억 원 정도는 받았을 것이라고 그를 잘 아는 사람들은 말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이 신문은 그러면서 "농구 명문고의 간판급 선수라면 남녀를 불문하고 1억 원을 넘기는 것은 보통 일이 됐고, 스타급 선수의 경우 3~5억 원까지 이른다는 것은 농구계의 공공연한 비밀로 돼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물가 상승률을 감안하면 현재 돈으로 6~10억 원 가까운 돈을 받았던 겁니다. (e나라지표를 보면 실제로는 두 배가 아니라 194.5% 올랐지만 스카우트비를 끊어서 주지는 않았을 테니…) 


대학 농구 인기가 사그라든 2000년대 중반 나중에 국가대표가 되는 아들을 농구 명문교에 진학시킨 저희 아버지 지인도 금세 고급차를 끌게 됐습니다. 당시까지도 이 관행이 무너졌다고 보기는 어려운 겁니다. (구체적인 스카우트 금액도 들었지만 사실 확인을 한 건 아니니 공개하지 않습니다.) 이 스타급 선수들이 '장학금' 받는 걸 당연하게 여기고 있는데 이를 갑작스레 없애는 게 쉽지 않은 노릇일 것이라는 말씀입니다.


한두 푼도 아닐 텐데 대학에서는 이 스카우트 비용을 어떻게 마련했을까요? 감사원에서 2012년 2월 발표한 대학의 체육 특기자 입학 감사보고서를 인용한 한겨레 기사를 보겠습니다. 


스카우트 비용의 상당 부분은 학부모 쪽에서 나온다. 감사원이 2009~2011년 5개 대학의 일부 종목의 특기자 선발을 분석했는데, 대학이 15명의 우수선수를 스카우트하는 조건으로 받아들인 기량 부족 선수는 12명이었다. 거의 반반인 셈이다. 이들 12명 중 입학 뒤 3명만이 선수로 등록했다. 이른바 끼워팔기에 해당하는 선수의 학부모는 감독이나 브로커에게 거액을 제공할 수밖에 없다.


그러니 고3 때 평균자책점이 9점대인 투수가 야구 명문대에 입학하는 일이 벌어질 수 있는 겁니다. 올해 입시도 크게 다를 것 같지 않습니다. 올해 한 대학에서 정한 야구 특기자 모집 인원이라고 합니다.





다른 기준은 다 그럴 수 있다고 쳐도 대관절 어떤 야구팀이 콕 찝어 우투좌타 유격수가 2명이나 필요하단 말일까요? 이렇게 입학 인원을 미리 정해놓다 보니 고교 4할 타자는 멀쩡히 대학에 입학하고도 재수를 선택해야 하는 아이너리가 벌어지기도 합니다.


굳이 운동 시킬 필요 없이 그냥 학부모가 돈을 내고 자녀가 대학에 입학하면 안 되는 걸까요? 한국에는 대입 3불(不) 정책이라는 게 있습니다. 고교등급제, 대학별 본고사와 함께 돈을 받고 학생을 입학시키는 기여입학제를 금제하는 제도죠. (네, 제가 전직 교육 기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체육 특기생 제도를 이렇게 '뒷구멍'으로 활용하고 있는 겁니다. 하릴없이 지도자라는 양반들은 거짓말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내몰리게 되고 말입니다. 


저는 기본적으로는 기여입학제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고 보는 쪽입니다. 일단 수억 원을 내고 대학에 들어올 수 있는 학생이라면 나중에 다른 학생들하고 '경쟁'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이 정도 되면 물려받는 재산이 많을 테니 취업할 때 경쟁할 필요도 거의 없을 거고, 당연히 '스펙 관리'에 있어서도 다른 학생들하고 차이를 보이게 되지 않을까요? 지금처럼 음지에 숨겨둘 게 아니라 공식화하는 게 대학 회계를 좀더 투명하게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는 뜻입니다. 물론 대학에서 이 학생은 '정원외'로 뽑고요.


그렇다고 연세대 설준희 교수(의학) 주장처럼 기여입학제를 실시하면 '반갑 등록금'을 구현하는 게 가능하다고 보지는 않습니다. 어떤 부모가 거액을 써가면서 굳이 '지잡대' 졸업장을 사려고 들겠습니까. 명문대 쏠림 현상이 극심할 거고 대학 재정은 더욱 양극화될 게 불 보듯 뻔한 일. 이런 사정으로 기여입학제를 실제로 도입하는 데는 많은 난관이 따를 겁니다. 이런 논리는 실제로 많은 대학에서 기여입학제 도입을 반대하는 근거이기도 합니다. 물론 '국민정서법'에도 완전 위배되고요.


그렇다면 계속 실력 있는 학생 선수들이 상처 받도록 놔두는 게 옳은 일일까요? 어차피 돈을 내고 대학에 들어가는 학생 선수들이 있다는 게 공공연한 비밀인데 이렇게 계속 뒷구멍을 방치해야 하는 걸까요? 도덕적으로야 "돈 받지 말고 제대로 학생을 뽑으라"고 하면 그만인 이야기일지 모르지만 '합리적 결론'을 찾기는 참 쉽지 않은 문제입니다.


당연한 얘기지만 '끼워팔기에 해당하는 선수'가 모두 돈을 내고 대학에 들어가려고 운동을 선택하는 건 아닙니다. 제가 아는 친구 하나는 고교에 입학하면서부터 이미 자기는 농구로는 대성하기 글렀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제야 공부를 시작해서 대학을 가기는 너무 막막했다고 하네요. 그래서 일단 '묻어서' 대학에 들어간 뒤 금방(구체적인 시기를 들었는데 기억나지 않습니다.) 농구를 그만뒀다고 합니다. 그리고 대학 학군단(ROTC)을 선택해 농구 선수가 아닌 인생을 모색하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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