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성용(27·LG)-성범(26·NC) 형제가 2일 마산 경기에서 프로야구 역사상 두 번째로 '한 경기 형제 홈런'을 터뜨렸습니다.
형제가 같은 경기에서 홈런을 친 건 이번이 두 번째지만 상대팀에서 각자 홈런을 터뜨린 건 프로야구 34년 역사에서 나씨 형제가 처음입니다. 사실 형제가 서로 다른 팀 타자로 출전한 것도 이 경기가 처음입니다.
이전에 같은 경기에서 홈런을 터뜨린 형과 동생은 양승관(56)-후승(54) 형제. 당시 청보 소속이던 양씨 형제는 1986년 7월 31일 안방 롯데 경기에서 형이 먼저 6회 1점 홈런을 터뜨린 뒤 8회에 동생이 형의 대타로 나와 2점 홈런을 쳤습니다.
1983년 9월 19일자 경향신문은 삼미에서 뛰던 형이 결승 홈런을 치고, 인하대 소속이던 동생이 결승타를 치자 '양승관·승호 형제 최고의 날'이라고 기사 제목을 뽑았지만 실제 최고의 날은 3년 뒤에 나왔습니다.
현재까지 프로야구 구단에서 나란히 지명을 받은 형제는 모두 31쌍입니다. 이 중 20쌍이 형제 모두 1군 무대에서 뛰었습니다. 지금보다 선수가 부족했던 옛날이라도 1군에서 경기를 뛰는 게 만만한 일은 아니었던 겁니다.
형 | 동생 | ||||||
이름 | 출생년도 | 포지션 | 데뷔 팀 | 이름 | 출생년도 | 포지션 | 데뷔 팀 |
구천서 | 1963 | 내야수 | OB | 구재서 | 1963 | 외야수 | OB |
양승관 | 1959 | 외야수 | 삼미 | 양후승 | 1961 | 외야수 | 청보 |
박정후 | 1959 | 투수 | 롯데 | 박칠성 | 1962 | 외야수 | OB |
김상기 | 1961 | 투수 | 삼미 | 김동기 | 1964 | 포수 | 청보 |
서일권 | 1961 | 외야수 | OB | 서왕권 | 1968 | 투수 | LG |
정명원 | 1966 | 투수 | 태평양 | 정학원 | 1968 | 내야수 | 쌍방울 |
윤동배 | 1966 | 투수 | 롯데 | 윤형배 | 1969 | 투수 | 롯데 |
구대진 | 1967 | 투수 | 쌍방울 | 구대성 | 1969 | 투수 | 빙그레 |
지화동 | 1967 | 내야수 | 빙그레 | 지화선 | 1970 | 외야수 | 빙그레 |
박기택 | 1968 | 외야수 | 쌍방울 | 박기복 | 1971 | 외야수 | 롯데 |
안명호 | 1971 | 포수 | 롯데 | 안명성 | 1973 | 내야수 | 현대 |
정수근 | 1977 | 외야수 | OB | 정수성 | 1978 | 외야수 | 현대 |
최영필 | 1974 | 투수 | 현대 | 최영완 | 1976 | 투수 | 해태 |
김주용 | 1980 | 외야수 | 롯데 | 김주철 | 1982 | 투수 | 해태 |
조동화 | 1981 | 외야수 | SK | 조동찬 | 1983 | 내야수 | 삼성 |
안영진 | 1983 | 투수 | 한화 | 안영명 | 1984 | 투수 | 한화 |
양훈 | 1986 | 투수 | 한화 | 양현 | 1992 | 투수 | 두산 |
나성용 | 1988 | 내야수 | 한화 | 나성범 | 1989 | 외야수 | NC |
유원상 | 1986 | 투수 | 한화 | 유민상 | 1989 | 내야수 | 두산 |
고영우 | 1990 | 내야수 | KIA | 고영표 | 1991 | 투수 | kt |
※포지션은 한국야구위원회(KBO) 홈페이지 표기 기준
표에 나온 선수 중 구천서(52)-재서(52) 형제는 프로 원년(1982년)에 프로에 데뷔했습니다. 나이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둘은 쌍둥이 형제였습니다.
그래도 야구 유전자를 똑같이 물려받은 건 아닌지 형 구천서는 프로에서 12년 활약한 반면 동생 구재서는 6시즌 동안 주로 대주자로 뛰다 은퇴했습니다.
사실 형제 선수는 한 쪽으로 기량이 쏠리는 게 오히려 더 일반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최동원(1958~2011)은 롯데는 물론 한국 야구를 대표하는 에이스였지만 막냇동생 최수원(48)은 심판으로는 유명하지만 프로에서 지명도 받지 못했습니다.
호주 프로야구까지 점령한 구대성(46)은 모르는 게 이상한 스타지만 형 구대진(48)이 쌍방울에서 뛰었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팬은 드뭅니다.
그래서 조동화(34)-동찬(32)은 프로야구에 가장 '평균 기량이 뛰어난 형제'로 꼽아도 손색이 없을 겁니다.
조씨 형제 모두 준(準)주전급 선수로 각 팀에서 없어서는 안 될 자원으로 손꼽힙니다. 두 사람은 지난해까지 1925경기에 나와 타율 .252, 78홈런, 543타점, 785득점, 314도루를 합작했습니다.
그 다음은 정수근(38)-수성(37) 형제를 꼽을 수 있습니다.
이 정씨 형제는 2266경기에 출전해 타율 .274, 31홈런, 508타점, 1078득점, 601도루를 합작했습니다. 물론 굳이 기록을 나눠 보면 형이 차지하는 지분이 좀더 많은 게 틀림없는 사실이지만 말입니다.
조씨 형제와 정씨 형제 모두 다른 팀에서 뛰었지만 프로야구 초창기에는 형제가 같은 팀에서 뛰는 일이 흔했습니다.
청보 김상기(54)-동기(51) 형제가 그랬고, 동생이 1군에서 뛰지 못해 표에서는 빠졌지만 삼성 황규봉(62)-규민(54), 태평양 최창호(49)-승호(44), 해태 문성록(53)-승훈(49) 형제도 그랬습니다.
1982~1986년에는 각 팀에서 연고 지역 고교 출신 선수들을 무제한 영입할 수 있었던 것을 비롯해 지역 연고 선수 수급이 지금보다 수월했기 때문입니다.
그 뒤 신인 지명 제도가 바뀌면서 형제가 다른 팀에서 뛰는 게 별로 이상하지 않게 됐습니다.
위에 나온 문성록 현 KIA 원정기록원의 두 아들 LG 문선재(25)와 두산 문진제(24)도 다른 팀에서 뜁니다. (이 둘은 마지막 글자 소리는 비슷하지만 문선재는 재·載를 쓰는 반면 동생 이름 끝 글자는 제·堤로 돌림자가 아닙니다.)
문진제가 아직 1군 경험이 없어 빠졌지만 이 형제도 이 표에 이름을 올릴 가능성은 남아 있습니다.
여태까지 △팀도 다르고 △한 명은 투수이고 △두 선수 모두 1군 경력이 있는 형제는 5쌍.
이 중 실제로 맞대결을 벌인 건 정명원(49)-학원(47) 형제뿐입니다. 태평양 마무리 투수였던 정명원은 1995년 9월 5일 전주 경기에서 대타로 나온 동생 쌍방울 정학원을 9회말 선두 타자로 상대했습니다.
정명원이 초구부터 스트라이크 2개를 연달아 꽂은 끝에 유격수 땅볼로 동생을 잡아냈습니다. 정명원 현 kt 코치는 "(안타) 치라고 (좋은 공) 하나 줬는데 못 치더라"고 인터뷰했습니다.
퓨처스리그(2군) 기록이 남아 있지 않아 정확한 사실은 알 수 있지만 일단 올해도 2군 경기에서 형제간 맞대결 사례가 있었습니다.
LG 투수 유원상(29)과 동생인 두산 유민상(26)이 4월 2일 경기에서 마주한 것. 결과는 삼진으로 형이 이겼습니다. 둘이 올해 1군에서 맞붙어도 이상한 일이 아닙니다
KIA 고영우(25)와 kt 고영표(24)도 모두 1군에서 뛰고 있기 때문에 맞대결할 확률이 높습니다.
KBO에서 기록지까지 받아 가며 썼는데 이승엽 통산 400호 홈런에 날아간 기사를 수정해 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