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하은(21·대한항공·사진 오른쪽)이 22년 만에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한국 탁구 선수가 됐습니다. 양하은은 1일(현지 시간) 중국 장쑤(江蘇)성 쑤저우(宿州) 인터내셔널 엑스포센터에서 열린 2015 국제탁구연맹(ITTF) 세계선수권대회 혼합복식 결승에서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양하은의 곁을 지킨 건 한국 남자 선수가 아니라 중국 선수 쉬신(25·許昕·사진 왼쪽)이었습니다. 쉬신은 지난해 인천 아시아경기 때 남자 단식 금메달을 딴 세계랭킹 2위 선수입니다.


쉬신-양하은 조는 이날 경기에서 일본 대표 요시무라 마하루(22·吉村眞晴)-이시카와 카즈미(22·石川佳純) 조를 4-0(11-7, 11-8, 11-4, 11-6)으로 완파했습니다. 요시무라-이시카와 조는 준결승에서 디펜딩 챔피언이었던 북한 김혁봉(30)-김정(26) 조를 4-2로 물리치고 결승에 올라왔지만 한중 커플이 만들어 내는 시너지 앞에 별다른 힘도 못 써보고 무너지고 말았습니다.


한국 선수가 ITTF 세계선수권대회 혼합복식에서 금메달을 딴 건 1989년 도르트문트 대회 때 유남규(47·현 남자 대표팀 감독)-현정화(46·현 한국마사회 감독) 조가 마지막이었습니다. 금메달만 놓고 봐도 1993년 예테보리 대회서 현정화가 여자 단식 정상에 오른 뒤 22년 만입니다. 그만큼 한국 탁구는 긴 시간 세계 무대에서 힘을 쓰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다른 나라도 사정은 비슷했습니다. 중국 독식 체제였으니까요.


이에 조양호 대한탁구협회장(한진그룹 회장)이 지난해 아시아경기 때 한국을 찾은 차이전화(蔡振華) 중국탁구협회장에게 한중 복식조를 제안했습니다. 중국 독식을 막고 탁구 인기를 회복하려면 변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이었죠. 차이 회장은 이를 받아들였고 ITTF도 중국 톱랭커들이 다른 나라 선수과 복식 경기에서 짝을 이룰 수 있도록 '스페셜 복식조'를 허용하기로 했습니다. 이전에 오픈 대회에서는 다국적 연합조가 출전하기도 했지만 세계선수권에서 국경을 넘을 수 있게 한 건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이에 따라 이번 대회에 여러 스페설 복식조가 출전했습니다. 그래도 4강 이상 진출한 건 쉬신-양하은 조뿐이었습니다. 대한탁구협회에서는 "아무래도 스페셜 복식조 선수들은 파트너 사이에 소통 문제가 있는데다 같은 국적 선수들에 비해 의지와 응집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양하은은 안재형 코치(50)가 중국어로 의사소통이 가능한 덕도 많이 봤다"고 전했습니다. 안 코치는 1989년 중국 여자 탁구 간판이었던 자오즈민(52·焦志敏)과 결혼했습니다.


양하은은 "쉬신과 함께 훈련하면서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 이전까지 접해보지 못했던 회전을 직접 경험하면서 내 탁구에 대한 생각도 달리하고 있다. 이런 기회가 주어진 것에 대해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쉬신은 "양하은이 처음부터 기대 이상의 기량을 갖고 있었다. 갈수록 호흡도 잘 맞았다. 마음 편하게 경기할 수 있었다. 우승해서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습니다.


쉬신-양하은 조가 우승한 건 ITTF로서도 기쁜 일 아닐까요? 분명 '세계선수권을 격 떨어지는 이벤트성 대회로 만들려고 하냐'는 비판을 받았을 텐데 그래도 한 쌍은 정상을 차지해 명분이 섰을 테니까요. 물론 이게 정말 옳은 일인지는 좀더 생각해 봐야 하겠지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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