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넥센 한현희(22·사진)가 이틀 연속으로 상대 팀 감독을 협박(?)했습니다. 협박을 당한 건 롯데 이종운 감독(51). 둘은 부산 경남고 사제지간 출신입니다. 이 감독은 2003~2013년 모교이기도 한 경남고 지휘봉을 잡았고, 한현희는 경남고를 졸업하고 2012년 신인 지명회의(드래프트) 때 1라운드 2순위로 넥센 지명을 받았습니다. 고교 시절 노히트 노런을 기록하기도 했던 한현희입니다.


두 사람이 만난 건 비로 경기가 뒤로 밀린 29일. 한현희는 방문 팀 감독실에 들러 번트 동작을 흉내냈습니다. 전날 자신이 선발 등판한 경기서 4회초 문규현(32)이 스퀴즈 번트를 댄 상황을 빗댄 행동이었습니다. 이 전까지 롯데는 1-2로 뒤지고 있었는데 이 감독이 문규현에게 스퀴즈 작전을 지시하며 동점을 만들었습니다.


계속 번트 동작을 흉내내던 한현희는 스승을 향해 "어떻게 스퀴즈를 댈 수 있냐. 아무리 그래도 감독님이 제자를 상대로 그러실 줄 몰랐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앞으로 경남고에 찾아가지 않겠다"고 으름장을 놨습니다. 이 감독은 웃으며 "현희야, 나도 먹고 살아야 할 것 아니냐"고 답했습니다.


전날에도 한현희는 "경남고에 찾아가지 않겠다"는 것을 빌미로 이 감독을 압박했습니다. 당시 요구 조건은 톰 타자로 출전하고 있는 아두치(30·캐나다)를 라인업에서 빼달라는 것. 한현희는 아두치 같은 왼손 타자에게 약한 유형인데다 올해 선발로 전환한 뒤 1회 투구에 애를 먹고 있습니다. "옛 정을 생각해 좀 봐달라"는 애교였죠. 


이 감독은 "고교 시절 현희는 따로 말할 필요가 없는 선수였다. 시즌 중 부산에 오면 학교를 찾아가 후배들 음료수를 사줄 정도로 정이 많은 친구"라고 칭찬했습니다. 그렇지만 공은 공이고 사는 사였습니다. 이 감독은 "프로에는 스승과 제자가 없다"며 선발 라인업 1번 타자 자리에 아두치를 배치했습니다. 


제자도 지지 않았습니다. 4회 세 번째 타석에서는 작전 때문에 '사실상 고의사구'를 내주기는 했지만 첫 두 타석에서 삼진 두 개를 빼앗으며 아두치를 꽁꽁 묶었습니다. 문제는 아두치에게 고의사구를 내주고 곧바로 손아섭(27)에게 2타점 적시타를 맞았다는 점. 다행히 팀이  8-4로 재역전승을 거두는 바람에 한현희는 승리투수가 됐습니다.


이튿날 다시 만난 제자는 스승에게 "요즘 마운드에서 생각이 너무 많다"며 고민을 털어 놓았습니다. 스승은 "고등학교 때처럼 아무 생각없이 던져라. 그게 네 특기다. 지금도 공을 정말 좋다"고 제자를 응원했습니다. 저는 경남고 근처에도 못 가봤지만 한현희에게 똑같은 말을 해주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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