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역대 프로야구 최다 점수차 역전 경기는 2013년 5월 8일 문학구장에서 나왔습니다. 3회까지 1-11로 두산에 뒤지던 SK는 9회말 12-11로 경기를 뒤집었습니다. 사진은 이날 끝내기 안타를 친 SK 김성현(28).  


숫자를 보는 순간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보면 볼수록 더 이상했습니다. 사실 지인께서 먼저 읽고 이상하다고 알려주서 읽게 된 '[박동희의 현장 속으로] 역전과 불문율 중 무엇을 택할 것인가'였습니다. 박동희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이 글에서 프로야구하고 메이저리그에서 불문율(unwritten rules)로 이야기하는 '큰 점수차'가 다르다며 다음과 같이 자료를 인용했 썼습니다.


기자는 우선 MLB와 KBO의 기록을 동시에 살펴봤다. 박정환 애널리스트는 1957년부터 2013년까지 56년 치의 MLB 기록을 제공해줬다. 기록의 주제는 '5회까지 5점 차 이상 앞선 팀의 승률'이었다. 스포츠투아이 역시 2007년부터 2015년 4월 13일까지의 '5회까지 5점 차 이상 앞서던 팀의 승률'을 제공해줬다. 결과는 위 [표]와 같았다. (kini註 - 아래 표)



기록에서 보듯 메이저리그는 5회까지 5점 차로 앞서던 1만 7,560경기에서 1만 7,194승 366패를 기록했다. 승률은 0.979로 매우 높았다. 반면 KBO리그는 3,104승 584패로 승률 0.842를 기록했다. MLB에 비해 승률이 0.137이나 낮았다. 한마디로 KBO리그에서의 5회 5점 차 리드는 MLB에서의 5회 5점 차 리드와 비교해 '승리를 약속하는 점수 차'와는 거리가 멀었다는 뜻이다.


본능적으로 이게 잘못됐다고 생각한 건 기본 통계 속성 때문입니다. (그리고 무승부는 어디로?) 지난 주에 세이브 관련해 칼럼을 쓰면서 소개했던 것처럼 비슷한 시도를 하면 시행 횟수가 늘어갈수록 통계값은 비슷한 범위로 수렴하게 됩니다. 동전을 던져서 앞면이 나올 확률은 처음에는 서로 다르겠지만 결국 50%에 가까워질 겁니다. 유식한 말로 이런 현상을 '평균으로 회귀'라고 합니다. 야구도 마찬가지입니다. 시대와 리그가 변해도 9회 시작 점수차에 따른 승률이 크게 변하지 않는 것처럼 말입니다.


  

그런데 유독 '5회까지 5점차 이상 앞서던 팀의 승률'만 두 리그에서 이렇게 차이가 날 이유가 있을까요? 당연히 그럴 필요와 이유가 없을 겁니다.


일단 이상했던 건 왜 메이저리그 기록은 하필 1957년부터 2013년까지였을까 하는 점. 구글링을 해보니 의문이 쉽게 풀리더군요. 기대 승률을 제공해주는 이 사이트 기준이 1999년을 제외하고 1957년부터 2013년까지였기 때문입니다. (1999년을 제외하지 않았다는 사실도 지적하고 싶지만 이건 이 사이트를 참조했다고 100% 확신할 수 없으니 넘어가겠습니다. 큰 차이도 없을 거고요.)


자, 그럼 이제 프로야구 기록을 찾을 차례. 저 역시 박 위원하고 똑같이 프로원년부터 올해 4월 14일까지 관련 기록을 한국프로야구위원회(KBO) 공식 통계 업체인 스포츠투아이㈜에 문의했습니다. 그랬더니 이런 기록을 보내주셨습니다.


▌5회까지 5점차 이상 앞섰을 때 최종 승패

 구분

승률

 방문 1199 1 19 .984
 안방 1496 4 19 .985
 합계 2695 5 38 .984


박 위원이 이야기했던 것(.842)보다 훨씬 차이가 줄어듭니다. 메이저리그(.979)하고 기록이 완전히 똑같은 건 아니지만 이 정도면 충분히 고개를 끄덕일 만한 차이입니다. 


그런데 (박 위원 스타일로 쓰자면) 저는 이 자료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충격적인 소식을 하게 듣게 됐습니다. 스포츠투아이㈜ 관계자는 "박 위원은 우리에게 자료를 받아가지 않았다. 우리에게 받아간 건 2014년 자료일 뿐"이라며 "그마저 2014년 자료는 5회 이전에 한 번이라도 5점 이상 앞섰을 때 최종 승패였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 2014년 기록도 검증해 보지 않을 수가 없겠죠? 일단 박 위원 자료부터. 두 리그 사이에 0.079 차이가 나네요.



다음은 제가 계산한 결과입니다. 예상하시는 것처럼 큰 차이가 없습니다.


▌5회까지 5점차 이상 앞섰을 때 최종 승패

2014 승률
 메이저리그 332 0 8 .975
프로야구 117 0 3 .974

※프로야구 계산과정에 강우 콜드 경기는 제외했습니다. 역전 기회를 잃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2015 프로야구 레코드북에 나온 강우 콜드 게임 리스트


기왕 하는 김에 제가 계산에 활용한 자료도 공개하겠습니다. 메이저리그는 레트로쉬트(www.retrosheet.org)에서 가져왔고, 프로야구는 KBO 홈페이지에서 경기 결과를 붙여 넣었습니다. 레트로쉬트는 CSV 파일 형태로 데이터를 제공하기 때문에 보시기 편하게 엑셀 파일로 바꿨습니다. T, U열에 해당하는 부분이 이닝별 점수입니다.


KBO.xlsx


MLB.xlsx


아, 물론 지난해 프로야구에서 5회 이전에 점수차가 '크게' 벌어진 경기(20.6%)가 메이저리그(14.0%)보다 사실입니다. 그런데 이는 지난해 프로야구는 유독 타고투저가 심했고(경기당 5.60점), 메이저리그는 반대(4.07점)였기 때문입니다. 투고타저라는 평을 들었던 2012년(4.11점)에는 한국 프로야구에서 이 비율은 15.2%로 메이저리그하고 엇비슷한 수준이었습니다.


※알려왔습니다: 주황색으로 처리한 부분과 관련해 박 위원께서 "기사 안 기록은 투아이와 투아이와 계약맺은 구단에서 제공받은 것입니다. 제가 임의로 올린 부정확한 기록은 아닙니다. 물론 결과적으로 잘 보내주신 기록을 제가 잘못단 게 있습니다"라며 "기록을 섬세하게 다뤄야 하는데 제 정성과 주의가 부족했습니다"하고 연락을 주셨습니다. 여러분도 오해 없으시길 바랍니다.




댓글,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