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황이 재미있게 돌아갑니다. 올 시즌 넥센에서 뛴 이성열(30·사진)과 나주환(30) 이재영(35·전 SK)은 여전히 내년에 뛸 팀을 확정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외국인 선수들은 팀을 잘도 찾아 옮깁니다. 무엇이 이런 차이를 만들었을까요?
22일 KT가 옥스프링(37)하고 계약하면서 외국인 선수 네 명이 둥지를 바꿔 새 시즌을 맞이하게 됐습니다. 올해 이렇게 팀을 옮기는 외국인 선수가 들어난 건 각 팀에서 '자유계약선수'로 외국인 선수를 풀어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예전에는 쓸 만한 선수는 모두 임의탈퇴로 묶어 2년 동안 프로야구에서 뛰지 못하게 하는 게 일반적이었죠. 그래서 구단에서 한국야구위원회(KBO) 자유계약선수 공시를 요청한다는 건 "기량 미달로 퇴출"하고 똑같은 뜻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때 쓰는 '자유계약선수'라는 표현이 야구팬들이 흔히 아는 자유계약선수(FA)하고는 다른 개념입니다. 야구규약 39조에 따르면 "선수 계약이 무조건 해제됐거나 보류(保留) 기간 중에 구단이 보류권을 상실하거나 포기한 선수"가 원하는 구단과 자유롭게 계약할 수 있는 자유계약선수입니다.
FA 시장에 나온 선수들도 이듬해 1월 15일까지 소속팀을 구하지 못하면 역시 자유계약선수 신분이 됩니다. 그렇다면 FA 미아 삼총사도 23일만 버티면 자유롭게 팀을 옮길 수 있을까요? 정답은 "아니요"입니다. 같은 규약에 FA는 자유계약선수가 돼도 향후 3년간 계속 보상을 하도록 못 박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규정이 없다면 모든 팀이 15일 이후 계약을 맺으려 들 테니까요.
결국 아직 팀을 정하지 못한 FA들은 새 팀과 미리 입단을 합의한 뒤 원 소속팀과 계약하고 바로 팀을 옮기는 '사인 앤드 트레이드' 방식으로 팀을 옮길 가능성이 제일 높습니다. 실제로 19~20일 부산에서 열린 단장 워크숍 때 몇몇 카드가 오가기도 했지만 모두 불발됐고, FA 제도 개선 방안에 대한 논의 역시 뾰족한 해답을 찾지 못한 채 끝났습니다. 덕분에 외국인 선수들은 새 팀을 찾아도 FA들은 못 찾는 자유계약선수 제도가 앞으로도 당분간 계속 선수 발목을 잡게 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