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으로 드러난 기록만 보면 프로야구 넥센 손승락(32)은 올해 '이름뿐인 세이브 1위'입니다. 세이브는 32개나 챙겼지만 평균자책점이 4.33이나 됩니다. 마무리 투수는 물론이고 핵심 불펜 요원으로 분류하기도 힘든 기록입니다. 지난해 2.30일 때도 일부 팬들은 "마무리 투수 치고 높은 것 아니냐"고 말하기도 했었습니다. 올해 기록을 '수비 영향을 제거한 평균자책점(FIP·Fielding Independent Pitching)'이라는 공식에 넣어 봐도 3.98이 나와 역시 지난해 2.80보다 높습니다.

저는 마무리 투수가 야구에서 가장 과대평가 받는 포지션이라고 생각합니다. 메이저리그 자료를 보면 마무리 투수라고 부를 만한 투수가 극히 드물었던 1948년에도, 투고타저가 극에 달했던 1968년에도, 1이닝 마무리 투수 시대가 열린 1989년에도, 스테로이드 타자 전성기였던 2000년에도, 그리고 지난해에도 리드를 잡고 9회를 시작한 팀이 이길 확률은 모두 95%였습니다. "9회에는 유령이 산다"고 말하는 이들도 적지 않지만 그저 허상(myth)인 셈입니다.

그래도 프로야구 팀 감독은 세이브 기록을 챙겨주려고 9회에 마무리 투수를 마운드에 오릅니다. 이 마무리 투수가 잘 던지는 건 어쩌면 참 당연한 일. 문제는 이 투수가 흔들릴 때 생깁니다. 보통 불펜에서 제일 좋은 자원은 이미 소모한 상태가 많기 때문에 구위가 더 나쁜 투수가 마운드에 올라야 합니다. 특히 8회까지 던진 투수가 공이 아주 좋았을 때는 '왜 마무리 투수로 바꿨냐'고 감독을 비난하기 딱 좋은 상황이 됩니다. 제가 올 시즌 프로야구 손승락이 흔들릴 때마다 한현희(21)를 마무리 투수로 쓰는 게 더 낫지 않았겠냐고 주장했던 이유입니다.


여기서 반전이 있습니다. 기록을 뜯어 보면 손승락이 올 시즌 생각만큼 그렇게 아주 나빴던 건 아닌 거죠. 꾸준하지 못했던 건 문제지만 후반기 기록만 떼어 놓고 보면 FIP 2.76으로 지난해하고 엇비슷한 성적을 냈습니다. 9이닝당 탈삼진(K/9) 기록 역시 9.7개로 특급 마무리 수준입니다. 게다가 땅볼이 뜬공보다 (G/F) 4.5배 많을 만큼 상대 타자가 정타를 때리는 것도 어려워했고 말입니다.

 손승락 승-패-세-BS 평균자책점 K/9 G/F FIP DER
 전반기 2-3-22-4 5.08 5.9 1.05 5.02 69.6%
 후반기 1-2-10-1 3.45 9.7 4.54 2.76 61.0%

사실 손승락이 후반기에 블론세이브(BS)를 기록한 건 제가 저 트위트를 남겼던 10월 8일 경기 한 번뿐입니다. 후반기에 문제점으로 꼽을 만한 건 범타처리율(DER·Defense Efficiency Ratio)이 올라갔다는 건데 넥센 후반이 전체 DER이 66.4%였다는 걸 감안하면 손승락이 운이 없었다고 해도 좋을 겁니다. (물론 이는 FIP 관점에서 본 것이고 구속이 떨어져서 맞는 거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역시 넥센 마무리는 손승락"이라고 생각을 굳혔습니다.
 

그런데 변수가 생겼습니다. 염경엽 감독이 플레이오프 때 손승락을 선발로 쓰겠다는 복안을 밝힌 겁니다. 외국인 투수 밴헤켄(35)과 소사(29) 말고는 선발 자원이 부족한 팀 사정을 감안해 손승락을 제3 선발 카드로 쓰겠다는 계획이죠. 염 감독은 "플레이오프 때 투수 엔트리는 (정규 시즌 때보다 2~3명 적은) 10명으로 끌고갈 계획이다. 실제로 쓰지 않는 투수보다 야수가 더 활용도가 높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손)승락이가 무리없이 100개 정도는 던질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이강철 수석코치를 통해 염 감독 뜻을 전달받은 손승락도 "준비하겠다"며 받아들인 상태입니다. 실제로 손승락은 지난달 2014 인천 아시아경기 휴식기 때 자체 평가전에서 선발로 나서기도 했습니다. 그렇다고 손승락의 선발 출동이 100% 굳어진 건 아닙니다. 염 감독은 "현재로서 손승락이 선발로 등판할 확률은 반반"이라며 "LG가 올라오면 오재영(29), NC가 올라오면 손승락을 3차전 선발로 내보낼 계획"이라고 설명했습니다. LG는 왼손 타자가 즐비해 손승락보다 왼손 오재영이 낫다는 겁니다. 떄

염 감독은 "손승락이 3선발로 대기한다고 해도 1차전에는 마무리 카드로 쓸 수 있다"며 "경기 상황에 따라 한현희와 조상우(20)에게 뒷문 단속을 맡길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타선이 터지면 마무리 투수보다 선발 투수 구실이 더 중요하다는 얘기입니다. 포스트시즌에 마무리 투수가 선발 등판하는 건 손승락이 처음도 아닙니다. 1996년 한국시리즈 4차전서 노히트 노런을 기록했던 정명원 KT 코치(48) 역시 정규 시즌 때는 마무리 투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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