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진짜가 나타났습니다. 프로배구 남자부 OK저축은행 시몬(27·쿠바)가 주인공. 쿠바 대표팀 주장을 맡기도 했던 시몬은 '세계 최고 센터'라는 평가를 받던 선수입니다. 국제 심판이기도 한 김건태 한국배구연맹(KOVO) 심판위원장은 "단언컨대 명성만 보면 역대 외국인 선수 가운데 최고다. 대회 때마다 블로킹, 속공, 서브는 따라올 선수가 없었다"며 "큰 체격(206cm 115kg)에 탄력과 파워까지 겸비해 중앙 속공은 막을 자가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은 삼성화재 레오(24·쿠바)와 우위를 점쳐달라는 질문에는 "레오는 이미 국내 배구에 완전히 적응했고 시몬은 그렇지 못하다. 세계적인 선수라도 국내에서 통한다는 보장은 없다. 센터로서는 최고지만 OK저축은행에서 어떤 포지션을 맡을지도 변수"라며 신중한 의견을 내놨습니다. 사실 현대캐피탈 아가메즈(29·콜롬비아) 역시 김호철 당시 감독이 '세계 3대 공격수'라고 치켜세웠지만 국내 무대서는 레오에 못 미쳤던 게 사실입니다.



뚜껑을 열어보니 시몬은 달랐습니다. OK저축은행은 21일 안산 상록수체육관에서 열린 2014~2015 V리그 안방 개막전에서 지난해 챔피언 삼성화재를 3-1(25-23, 25-18, 26-28, 25-19)로 꺾었습니다. 이로써 OK저축은행은 러시앤캐시라는 이름으로 뛰었던 지난 시즌 4라운드부터 삼성화재에 3연승을 거두게 됐습니다. 삼성화재 신치용 감독이 개막 미디어데이 때 "OK저축은행이 다크호스"라고 말한 게 그저 립서비스는 아니었던 겁니다.

시몬은 이 경기서 지난 시즌 정규리그와 챔피언결정전에서 모두 최우수선수(MVP)로 뽑힌 레오를 상대로 KO승을 거뒀습니다. 이 경기서 날개 공격수와 센터를 왔다 갔다 하며 뛴 시몬은 데뷔전부터 트리플크라운(후위 13점, 블로킹 3점, 서브 6점)에 성공했습니다. 시몬은 이날 양팀을 통틀어 가장 많은 43점을 올렸고, 공격 성공률도 59.64%로 나쁘지 않았습니다. 반면 레오는 26점에 공격성공률도 45.28%에 그쳤습니다. 게다가 시몬은 레오를 상대로 블로킹 3개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데뷔 첫날'시몬스터'라는 별명을 얻은 시몬은 "처음에는 레오를 상대로 부담도 많이 됐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경기를 하면서 점점 동료들과 손발이 맞는 느낌이었다"며 "데뷔 전에서 팀을 승리로 이끌어 기쁘다. 라이트가 아직 어색한 면은 있지만 포지션에 상관 없이 맡겨진 임무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시몬은 국제배구연맹(FIVB) 공식 프로필에는 스파이크 높이가 358㎝로 돼 있는데 이탈리아 시절 코치에 따르면 389㎝까지 뛸 수 있다고 합니다. 괜히 물건이 아닌 셈이죠. 이런 선수를 어떻게 데려올 수 있던 걸까요? OK저축은행 관계자는 "이전 팀 재정 상태가 어려워 예상보다 적은 비용으로 영입이 가능했다. 2년 계약을 하며 이적료로 50만 달러(약 5억4000만 원) 이상을 준 것은 맞지만 소문처럼 역대 최고 몸값은 아니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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