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규정(19·CJ오쇼핑·사진)은 19일 2014 하나외환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뒤 "2라운드 때 박세리(37· KDB금융그룹) 언니와 함께 라운딩한 기억은 영원히 잊지 못할 것"이라며 "15일이 생일이었는데 좋은 생일 선물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심지어 2라운드 경기일은 17일이었는데 말입니다. 국내에 하나뿐인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대회에서, 자신이 처음 출전한 LPGA 대회 우승한 선수가 부모님보다 먼저 떠올린 이름이 박세리였던 겁니다.

게다가 이 대회에서 박세리보다 자기가 더 골프를 잘 쳤는데도 그렇습니다. (박세리는 기권했습니다.) 그만큼 한국 여성 골프 선수들 사이에서 박세리가 차지하는 비중은 여전히 엄청납니다. 백규정이 이날 언급한 또 다른 골퍼는 동갑내기 김효주(롯데). 올 시즌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신인왕을 다투고 있는 백규정은 "10년 넘게 같이 한 친구이면서도 항상 나보다 한 걸음 앞서 나가 내게 자극을 주는 선수"라며 "(김)효주가 1년 먼저 프로에 진출하는 바람에 신인왕 경쟁을 벌이지 못했다. 내년에 미국에 진출한다면 좋은 경쟁자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지난해 KLPGA 신인왕 김효주는 올 시즌 상금 10억 원 시대를 열며 4승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또 지난 달 열린 LPGA 투어 메이저 대회 '에비앙 챔피언십'에서 우승하며 앞으로 2년 동안 LPGA 무대에서 활동할 수 있는 자격도 얻었습니다. 백규정도 KLPGA 3승에, 이번 대회 우승으로 역시 LPGA 투어 참가 시드를 받았습니다.

김효주와 백규정 원투 펀치 필두로 고진영(넵스)와 김민선(CJ오쇼핑)까지 1995년생 동갑내기 네 명이 현재 KLPGA 상금랭킹 20위 안에 이름을 올리고 있습니다. 골프 팬들은 이들을 흔히 '리틀 세리 키즈'라고 부릅니다. 신지애 박인비(KB) 최나연(SK) 같은 1988년생 용띠 '세리 키즈' 뒤를 잇는 한국 여자 골프 차세대 리더 그룹이죠. (최나연은 프로필에는 1987년생이지만 이들과 동기입니다.) 이들이 등장하면서 스타 플레이어 명맥이 끊길기도 모른다던 골프계 우려도 사라졌습니다.

백규정은 260야드를 넘나드는 장타력을 갖춘데다 기회를 잡으면 무섭게 몰아치는 집중력이 특기인 선수. 하나외환 챔피언십 4라운드에서 후반 5개홀 연속 버디를 잡아내는 장면이 백규정의 매력을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연장전에서 "두 번 실수는 없다"며 보여준 승부욕도 팬들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했고 말입니다. '양잔디'하고 어울리는 스윙 스타일 덕에 미국 무대에 더 잘 맞는다는 평가도 받고 있습니다.

"매너 없다"는 평을 종종 듣기도 하던 백규정은 "예전에는 너무 나를 몰아붙이기만 했다. 그래서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갤러리(팬)들에게 제대로 인사를 하지 않을 때도 있던 게 사실"이라며 "그러다 허리 (디스크) 부상을 당하면서 주위를 둘러보게 됐다. 매너 있고 본보기가 되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우승이 너무 갑작스럽게 찾아오는 바람에 구체적인 미국 진출 계획은 아직 세우지 못했다"면서 "그래도 모든 골프 선수 꿈은 미국 무대에 서는 것 아닌가. 어릴 때부터 일본보다는 미국에 진출하고 싶었다"는 말로 인터뷰를 마무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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