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인천 아시아경기 대회 때 인터뷰이로 만난 자원봉사자 장민숙 선생님께서 e메일을 보내오셨습니다. 원래는 따로 인터뷰 기사를 쓸 계획이었는데 지면 사정이 허락하지 않아 캄보디아가 44년 만에 아시아경기에서 (금)메달을 땄다는 기사를 쓰면서 말씀만 인용했습니다.

영국 이민 25년 만에 자원봉사자로 이 대회에 참여한 장민숙 씨(52)는 "몰디브 친구들에게 물어봤더니 '우리는 수영장이 없어 바다에서 연습해 성적이 나쁜 것뿐이다. 바다에서 대회를 치렀다면 우리가 1등 했을 것'이라며 웃더라"면서 "이들은 대회 출전 자체만으로도 성공이라고 여기고 경험 하나하나를 소중히 하려는 자세를 잃지 않아 나도 마음이 따뜻해졌다"고 말했다.

본인은 인천여고 출신, 남편은 인천고 출신으로 고향 인천에 대한 자부심을 진하게 느낄 수 있었던 장 선생님은 "남들이 뭐래도 이번 대회가 내겐 최고 대회다. 이런 대회에서 봉사하는 게 처음이라 비교 대상이 없기 때문"이라며 "무엇인가 부족하다고 탓하기보다 최고 대회로 만들어가는 게 중요하다고 믿는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러면서 "내가 주로 접촉하는 선수들은 메달과 거리가 먼 나라 출신들이다. 그들 역시 이런 대회에 참여한 경험이 적어 그런지 언론에서 이야기하는 것만큼 불만이 크지 않다"고 말씀하시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일부 자원봉사자들 태도에 대해서도 이야기하셨습니다. 그 내용을 e메일로 적어서 보내주셨네요. 혹시 앞으로 열릴 국제 대회 때 자원봉사자로 참여하시는 분들께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어 전문을 블로그에 옮겨 봅니다. (맞춤법 등 일부 내용은 손질했습니다.)

안녕하세요? 황규인 기자님. 저는 9월 28일 아시아경기 중 (선수촌 내) 웰컴 센터에서 만난 자원봉사자 안민숙입니다. (남편 성을 따라 안민숙 씨) 아시아경기이 끝나고 모든 선수들이 퇴촌함(과) 동시에 모든 활동을 마치고 가족이 기다리고 있는 영국으로 돌아갈 시간을 앞두고 있습니다.

지난 9월 12일 아시안 게임에 출전하는 선수들을 위한 선수촌 공식 개촌과 더불어 시작한 자원 봉사를 폐막식 이후 마지막 마무리하는 10월 7일까지 근무(?)하고 조금은 아쉽고 조금은 나른하게 한국 일정을 정리하고 있습니다. 목표한 26일 전일 참여의 계획을 이루었다는 것만으로도 저는 만족스러운 시간을 보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번 일을 마치며 제 마음속에 자리 잡은 몇 가지 생각을 기자님께라도 말씀을 드리고 떠나고 싶어서 망설이다가 메일을 씁니다. 저의 생각이 혹여 기회가 되어 다음의 어떤 행사이든 참여하고, 또 참여하게 될 자원 봉사자들에게 조금이라도 전해질 수 있다면 하는 심정으로 간단하게 적었습니다.

저는 이런 국제 행사는 처음이었고 사뭇 기대와 열정이 컸습니다. 그러나 그 안에 들어가 26일을 지내다 보니 저와 같은 생각을 갖고 있는 많은 사람들도 만났지만, 유감스럽게도 그렇지 못한 사람들을 보면서 참으로 마음이 불편했습니다. 그래서 몇 가지 자원 봉사자들이 가져주었으면 하는 자세랄까 아니 다짐이랄까 어쩌면 마음이랄까… 그런 부분들을 정리하였습니다. 다소 직설적인 표현이 있지만, 기자님이 유념을 해주셨으면 합니다.

첫째로 자원 봉사자들이 품위를 지켰으면 하는 점이었습니다. 교육 중에 이점을 좀 신경을 썼으면 하는 점이며 저는 이 부분이 가장 마음에 걸렸습니다. 봉사자들은 "나는 돈을 받고 일을 하는 사람이 아니다. 그러니 무언가를 함에 있어서 공짜로 무언가를 얻어내려 하지 않으며 도움을 주고자 했던 사람에게서 사인이든 물건이든 개별적으로 요구하거나 바라지 않는다. 아울러 행사를 주관하는 단체든 기관이든 어느 쪽으로도 작은 보상을 기대하지 않는다" 라는 생각을 지켰으면 하는 것입니다.

둘째로 성실함입니다. 자발적으로 하는 것이니 자신이 보이는 성실함만큼 그 보람도 비례하며 얼마만큼 해야 내 노동과 그 시간들이 존중되어진다는 생각을 하였으면 하는 것입니다.

셋째로는 열정입니다. 재미있게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각 개인이 바로 개별적인 소속이므로 스스로 기쁘도록 누구를 만나도 반갑고, 무슨 일을 하더라도 의미가 있으려면 흥이 나야 합니다. 시키는 일을 기대하기보다는 해야 할 일에 대한 숙지가 되면 어떻게 재미있게 할까를 생각하고 어울려 잘해나갈 노력을 해야 한다고 저는 믿게 되었습니다.

저는 지난 시간 동안 많이 웃었고, 많이 고민했고, 자주 기뻤으며, 간혹 후회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저는 이번 자원 봉사 참여를 잘했다고 생각하며 내가 태어나 자란 고장에 와서 이런 시간을 가졌음에 앞으로도 긍지를 가질 것입니다.

황규인 기자님과 잠깐이라도 나누었던 대화 역시도 제겐 참으로 좋은 기억으로 남을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글로 쓰고 보니 이제는 제대로 아시아경기 자원봉사를 정리할 수 있을 것만 같습니다.

앞으로도 광주 유니버시아드부터 평창 겨울올림픽, 광주 세계수영선수권 대회를 비롯해 스포츠 행사가 줄줄이 한국에서 열립니다. 꼭 스포츠가 아니더라도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각종 국제 대회를 유치하는 건 별로 이상하지 않은 일. 혹시 지인 중에 이런 행사에 자원봉사자로 참가하시려는 분이 계신다면 이 글을 소개해주셔도 나쁘지 않을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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