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위에 있는 사진은 제가 2011년 우크라이나 체르노빌에 다녀왔을 때 찍은 사진입니다. 사람이 꾸준히 관리하지 않으면 인공물은 이렇게 폐허로 변하는 게 당연한 일이죠. 25년 동안 사람이 살지 않았던 땅은 꼭 방사능 때문만이 아니더라도 참 흉물스러웠습니다. 물론 이 재앙을 원했던 사람은 아무도 없었겠지만 말입니다.

그런데 때로 인간은 이런 재앙을 스스로 초래한 결과를 만들기도 합니다. 특히 대형 스포츠 행사가 재앙이 될 수 있습니다. 비즈니스인사이더 호주판에 따르면 2004년 여름올림픽이 열렸던 그리스 아테나가 이런 사실을 보여줍니다. 올림픽이 끝난 지 10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아 시설은 엉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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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나라 국민들이 평소에 좋아하지 않는 스포츠 시설까지 지어야 하는 대형 스포츠 행사가 어떤 결과를 낳는지 보여주는 생생한 증거입니다. 게다가 그리스는 경제 위기까지 닥치면서 시설 유지에 필요한 돈도 마련하기가 쉽지 않았을 겁니다. 사실 서울 잠실주경기장도 그리 쾌적한 상태로 관리하고 있지는 못한 실정입니다. 

이런 문제를 예상했던 2008 베이징 여름올림픽 개최국 중국은 한국이 금메달을 땄던 우커송 야구장을 대회가 끝난 뒤 곧바로 폐쇄했습니다. 현재 야구장 터는 주차장이 돼 있다고 합니다. 2012 런던 올림픽을 치른 영국은 기존 자원을 최대한 활용하고, 새로 지었던 시설 역시 새 주인을 찾아주면서 이런 문제에서 벗어나려고 애썼습니다. 올림픽이라는 흰 코끼리에 슬기롭게 대처했던 거죠.


이번 겨울올림픽이 열리고 있는 러시아 소치는 어떨까요? 드미트리 체르니센코 소치올림픽 조직위원장은 워싱턴포스트 인터뷰에서 "흰 코끼리는 없다"고 잘라 말했습니다. 주 경기장은 2018 러시아 월드컵 때 축구장으로 쓰고, 올림픽공원에서는 포뮬러워(F1) 경기를 열고, 스키장은 리조트로 변신하는 등 계획이 다 서있다는 겁니다.

그러나 생각이 다른 이도 많습니다. 릴리아 셰브초바 '카네기 모스크바 센터' 연구원은 "겨울 휴가를 즐기려는 이들은 알프스 쪽으로 향하지 정국이 불안정한 흑해 북쪽을 선호하지 않을 것"이라며 "소치는 유령 도시가 되고 말 것"이라고 말합니다. 셰브초바는 원래 크렘린 비판 세력으로 유명한 인물입니다. 

델피 네이로티 미국 조지워싱턴대 교수(스포츠경영학)는 가장 현실적인(?) 이야기를 합니다. 네이로티 교수는 "결국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생각에 달렸다"고 말했습니다. 푸틴 대통령이 이 지역을 계속 발전시킬 생각이 있으면 성공적인 모델이 될 것이고, 아니라면 다시 불모지가 되고 말 것이라는 얘기입니다.

사실 올림픽 시설 처리 문제는 아테나 사례가 아니더라도 퍽 오랫동안 골칫거리였습니다. 그래서 아예 한 곳에다 올림픽 시설을 지어두고 계속 그곳에서 대회를 열자는 주장을 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저 역시 이 견해에 동의하는 측면이 있고 말입니다.

황규인님의

스포츠 세계화는 피할 수 없는 숙명. 그런데 잠깐 한때 놀고 즐기자고 짓기에는 돈이 정말 들어도 너무 많이 듭니다. 이 문제를 해결할 묘안은 없는 걸까요? 고대 올림픽이 늘 아테네에서 열렸던 데는 다 이유가 있던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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