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순의 한판 '2014 슈퍼볼'

from NFL 2014.02.02 10:02

모순(矛盾): 어떤 사실의 앞뒤, 또는 두 사실이 이치상 어긋나서 서로 맞지 않음을 이르는 말. 중국 초나라의 상인이 창과 방패를 팔면서 창은 어떤 방패로도 막지 못하는 창이라 하고 방패는 어떤 창으로도 뚫지 못하는 방패라 하여, 앞뒤가 맞지 않은 말을 하였다는 데서 유래한다(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내일 미국 뉴저지주 메트라이프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제 48회 슈퍼볼은 사실 이 말이 딱 맞아떨어지는 대결입니다. 한 팀은 리그 최고 공격력을 자랑하는 팀이고, 다른 팀은 수비에서 최고인 팀이기 때문이죠. 또 한 팀은 하늘의 팀이고 다른 팀은 땅의 팀이기도 합니다.

창과 방패 대결, 역대 승자는?

아메리칸콘퍼런스(AFC) 챔피언 자격으로 슈퍼볼에 진출한 덴버는 역대 최고 공격력을 갖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덴버는 이번 정규 시즌 16경기에서 총 606점(평균 37.9점)을 올렸습니다. 미국프로미식축구리그(NFL) 역사상 가장 많은 득점입니다. 게다가 덴버는 포스트시즌 2경기에서도 펀트(세 번째 공격에 실패해 공격권을 넘겨주는 일. 참고: 미식축구 보는 법)가 한 차례밖에 없을 정도로 승승장구했습니다.

거꾸로 내셔널콘퍼런스(NFC) 챔피언 시애틀은 경기당 실점이 14.4점(최소 1위)에 그쳤습니다. 올 시즌 시애틀은 1985년 시카고 이후 처음으로 최소 실점(231점), 최소 야드(경기당 273.6야드) 허용, 최다 가로채기(39개)를 기록한 팀입니다. 또 NFL이 유례 없는 득점 홍수에 시달렸다는 점도 감안해야 합니다. 올 시즌 NFL 소속 32개 팀은 평균 23.4점을 올려 역대(현재 리그 체제를 갖춘 1970년 이후) 최다 득점 기록을 새로 썼습니다. 시애틀은 드러난 통계보다 더 강한 수비력을 갖췄다는 뜻입니다.

이렇게 최고 공격팀과 수비팀이 슈퍼볼에서 맞붙었을 때 성적은 어땠을까요? 1970년 이후 슈퍼볼에서 득·실점 1위가 맞붙은 건 모두 네 차례. 그 중 세 번을 수비팀이 우승했습니다.

 연도  공격 1위  득점  수비 1위  실점  슈퍼볼
 1979  댈러스  24.0  피츠버그  12.2  피츠버그 35-31 댈러스
 1985  마이애미  32.1  샌프란시스코  14.2  샌프란시스코 38-16 마이애미
 1990  샌프란시스코  27.6  덴버  14.1  샌프란시스코 55-10 덴버
 1991  버팔로  26.8  뉴욕 자이언츠  13.1  뉴욕 20-19 버팔로
 2014  덴버  37.9  시애틀  14.4  ?-?

그렇다고 덴버가 좌절할 건 없습니다. 공격팀이 이긴 1985년 샌프란시스코는 전설의 쿼터백 조 몬타나(58)가 이끄는 팀이었고, 올해 덴버에는 실력에서 그에 뒤지지 않는 페이턴 매닝(38)이 있으니까요.


다르고 또 다른 쿼터백

매닝은 올 시즌 패싱 터치다운 신기록(55개)을 갈아치웠습니다. 패싱 야드(5477야드) 기록도 새로 썼습니다. 그 덕에 2일 올 NFL 최우수선수(MVP)로 뽑히기도 했습니다. 이번이 다섯 번째 수상인데요, 매닝을 제외하면 3회가 최다 수상 기록입니다.

16년차 베테랑 매닝은 전형적인 포켓 패서(pocket passer)입니다. 팀 동료들이 상대 수비수를 막아 주머니(pocket)처럼 안전 지대를 만들어 주면 그 안에서 패스로 공격을 이끌어 가는 타입이죠.
 
매닝은 생애 통산 6만4964야드 패스를 성공하면서 이 부문 역대 2위에 자기 이름을 올리고 있습니다. 역대 1위 브렛 파브(45·은퇴)하고 비교해도, 한 시즌 평균 기록에서는 매닝(4640야드)이 파브(4490야드)에 앞섭니다. 지금도 그렇지만 은퇴할 때가 되면 많은 이들이 그를 역대 최고 쿼터백으로 기억할 확률이 높습니다. 이번에 생애 두 번째 슈퍼볼 우승 반지를 차지한다면 더더욱 그럴 겁니다.

1998 신인 지명회의(드래프트)에서 전체 1번으로 인디애나 부름을 받은 매닝은 미식축구 아니 '쿼터백 명문가' 출신입니다. 아버지 아치(65)는 뉴올리언스에서 전성기를 보낸 쿼터백으로, 뉴올리언스 팀 기록을 대부분 가지고 있는 원저 프랜차이즈 스타였습니다. 동생 일라이(33) 역시 뉴욕 자이언츠에서 뛰면서 슈퍼볼 최우수선수(MVP)를 두 차례 차지한 쿼터백입니다. 

반면 시애틀의 2년차 쿼터백 러셀 윌슨(26)은 3라운드 지명자로 전체 75순위로 뽑혔습니다. 그보다 앞서 뽑힌 쿼터백만 5명일 정도로 큰 기대를 받는 선수는 아니었습니다. 그가 위스콘신대 4학년 때 모교를 대학 미식축구 최강전인 로즈볼까지 이끌었다는 걸 생각하면 이례적인 일입니다.

이는 윌슨이 '스크램블러(scrambler)' 타입에 가깝기 때문입니다. 스크램블러는 포켓 패서와 반대 개념으로 자신이 직접 공을 들고 뛰는 일도 잦은 쿼터백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윌슨은 올 정규 시즌에서 539야드를 달렸는데 이는 쿼터백 중에서 세 번째로 먼 거리입니다. 지난 시즌에도 489야드로 쿼터백 중에서 3위였습니다.

윌슨은 원래 노스캘롤라이나주립대를 다니다가 메이저리그 콜로라도에 지명돼 마이너리그 생활을 했습니다. 그 뒤 야구 선수로 한계가 있다고 느껴서 다시 위스콘신대로 간 겁니다. 그가 이런 시구를 할 수 있던 이유입니다.

"큰 경기는 수비가 가른다"는 말이 종목을 가리지 않는 것처럼 "스크램블러는 슈퍼볼을 차지할 수 없다"는 말도 미식축구에서는 상식처럼 통합니다. 흑인 쿼터백이 우승한 것도 1988년 더그 윌리엄스(59·당시 워싱턴)밖에 없습니다. 또 윌슨은 키가 5피트 11인치(180㎝)로 6피트(183㎝)에 겨우 모자란데, 6피트가 되지 않는 쿼터백이 슈퍼볼에서 우승한 적도 없습니다. 그러나 윌슨은 지난해 신인왕을 차지했고, 2년차에 역대 최다인 27승을 팀에 안긴 쿼터백이 됐습니다.


그럼 누가 이길까?

미식축구에는 여태 살펴본 것하고 모순되는 속설이 하나 더 있습니다. 바로 "러싱 게임을 지배하는 자가 슈퍼볼을 가져 간다"는 겁니다. 지난 47차례 슈퍼볼에서 러싱 게임에서 이긴 팀이 우승한 게 37번(78.7)이니 이 말은 틀린 말이 아닐지 모르겠습니다. 이를 거꾸로 생각해 보면 수비에서 상대 러싱 게임을 막는 팀이 승리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올 시즌 상대 팀은 시애틀을 상대로 경기당 평균 101.6 야드를 러싱으로 전진했습니다. 덴버 상대팀 역시 101.6야드였습니다.

그러니까 시애틀의 압도적인 수비는 패싱 게임을 차단하는 데서 나온 셈. 시애틀 상대 팀의 평균 패싱 거리는 172야드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당연히 최소 1위인데 2위 뉴올리언스가 194.1야드, 3위 휴스턴이 195.2야드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넘사벽 1위'라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닐 겁니다. 반면 덴버는 패스로 254.4야드(27위)나 허용한 팀입니다.

결국 쉽지 않은 일이겠지만 시애틀 수비진이 매닝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봉쇄하냐에 따라 승패가 갈릴 걸로 봅니다. 러닝백 마숀 린치(28)에게 크게 의존했던 시애틀이 갑자기 패싱 게임을 승리 해법으로 내놓을 확률은 그리 높지 않을 테니 말입니다. 그래서 결론적으로 저는 시애틀을 응원하지만, 덴버가 5점차 이내로 이길 걸로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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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heffield57NYC 2014.02.03 10:55 신고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ㅋㅋㅋ 틀리셨네요 헉스가 우승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