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19일 성남(여자부) 구미(남자부) 경기를 마지막으로 2013~2014 NH농협 V리그 2라운드가 모두 끝났습니다. 현재까지 가장 의외인 팀을 꼽으라면 역시 여자부 현대건설. 시즌 개막 전 지난해 우승팀 기업은행과 함께 2강을 형성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지만 최근 4연패에 빠지면서 승점 10으로 최하위(6위)에 머물고 있습니다. 지난 시즌에도 중반까지 헤맸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죠.

일단 수비 라인이 무너진 게 제일 큽니다. 현대건설은 서브 리시브와 디그(상대 득점을 막아내는 수비)를 합쳐 평가하는 수비 항목이 세트당 23.6개로 최하위입니다. 주전 리베로 김연견(20)이 부상으로 한 경기도 뛰지 못하고 있는 탓입니다. 현대건설 등록 선수 15명 중 전문 수비수인 리베로는 김연견 한 명뿐이었습니다.

김연견을 대신해 레프트 김주하(21)가 리베로로 나섰지만 고질적인 허리 통증은 벗어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정미선(19)이 빈자리를 채우고 있지만 역시나 몸이 좋지 못합니다. 결국 지난 시즌까지 커리어 통산 세트당 리시브가 0.221개밖에 되지 않던 라이트 황연주(27)가 올해는 4배 가까운 0.795개를 받아 주고 있지만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악순환을 쉽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원래 라이트는 리시브를 면제 받는 자리입니다.)

외국인 선수 바샤(26·터키)도 문제죠. 기본적으로 바샤는 황현주 감독하고 추구하는 공격 스타일이 다릅니다. 14일 평택 방문 경기에서는 이 문제로 선수와 감독 사이에 냉기류가 흐르기도 했습니다. 물론 바로 다음 17일 경기에서 공격성공률 56.4%로 모처럼 제 몫을 했으니 3라운드부터 어떤 모습을 보일지 지켜볼 필요는 있겠습니다.


• 흥국생명은 2라운드 마지막 경기에서 도로공사를 꺾고 3연패에서 탈출했지만 앞으로 상황은 묘하게 흘러갈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경기에서 흥국생명의 외국인 선수 바실레바(23·불가리아·사진)는 57득점을 올리면서 남녀부를 통틀어 V리그 역대 최다 득점 기록을 세웠습니다.

그 이전에 최다 득점 기록(55점)을 가지고 있던 도로공사 니콜(27·미국)의 지난해 공격 점유율은 44.1%였습니다. 그런데도 팬들은 도로공사를 '니콜공사'라고 불렀죠. 올해 바실레바는 47.7%입니다. 주전 세터 조송화(20)가 다치면서 더더욱 바실레바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는 양상입니다. 게다가 바실레바는 "레프트는 당연히 리시브를 해야 한다"며 수비에도 참여하고 있습니다. 바실레바 원맨팀이 돼 가는 분위기입니다.



문제는 바실레바가 불가리아 국가대표로 뽑혀 2~3 경기 결장이 불가피하다는 겁니다. 국내 선수 전력이 약한 흥국생명으로서는 전패를 당해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 그런데 내년 여자 신인 드래프트 때는 2010∼2011시즌하고 맞먹는 대형 신인들이 기다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탱킹(드래프트에서 높은 순위를 받으려고 경기에서 일부러 최선을 다하지 않는 일)을 하려면 또 지금이 타이밍인 거죠. 흥국생명이 어떤 선택을 내릴지 지켜보는 것도 재미있을 듯 합니다.
 

• 남자부에서는 흥국생명하고 같은 인천 팀 대한항공이 기존 3강 체제에서 이탈한 게 역시나 눈에 띕니다. 물론 주전 세터 한선수(28)가 시즌을 앞두고 갑작스레 군입대했을 때부터 많은 이들이 예견했던 일이기는 합니다. 그러나 '경기대의 천재 세터'라고 불렸던 황동일(27)이 이렇게까지 헤매는 건 조금 뜻밖이기도 합니다.


결국 대한항공 김종민 감독은 3일 경기에서 한국전력에 0-3으로 패한 뒤 백광언(25)을 주전 세터로 쓰고 있습니다. 그러나 결과는 역시나 4연패. 그 탓에 대한항공은 V리그 출범 10년 만에 처음으로 5연패 수렁에 빠지고 말았습니다. 5승 7패로 순위는 4위지만 3위 우리카드(9승 3패·승점 23)하고는 승점이 7이나 차이가 납니다.

백광언(시도 점유율 17.2%)은 황동일(10.0%)보다 속공을 많이 씁니다. 그런데도 여전히 대한항공은 속공 득점(70점)이 리그에서 가장 적은 팀이고 성공률(44.03%)도 최하위입니다. 세터 욕하는 건 쉬운 일이지만 중앙 공격 옵션이 없으면 세터로서도 운신 폭이 좁을 수밖에 없다는 말씀입니다.


• 시즌 개막 전 신치용 삼성화재 감독이 '1강'으로 꼽았던 현대캐피탈은 1~2라운드 사이에 주춤했지만 일단 2라운드도 4승 2패로 마무리하면서 승점 24로 2위 자리를 지켜냈습니다. 물론 득점 1위(398점) 아가메즈(28·콜롬비아)가 공격 점유율 57.2%를 기록하면서 몰방(沒放)배구 선봉에 선 덕입니다.

그런데도 삼성화재(승점 29) 독주를 막지는 못했습니다. 물론 올해 역시 레오(23·쿠바)가 공격 점유율 58.0%를 기록한면서 몰방배구에 몰두했지만 '확 바뀐' 이선규(31)가 속공 성공률 70.97%(1위)로 중심을 잡아줬다는 점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다만 리시브와 수비 모두 꼴찌라는 건 여전히 불안요소입니다. 박철우(28)가 다치면서 사이드 블로킹 높이도 문제가 될 수 있고요.


우리카드는 일단 지난 시즌 마지막 분위기를 계속 이어가고 있고, 한국전력도 한국 배구 역사상 이 팀이 계쏙 약체의 대명사라는 걸 감안하면 인상적인 시즌 초반을 보냈습니다. 러시앤캐시(R&C)도 어느덧 2승입니다. 물론 R&C가 첫 승을 거둘 때 LIG손해보험은 남녀 구단을 통틀어 유일하게 '아마추어 배구'를 하던 팀이었지만 말입니다.


• 2라운드 남녀부 최우수선수(MVP)로는 우리카드 최홍석(25), GS칼텍스 베띠(26·도미니카공화국)가 뽑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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