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승환(31·사진)을 영입하면서 일본 프로야구 한신이 마침내 낚시꾼 이미지를 벗었습니다. 한국 프로야구 선수들이 자유계약선수(FA)로 풀릴 때마다 한신이 노리고 있다는 소문이 무성했지만, 그 누구도 한신 유니폼을 입지는 않았습니다. 그 덕에 한신은 늘 관심이 가는 팀이었으면서도 정체를 정확하게 알기는 힘든 팀이었습니다. 한신, 어떤 팀인지 알아보시죠.

안티 교진(巨人)의 대명사

1935년 오사카 타이거스(タイガース·지금도 카타카나 표기로는 '타이거스'가 맞습니다.)라는 이름으로 창단한 한신은 교토(京都), 오사카(大阪)를 중심으로 하는 간사이(關西) 지방 최고 인기팀입니다. 한국 프로야구 전체 관중 절반 수준인 300만 명이 해마다 안방 한신고시엔(阪神甲子園) 구장을 찾아 한신 경기를 관람합니다. 제가 아는 한 팬들에게 '우리 팬 자격시험'을 돈 받고 보라고 하는 구단도 한신밖에 없습니다. 아예 간사이 지방을 한신국(阪神國)이라고 부를 정도입니다. 

이 덕에 한신은 '안티 교진(巨人)'에 서 있다는 이미지가 강합니다. 교진은 일본시리즈에서 22번 우승한 최고 명문팀 요미우리를 가리키는 표현. 애칭 자이언츠를 한자로 적은 겁니다. 두 팀이 라이벌인 건 일단 요미우리 연고지 토쿄(東京)가 간토(關東) 지방 대표 도시라는 게 첫 번째 이유입니다. 우리로 치면 영남 팀 vs 호남 팀 대결 구도니까요.

게다가 1936년 일본에서 프로야구를 시작한 때부터 지금까지 모기업이 바뀌지 않은 팀은 한신(전기 철도)과 요미우리(신문사)밖에 없습니다. 1944년까지는 이 두 팀이 모두 우승을 나눠 가졌습니다. 사실 요미우리는 미국 원정 일정 때문에 1936년 봄 대회(제1회 일본 직업 야구 리그)에는 참가하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따지면 일본에서 제일 오래 된 프로야구 팀이 바로 한신인 셈이죠. 한신 팬들이 자부심을 가질 만한 대목입니다.

그러나 이렇게 대단한 전통에 비하면 성적은 초라합니다. 1950년 일본 프로야구가 양대리그로 나뉜 뒤 한신이 (센트럴) 리그 우승을 차지한 건 1962, 1964, 1985, 2003, 2005년 다섯 번뿐입니다. 게다가 일본시리즈 우승은 1985년 한번밖에 없습니다. 일본 프로야구에서 꼴찌 대명사로 불리는 요코하마도 두 번이나 일본시리즈에서 우승했는데 말입니다.


커넬의 저주

그래서 한신 팬들은 1985년에 대한 기억이 특별합니다. 한신 팬들은 '하느님 부처님 바스님(神樣 佛樣 バース樣)'이라는 표현을 쓰는데요, 여기서 바스님은 1985년에 뛰었던 외국인 선수 랜디 바스(59·사진)를 가리킵니다. 1983~1988년 한신에서 뛴 바스는 1985년 타율 .350, 54홈런, 134타점으로 타격 3관왕을 차지하며 팀의 첫 번째 우승을 이끌었습니다.

사건(?)이 터진 건 그 다음. 우승에 열광한 한신 팬들은 오사카 도톤보리강(道頓堀川)에 뛰어 들며 승리를 자축했습니다. 이때 한신 선수하고 닮은 선수들을 빠뜨리는 이벤트가 있었는데, 당시만 해도 일본에는 외국인이 드물었습니다. 마침 KFC에 있던 커넬 샌더스(할아버지) 인형이 눈에 띄었고, 이를 가져와 강물에 빠뜨렸습니다.

바스는 1986년에도 타율 .389, 47홈런, 109타점으로 2년 연속 타격 3관왕을 차지했지만 한신은 3위에 그쳤습니다. 게다가 1988년에는 바스의 아들이 뇌에 물이 차는 병에 걸리고 맙니다. 바스는 한신과 계약하면서 '본인 및 가족이 병에 걸렸을 때 치료비 전액을 구단이 부담한다'는 조항을 넣었습니다. 그러나 구단은 돈을 아끼려고 보험에 가입하지 않았죠. 치료비가 부담됐던 구단은 22경기 만에 바스를 방출했습니다.

그 뒤로 한신은 여태까지 일본 시리즈 우승이 없습니다. 이 때문에 한신 팬들은 '커넬의 저주'에 시달린다고 말합니다. (2003년 리그 우승으로 깨졌다고 믿는 팬들도 있습니다.) 한신은 2009년 강 바닥에서 인형을 찾아냈고 이듬해 안방 구장 안에 마련한 역사 박물관에 전시했습니다. 이로써 저주를 풀고 싶어했지만 현재까지도 일본 시리즈 우승은 남의 일입니다. (그 사이 바스는 미국 오클라호마 주 상원의원이 됐다는 건 아니러니입니다.)


문제는 방망이

올해 한신은 73승 4무 67패(승률 0.521)로 정규 시즌 2위에 올랐지만 클라이맥스 시리즈 퍼스트 스테이지에서 3위 히로시마에 2연패를 당하며 시즌을 마감했습니다. 그래도 이전까지 2년 연속으로 5할 승률 미달이었던 걸 감안하면 상황이 나아진 셈이죠.

문제는 타격. 한신은 올해 팀 평균자책점 3.07로 센트럴리그 1위를 차지했습니다. 반면 경기당 득점은 3.69점으로 6개 구단 중 5위입니다. 센트럴리그에서 유일하게 100홈런에 미달(82홈런)한 게 제일 큰 문제. 당연히 팀 장타력(.358)은 리그 최하위였습니다.

현재 한신 최고 스타는 주장인 도리타니 다카시(鳥谷敬·32)입니다. 일본 프로야구에서 유격수로는 처음으로 100타점을 넘긴 도리타니는 올해도 OPS(출루율+장타력) .812로 외국인 타자 맷 머튼(.845)에 이어 팀내 2위를 차지했습니다. 도리타니는 선구안이 좋은 타자지만 중장거리 스타일이라 홈런하고는 거리가 멉니다. 

반대로 한신이 최근 마무리 문제로 크게 고민했던 적은 없습니다. 지금은 미국 메이저리그 시카고 컵스에서 뛰는 후지카와 규지(藤川球兒·33)가 마무리 투수였으니까요. 후지카와는 2011년 42세이브를 올렸습니다. 다만 후지카와가 일본 최다 세이브 기록 타이 기록인 46세이브를 올렸던 2007년에도 팀은 3위로 A클래스(정규시즌 1~3위)에 턱걸이 했다는 게 문제죠.

오승환이 합류했다고 한신이 당장 커넬의 저주를 깨지는 못할 확률이 퍽 높습니다. 그러나 마무리 투수의 특성상 커넬의 저주를 깰 때 '헹가래 투수'가 될 확률이 가장 높은 것만은 틀림없는 일. 과연 한신 팬들은 돌부처상을 도톤보리강에 던질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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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12.05 11:03 신고  address  modify / delete  rep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