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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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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화 공격을 이끄는 4번타자 김태균(오른쪽) [뉴시스]

5월 27일까지 한화 김태균은 42 타점을 올리며 팀 동료 크루즈와 6개 차이로 타점 부문 1위에 올라 있다. 3위 김동주(30 타점)와도 상당한 차이다.

일반적으로 타점은 홈런이 많은 선수에게 돌아간다. 하지만 김태균과 똑같이 13홈런을 기록 중인 양준혁의 타점은 29개밖에 되지 않는다. 어디서 이런 차이가 비롯됐을까?

김태균의 득점권 타율(.457)은 시즌 전체 평균(.326)보다 .130 이상이나 높다. 반면 양준혁의 득점권 타율은 .237에 그쳤다. 찬스에서 집중력 차이가 타점 차이로 이어졌다는 얘기다. 이게 전부일까?

비교를 위해 2005~2006 두 시즌에 걸친 기록을 알아보자. 이 기간 동안 김태균의 타점은 모두 173개. 역시 리그 1위다. 그 다음은 롯데 이대호(168 타점), 현대 서튼(163 타점) 순이다.

이 세 선수 가운데  득점권 타율이 가장 높은 선수는 김태균(.321)이 아닌 이대호(.324)였다. 서튼의 기록(.257)은 형편없이 떨어진다. 그러니까 득점권 타율 이외에도 타점수를 결정하는 그 무엇이 있다는 얘기다.

그건 바로 타석에 들어섰을 때 주자수다. 이 기간 김태균이 타석에 들어섰을 때는 주자는 총 750명. 2위 김한수(674명)와 비교해도 70명이 넘는 차이다.

득점권 주자 역시 김태균이 가장 많았다. 김태균이 마주한 득점관 주자 545명은 김한수(522명)보다 20명 이상 많은 숫자다.  타점을 올릴 기회라는 측면에서 김태균은 엄청난 어드밴티지를 안은 셈이다.

물론 기회가 많았다고 해서 무조건 많은 타점을 올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두번째로 기회가 많았던 김한수는 127타점을 올리는 데 그쳤다. 만약 김한수와 같은 주자 숫자를 리그 평균 타자에게 주었다면 135타점을 올렸을 것이다.

반면 리그 평균 타자는 김태균만큼 기회를 줘도 153타점을 올리는 게 그쳤을 것이다. 김태균이 찬스에서 강했다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마찬가지 기회를 이대호에게 주었다면 185 타점, 서튼은 186 타점을 기록할 수 있었다.

달리 말해 지난 2년 동안 김태균은 분명 준수한 타점 머신이었지만 독보적인 최고라고 말하기는 무리였다는 뜻이다. 이번 시즌 김태균의 진화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이번 시즌 현재까지 김태균은 주자 125명을 루상에 둔 채 타석에 들어섰다. 1위 브룸바(134명, 25타점), 2위 송지만(128명, 26 타점)과 비교해도 타점 페이스가 앞선다다. 주자 숫자가 똑같은 박경완은 16타점에 만족하고 있다.

김태균은 이번 시즌 개막에 앞서 동갑내기 라이벌 '이대호를 꼭 꺾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현재 성적은 그의 이런 발언이 허튼소리가 아니었음을 증명하고 있다.

이제 두 선수가 사직에서 만난다. 과연 시즌 말미에 웃는 자는 누가 될 것인가? 최고 타자를 놓고 벌이는 '선의의 경쟁'이 더욱 흥미로워지고 있는 올 시즌 프로야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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